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벌초 시즌'입니다. 지난 주말에도 벌초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속도로 차가 무척이나 막혔지요. 언젠가 한 신문기사를 읽다가 벌초 관련해 이런 댓글을 보게 됐습니다.
‘늙은 부모 살아있을 땐 거들떠도 안 보던 사람들이 부모님 돌아가시면 왜 그리 산소는 잘 만들어 놓는지 잘 모르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결국 부모님 살아 계실 때 잘 모시자는 내용인 것 같았습니다. 또 독자 의견에 따르면 이러한 것이 조상(부모)을 공경하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헛갈릴 때가 많다고 했습니다.
어떤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제 경우를 보더라도 말입니다. 우리 집도 일년에 꽤 많은 제사를 지냅니다. 설, 추석 명절 때 그 많은 산소들을 성묘하고 나면 온몸이 뻐근할 지경입니다. 그러다 보니 벌초문제도 일가친척이 모두 모여 땀을 빼는 ‘대대적인 작업’인 것입니다.
최근에는 할머니, 할아버지 합장 묘의 송덕비에 새길 비문을 직접 작문(作文)한 적이 있었습니다. 비문을 작성하는 동안 가슴이 벅찼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리며 “이 좋은 세상에 살아 계셨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토록 귀여워하시던 손녀·손자들이 장성한 걸 보시면 어떤 마음이 드실까?”하며 ‘현재’에 살아 계신조부모님을 상상하기도 했습니다.
이때 제 마음은 조부모님에 대한‘숭배’였습니다. 글쎄, 제가 지은 송덕비의 비문이 앞으로 몇 백 년을 유지할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사람들 눈엔 ‘남들 보여주기’로 비쳐질 수도 있겠지만 제 딴에는 ‘숭배’였던 것입니다.
얼마전에 어려운 농촌 생활 속에서도 아버지는 선산으로 쓰기 위해 집 앞의 산을 사들이셨습니다. 부모님 당신께서 묻혀야 한다며 적잖은 비용을 들여 산을 매입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저는 속으로 “차라리 그 돈을 당신 두분 노후를 위해 쓰시지, 왜 그러셨나”하며 내심 안타깝기도 했지만 아버지 세대를 비롯한 우리 형제들이 별 탈 없이 살아가는 것이 분명 조상들 덕이라고 굳게 믿고 계신 아버지를 보면 또 한편으로 이해가 됩니다.
현실을 지극히 중시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괜한 짓’으로 이해될 수 있는‘송덕비’나 ‘선산 매입’도 아주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제 입장에서는 말이지요. 분명‘숭배’라고 믿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환경파괴 등의 이유로 주위의 비난을 받아가면서도 산을 깎아 내리고 터를 잡는 등 대대적인 산소 손질을 했다는 얘기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들딴에는 후손들 잘되게 해달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숭배’보다는 ‘보여주기’가 맞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일반적인 사회 현상으로 보면 말입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들어가 보기 전까지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종교 문제도 아니고, 땅덩어리도 좁은데 환경파괴 하지말고 화장하자고 주장하는 바도 아닙니다. 그러한 요소들을 모두 배제하고 단지 ‘조상 숭배’측면에서 볼 때 ‘마음과 믿음’이 두 가지로 조상을 대하자는 것입니다.
결국 ‘조상숭배’냐 ‘보여주기’냐 하는 것은 마음과 믿음 그것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서두에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잘 모르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정답은 바로 후손들의 ‘마음’속에서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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