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훈련소 지휘본부 앞에 있는 동상. 뭔가 가슴에서 벅차오르는 것이 있는가? ⓒ 윤태
우리는 ‘민족’과 ‘국가’라는 말을 자주 쓴다. 민족과 국가는 각기 다른 의미를 갖고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혼용하고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민족과 국가를 헷갈리고 있다. 가장 흔한 표현인 “국가와 민족을 위해~~”
우선 사전적인 의미로 보면 국가는 국가를 구성하는 3요소 즉 영토, 국민, 주권에 의한 통치 조직을 지니고 있는 사회 집단을 국가라고 한다. 현대 대부분의 국가는 법이라는 수단으로 통해 개인간의 분쟁을 해결하려는 개인의 합의에 이루어진 것이다.
민족은 일정한 지역에서 오랜 기간 공동생활을 하면서 형성된 문화 공동체이며 여기서 문화란 언어, 종교, 세계관, 사회조직, 경제 생활 및 그 밖의 생활양식 모두를 포괄하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는 ‘민족’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뭔가 가슴이 뭉클함을 느낀다. 지난 2004년 아테네 공동 올림픽에 남한과 북한이 단일기를 들고 동시에 입장했을 때 ‘우리민족’은 하나되는 날을 위해 서로를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2002년 한일월드컵, 2006년 독일 월드컵을 살펴보자. 특히 2002월드컵 4강 신화를 두고 어느 앵커는 “4강 신화를 이뤄낸 것은 수 많은 외침에도 불구하고 이 땅을 지켜낸 ‘우리민족’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라고 감격하기도 했다. 일반인들도 인터뷰에서 “우리민족의 저력을 느껴요”라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월드컵은 ‘민족적’이라기 보다는 ‘대한민국’ 이라는 하나의 ‘국가’ 차원에서 뭔가 득을 가져올 수 있는 스포츠가 맞을 것이다. 2004아테네 올림픽 남북 공동 입장은 민족적이라고 할 수 있으나 월드컵은 상황이 다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민족과 국가를 헷갈리고 있는 걸까. 아니 같은 개념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단일한 민족국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것이다. 그러나 같은 혈통, 같은 언어를 쓴다고 해서 만족이 만들어지는 것일까.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은 우리와 같은 혈통,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보다는 중국에 가까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단지 모습과 생김이 비슷하다고 하나의 민족의 될 수 있을지 따져볼 일이다.
다음 연표를 한번 살펴보자
371년-백제, 고구려 평양성 공격>고국원앙 전사
433년-나제 동맹 맺어 고구려에 맞섬
475년-고구려, 백제 한성 점령
553년-신라, 한강유역 점령
562년-신라, 가야 정복
612년-고구려, 살수대첩
645년-고구려, 안시성 싸움 승리
648년-나, 당 군사 동맹
660년-황산벌에서 전투, 백제 대패
661년-나당 연합군, 고구려 공격
668년-고구려 멸망
우리는 도덕이나 역사교과서에서 단군의 자손이라고 배웠다. 조상들을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모두 같은 혈연으로 맺어진 친척이라는 말이 된다. 그래서 단일민족이라는 논리다. 그런데 위 연표를 보면 우리가 진정 단일민족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5-7세기에 이르는 동안 삼국은 수많은 전쟁을 치렀다. 같은 민족이라고 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각기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우리끼리 뭉쳐 외세에 대항하는가 하면 왜세와 힘을 합쳐 우리민족을 공격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당시 고구려 백제 신라 사람들은 ‘민족’이라는 개념을 갖고 있었던 것일까? 주도권을 잡기 위해 같은 민족끼리 싸우면서 왕을 죽이고 그토록 치열한 전쟁을 왜 치뤘을까.
다른 만족인 당나라를 끌어들여 같은 민족인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킨 신라는 민족의 배신자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과 삼국시대 당시 사람들이 생각했던 ‘민족’의 개념이 아닌것인지.
이러한 민족적 의미가 역사나 도덕책에서만 짚어봐야 할 문제는 아닌 듯 싶다. 예를 들어 로버트 할리 라는 외국인 방송인이 있는데 그는 한국인으로 귀화했고 부산 영도를 본관으로 삼고 부산 사투리도 매우 잘 구사한다. 그리고 한민족이자 한국인인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그렇다면 그 아이들은 한민족일까? 또 주한미군(특히 흑인)과 한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와는 어떻게 다른 걸까?
올림픽, 월드컵 등을 거치면서 ‘국가 혹은 민족’적 의미가 커지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축구할 때 ‘한국’이 ‘대한민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다시 새기면서 진정한 국가와 민족이 무엇인지 따져봐야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모든 것을 다 껴안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단일 민족, 민족주의를 강조하면서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 외국인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가슴 뭉클하게 만드는 ‘민족(주의)’을 최우선하는 일이 결코 우리에게 이로운 것인가 하고 말이다. 그래서 늘 나오는 얘기가 ‘파시즘’이다.
민족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진정 민족적인 개념인지, 이익을 추구하는 국가적인 개념인지 그것을 따져보고 생각해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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