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활동을 하다 은퇴하고 식당이나 까페 등을 경영하는 과거의 연예인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혹은 연예인 활동을 하는 중에도 식당 까페 등 자기사업을 하며 방송활동을활발히 하는 현직 연예인도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준 명성으로 자기사업을 해 나감에 있어 약간은 유리할 것이다. 그 자체가 마케팅 전략으로 봐도 무방할 것이고, 나름대로 전략에 맞는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과거 유머1번지 '도시의 천사들'과 '동작그만'에서 각각 '밥풀데기'와 '김병장' 또 어린이 영화 '슈퍼 홍길동', '꼬마신랑' 등으로 유명했던 김정식 씨(전도사)와 연락을 하는 일이 많아졌다. 미디어다음을 통해 그의 봉사인생에 대한 글이 나간 후부터다. 개그계(연예계)를 은퇴했지만 여느 사람들과는 달리 독특하고 보람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한 교회 전도사 몸이지만 대학에서 강의하는 교수임과 동시에 대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학생이기도 한 그. 그러면서 유흥업소가 즐비한 서울 중구 신당 5동 그가 몸 담은 교회를 중심으로 그 일대를 청소년 문화마을(혹은 문화의 거리)로 만들기 위해 본부장이라는 직함을 달고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그다.
얼마나 바쁘고 할 일이 많겠는가. 강의준비하랴, 수업준비하랴, 문화마을 만들기 프로젝트 총괄로 이끌랴, 이러다보니 한숨 못자고 꼬박 세워 일을 해야 하는 때도 많단다. 이런 와중에 지방에 있는 교회 집회(행사)까지 가 인도(주관)를 해야하니 그를 만난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내 입장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일이고 그의 입장에선 피곤해 하루에도 몇 번이고 쓰러질 정도다. 하지만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이기에 마냥 즐겁다고 말하는 그.
그런데 그를 슬프게 하는 것이 있다. 아직도 그를 ‘개그맨’ 으로 인식하고 이를 이용해 집회를 크게 벌여보려는 일부 교회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도 지방에서 초청집회가 있어 내려갔는데 “개그맨 김정식 초청집회”라는 플래카드가 걸려있다고 했다.
김정식 전도사는 그날 집회를 인도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 그 집회장소인 교회가 나이트클럽이나 공연장, 무대가 아닐텐데 어찌 ‘개그맨’ 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는가. 제대로 된 플래카드라면 “김정식 전도사 초청집회‘라고 했어야 맞다. 김전도사의 기분이 얼마나 상했겠는가.
길거리 가다가 우연히라도 마주치면 일반인들은 “어, 밥풀데기 김정식이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문제지만 교회 초청집회를 열면서 전도사가 아닌 ‘개그맨’ 이라는 명칭을 쓴 것은 진정한 복음을 전파하는 성실한 교회의 모습이라기보단 다 청산해버린 과거의 개그맨 명성을 이용해 사람들을 겉으로만 잡아두려는 그 교회의 모습으로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김전도사는 더 이상 과거의 개그맨이 아니다. 그렇게 불리거나 행동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 최소한 기독교인이라면 그것을 알아줘야한다.
초청 집회 건으로 지역 교회가 김전도사와 통화하다가 도저히 시간상 안되겠다고 하면 상대방이 전화 끊으면서 옆에 있는 누군가에게 큰 목소리로 “그 조용필이 섭외 안되나?” 라고 하는 경우도 있단다. 그만큼 파워 있는 자기 교회에서 집회 초청을 했는데 거절했다는 것에 대한 반발 심리에서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김정식 전도사를 마음아프게 하는 언사인가.
집회 또는 행사에 갈 수 없다는 말을 전하면 “다른 개그맨(연예인) 섭외는 안되나요? 개그맨 후배나 선배들 중에...” 이 역시 김정식 전도사를 아직도 개그맨으로 보는 인식 때문이다. 개그맨, 연예인 섭외하려면 그들이 소속된 엔터테인먼트 등을 찾아야지 왜 김정식 전도를 찾는가.
김전도사와 연락하는 동안 그는 몇 번이나 이런 애로사항을 내게 털어놓았다. 만나서도 이야기하고, 문자로도 이야기하고. 무슨 휴먼 다큐 프로그램에서 김전도사를 촬영하겠다며 계속 연락이 오지만 촬영할 시간도 없거니와 그가 하는 일을 진심으로 지켜보며 종교적인 믿음과 관계된 일이 아니면 절대 출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오늘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여러분들(특히
종교인)들 김정식 님을 더 이상 개그맨으로 여기지 마세요.”
나는 그에 대한 글을 쓸 때 '밥풀데기'라는 수식어를 넣습니다. 이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지, 그를 개그맨으로 생각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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