감동뉴스

할아버지가 만든 부메랑, 하늘을 날다

그루터기 나무 2006. 9. 7. 08:51

 

 

이렇게 잡고.. ⓒ 윤태


저녁 무렵만 되면 경기도 성남 상원초등학교 운동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저도 저녁 무렵이면 그곳 초등학교로 가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 운동을 거의 매일 하는데요, 할아버지는 늘 뭔가를 하고 계십니다.

 

올해 78세인 장한기 할아버지인데요, 이 분은 좀 독특하십니다.


학교 근처에 사시는 장할아버지는 빵공장에서 빵 부스러기를 갖다가 운동장의 비둘기에게 모이를 줍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모이주는 장면이 아닙니다. 아이들과 함께 항상 뭔가를 하늘에 날려보내면 아이들이 그것을 주워옵니다. 얼핏 보기엔 부메랑 같기도 하고 바람개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할아버지 그게 뭐에요? 바람개비 같기도 하고 부메랑 같기도 한데.."

"내가 만든건데..."

 

봉같이 생긴 막대기에 줄을 감고 알루미늄재질로 된 날개를 꽂아 획 하고 감아 돌리면 날개가 하늘을 휘리릭 날아오릅니다. 적어도 40-50 미터 이상은 날아오릅니다.

 

아래 동영상에도 있지만 이 부메랑은 정말 잘 납니다.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데 동영상으로 볼때는 그냥 시시하게 도는것 처럼 보이네요. 마치 헬리콥터 날개가 빠르게 회전하지만 일자로 보이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지요.

 

아이들이 한번 날려보고 싶다고 하면 언제든지 기회를 주시는 할아버지. 요령을 정확히 가르쳐주며 “자, 꽉 잡고 힘껏 당겨.” 하십니다. 그러면 아이들은 좋아하며 자신이 날린 부메랑을 찾아 할아버지께 뛰어옵니다.


그런데 놀라운건 이 바람개비(부메랑)를 직접 만드셨다는 것입니다. 나무와 철사 그리고 양철을 이용해 날개를 만들어 하늘에 띄우며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십니다. 할아버지께 여쭤 보니 젊어서부터 뭔가 만드는걸 좋아하셨다고 합니다. 이 밖에 여러 가지 발명품이 있는데 정확히 말씀은 안해주시더군요. 새총을 보여주시긴 했는데..제가 한말씀 드렸습니다.

 

"근데 할아버지, 새총은 누구나 쉽게 만드는거 아닌가요?"

"그런데 이 새총은 아주 기술적으로 만든거야."

 

실제로 보니, 그냥 Y자 나무에 아기 고무줄을 매어 만든게 아니라 세밀하게 조각되고 홈이 파지는 등 할아버지 말맏따라 기술적으로 보였습니다. 발명에 재주가 있으시구나 생각했습니다.

 

이 할아버지 곁에는 항상 많은 비둘기와 아이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부르며 부메랑을 날리는 아이들,

 

거의 매일 그 모습을 보면서 무얼 느꼈는가 하면요.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무척이나 사랑하고 귀여워해주신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에 덩달아 즐거워하시는 할아버지...


여하튼, 할아버지가 직접 만든 바람개비(부메랑), 매일 구경만 하다가 오늘은 직접 사진과 동영상으로 담아봤습니다. 모처럼만에 제 자신도 어린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적잖은 연세, 비둘기와 아이들과 동심으로 돌아가 노년을 즐기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습니다. 이러한 할아버지의 모습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사진과 동영상으로 이렇게 담아온 것이지요.


동심으로 날리는 할아버지의 부메랑을 따라 독자 여러분들도 하늘높이 날아 보세요.

 

할아버지, 늘 건강하시고, 그 모습 오래오래 보여주세요!

 

 

                                           포즈를 취해 주시는 할아버지 ⓒ 윤태

 

 

획 잡아 돌립니다 ⓒ 윤태

 

푸른 하늘을 나는 저것 ⓒ 윤태

 

앞 주머니에 날개를 넣고 다니는 할아버지 ⓒ 윤태

 

가까이서 보니 이렇게 생겼군요 ⓒ 윤태

 

꿈과 동심을 싣고 나는 부메랑 ⓒ 윤태

 

해질녘 하늘속으로 ⓒ 윤태

 

 

기술적으로 세밀하게 만드셨다는 새총 ⓒ 윤태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