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개에 4천원하는 폐달 ⓒ 윤태
요즘 들어 자전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꽉 막힌 도로, 자전거로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는 듯 합니다. 최근에 자전거 도둑, 버려지는 자전거 등의 실태를 촬영해 미디어다음 블로그 기사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요즘에는 자전거 도둑이 극성이라 중고 자전거를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듯 합니다. 새 자전거는 ‘생선 앞의 고양이’라는 공식이 성립할 만큼 자전거 도둑이 극심하다고 합니다. 길가에서 수도없이 버려지는 폐자전거, 훔쳐 타다가 버려지는 자전거가 많은데 이를 수리 재활용하는 방안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자체 등에서 자전거 재활용 측면에서 일정기간 방치하고 있는 자전거를 수거해 매각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적극적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래서 일번에는 차로 이동하면서 자전거 수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고해서 지난 달 28일 오후 강남의 한 아파트 단지를 찾았습니다다. 주인공은 올해 58세의 신성호입니다.
국민기초수급대상자인 그는 지난 2001년 삼천리 자전거 대리점을 하다가 자리가 좋지 않아 사업에 실패하자 강남자활후견기관에서 2년여 동안의 교육을 받고 빚을 내 봉고차한대를 구입한 후 자전거 이동 수리점을 시작했습니다.
“자전거 대리점 하기 전에는 자전거 탈 줄도 몰랐어요. 한마디로 자전거 문외한이었는데 이제는 자전거 전문가가 됐네요”라고 말하면서 웃음을 짓는 그.
지난 7월 서울 강남 아파트 일대를 중심으로 이동수리점을 시작한 그는 장기간 방치되거나 폐자전거가 지천에 깔려있고 구청등과 연계해 이를 수거해 고쳐서 판매하고 싶어 하지만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가 없다고 합니다. 13평 짜리 영구임대주공아파트에 거주하는 그에게 있어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습니다.
“요즘엔 자전거 도둑이 많아서 그런지 중고자전거 문의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어요. 그런데 이를 보관할 장소가 없어서 문제지요. 강남자원후견기관에 얘기하곤 하는데 수월치가 않네요. 그곳에서 하는 후견사업이 워낙 많다보니….”
무상수리중인
아저씨 ⓒ 윤태
기자는 벌써 한 시간째 그와 인터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사람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땡볕에서 신성호씨 부부는 부채질만 연신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아파트 단지내에 들어오려면 어느 장사든지 부녀회에 3만원 정도를 내야하는데 그럴만한 형편이 안 되는 신씨는 후견기관에서 아파트 관리실로 공문 등을 보내 비교적 쉽게 들어왔다고 했습니다.
“경비실에 방송 부탁은 하셨나요?”
“네, 자전거 무상 수리 등 해서 부탁 드렸는데, 사람들이 안나오네요.”
이에 기자는 직접 관리실를 찾아 다시 한번 방송을 부탁했다. 확인해보니 신씨가 부탁한 안내 방송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기자가 취재차 왔다며 수리하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니 다시 한번 방송해줄 것을 부탁드렸습니다.
아파트 단지내 방송이 나가자 대여섯 명이 자전거를 끌고 나왔습니다. 대부분 자전거 기능에 문제가 있어 수리를 하는 사람들이지 새 부속품을 교체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다녀갔지만 8천 원짜리 페달 두개만 교체해주고 나머지는 모두 무상수리였습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아내가 한마디 했습니다.
“제가 반대 많이 했어요. 간 담석으로 3분의 1 잘라내 몸도 안 좋은데 거의 무상수리를 위주로 하다보니 사실 돈은 안 되고 힘은 힘대로 들고, 하지만 남편이 이 일을 좋아하니 어쩔 수 없지요. 사실은 지금도 수술 후 쉬어야하는 상황이거든요.”
매출이 얼마정도 되는지 물었습니다. 잘되는 날은 10만원, 안되는 날은 공치는 날도 많다고 했습니다. 10만원 벌어봐야 부속품 값 빼고, 기름값 제외하면 5만원 안팎이 남는다고 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28만원, 8월 현재까지 35만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게다가 사업자 등록하고 세금신고를 하다보니 생활보조금은 없어지고 의료지원 등 일부 수급대상자로써의 혜택을 받고 있었습니다.
어떤 품목이 가장 많이 나가는지 물었습니다.
“요즘에는 야간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은지 야간 등이 많이 나가는 편이고 펑크 나면 때우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안전 차원에서 튜브를 통째로 교체하지요.”
무상수리내역 ⓒ 윤태
튜브 교체비용은 1만7천 원선. 일반 수리점하고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러나 중고자전거 활성화 차원에서 무상수리를 주로 하고 줄이나 바람 넣는 장치 등 비교적 자잘한 부속품은 돈을 받지 않습니다. 아파트 단지내에서 살아남으려면 비싸게 받거나 그러면 주민들의 인식 때문에 견딜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입니다.
일반 자전거 수리점에 가면 꽤 큰 수리장비가 있지만 신씨에게는 조그만 공구 통이 수리도구의 전부입니다. 그 초라한 수리도구에 신씨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는 셈입니다.
“조금 있으면 선선해지는데, 그때 되면 사람들이 자전거 타고 많이 나오겠지요. 지금은 힘들어도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요.” 그래도 신씨는 희망에 부풀어 있었다.
자신이 수리한 자전거를 끌고 가며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씽씽 타고 달리는 모습을 볼 때면 마음이 뿌듯해진다는 그.
그런데 기자는 은근히 걱정이 됐습니다. 다른 아파트에 자전거 무상 수리 왔다고 방송 부탁을 잘 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방송을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거의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실 생계에 가장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은 방치되거나 폐자전거를 수리해 판매하는 일인데, 그 일이 수월치 않다는 것입니다. 강남자활후견기관에서 이 문제만큼은 꼭 해결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생계 문제도 문제지만 버려지고 방치되는 자전거를 재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도 큰 의의가 있습니다. 구청 등 기관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이 따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전거클리닉이라는 글자가 정겨워보입니다 ⓒ 윤태
자전거 이동 수리점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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