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어린이집 꼭 보내야할까?

그루터기 나무 2007. 12. 4. 15:13

아이를 생각하면 어린이집에 보내야하지만..
 

우리 아들 새롬이. 벌써 29개월차에 접어들었고 한달 후인 내년이면 4살이 된다. 엄마가 책을 같이 보면서 “예방주사는 안아픈거야”라고 반복해서 가르쳐줬더니 며칠 전 병원에서 독감예방주사를 맞더니 하는 말이 “엄마 예방주사 하나도 안아파.”라고 말했다. 세살이면 주사 이야기만 나와도 울고불고 난리인 아이들이 많은데 울기는커녕 주사를 맞으면서 하나도 안아픈거라고 멘트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롬이가 어찌나 대견해 보이던지....(교육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듯)


요즘 아내와 나는 새롬이가 들어갈 어린이집을 보러 다니고 있다. 이미 다섯군데는 둘러봤다. 썩 마음에 드는 곳은 없다. 시에서 운영하는 공립어린이집이 썩 마음에 들긴한데 대기자가 워낙 많아 기약이 없는 상태이다.


그래서 새롬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중이다. 어린이집에 보내야한다고 주장하는 아내의 의견을 들어보면 이렇다.


 

우선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항상 엄마에게 붙어 혼자 놀아야하는 새롬이가 불쌍하단다. 집에서나마 뛰어놀고 하면 다행이겠지만 15평 좁은 빌라에 그것도 세간으로 가득차있어 손바닥만한 거실이 전부인데 늘 그 협소한 공간에서 엄마와 함께 해야한다는 것. 내 생각엔 새롬이만 불쌍한게 아니라 집에 갇혀 아이와 종일 함께해야하는 아내도 불쌍하다.


또 이유가 있다면 둘째 임신으로 거동이 불편해 안이든 밖이든 아이와 제대로 놀아줄 수 없다는 점이다. 임신중에는 늘 졸리고 피곤하기 마련인데 새롬이 때문에 새롬엄마가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건 사실이다. 또 녀석이 어찌나 치근대고 귀찮게 하는지 말도 못한다.


너무 비싼 어린이집, 지원은 미미한 실정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새롬이를 선뜻 어린이집에 맡겨야겠다는 의지가 발동하지는 않는다. 만만치 않은 비용이 가장 걸림돌이 된다. 정부 고시가격에 의해 3살 어린이는 한달에 31만원(토, 일요일 제외)이다.


정부지원의 조건이 되는 자동차 종류, 주거 형태, 급여에서 자동차는 경차인 마티즈, 급여는 100여만인데 전셋집이 비싸다는 이유로 최하위 지원등급을 받게 되었다. 따라서 지원금은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은행융자 받기 싫고 대출이자 무서워 시골서 소팔고 농사지은거 팔고 처가에서 꾸고, 지인들한테 빌린 이자 없는 돈으로 전셋집을 마련한 것인데 그것에 발목잡혀 제대로 된 지원을 못받고 있는 것이다. 따져보면 실질적인 영세민인데 서류상으로 영세민이 되지 못하는 셈이다.


여하튼 한 달 벌어 월급의 3분의 1을 어린이집에 쏟아붓는다는 게 부담이 되긴 한다. 어린이집이 아니더라도 한달 벌어 한달 먹고 살기에 늘 빠듯한 100만원 인생살이 아니던가. 당장 어린이집을 보낸다면 한달 살림에서 몇십만원씩 ‘펑크’가 나는 건 예견된 것이었다. 내년에 둘째 낳으면 지원 등급이 좀 올라간다고 하는데 그것도 한 등급 정도 상승한다고 동사무소 직원이 그런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요즘 많이 고민중이다. 어린이집에 보내야하는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경제상의 이유. 그렇다고 이 상황에서 빚내 가면서 어린이집에 보낼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린이집 안보내고도 아이를 즐겁게 해주는 방법 없을까?

어린이집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도 생각해보았다. 문화센터에서 하는것인데 5만원에 석달동안 일주일에 한번 방문해 40분정도 놀이식 율동으로 하는게 있긴하다. 가격은 부담 안되지만 일주일에 딱 한번, 그것도 짧은 시간이라는 점에서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주변 얘기 들어보면 새롬이 나이 또래에 어린이집 보내지 않고도 엄마가 돌보는 경우도 꽤 있다. 나와 아내의 입장은 어린이집을 통해 아이의 교육적인 면을 향상시키고 하는건 아니다. 그저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뛰어놀고 어울리면서 사회성도 배우는 등 아이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다. 물론 아내의 편의를 위한 것도 있지만 전적으로 아이를 위한 것이다. 물론 이 같이 하려면 경제적인 문제없이 어린이집에 보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돼야할 것이다.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도 어린이집에 보낸 것 만큼 효과를 얻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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