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뉴스

쓰러진 아저씨, 112에 신고하고 보니..

그루터기 나무 2006. 8. 9. 09:08

 

 

붉은 원 안으로 표시된 부분에 아저씨가 쓰러져 있었다  ⓒ 윤태

 

 

 

어제(8일) 밤 9시 40분 쯤, 더위 때문에 빌라 밖에 나와 바람을 쏘이며 큰 길가 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눈앞에서 아찔한 모였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나타났는지 모르는 한 남자가 도로 한 복판에서 크게 원을 두 바퀴 그리더니 픽 쓰러지는 것입니다.

그리고는 미동도 안하는 것입니다. 차들은 쌩쌩 지나고 있는데, 그 한 가운데 쓰려저 있는 남자, 10여초를 지켜봤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고, 도와주는 사람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뭔가 심상치 않아 보였습니다.

직선거리로는 150미터지만 건물사이로 돌아서 가야하기 때문에 300미터 거리였습니다, 저는 얼른 들어가 휴대폰과 카메라를 들고 그곳을 향해 뛰었습니다. 카메라는 만약의 경우, 현장 보존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목격한 바로는 현기증 혹은 중대한 병으로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고 생각했고 어쩌면 이미 일이 났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헐레벌떡 뛰어가니 여자와 함께 있는 저 또래의 한 남자가 보였습니다. 도와주려고 모여 든 것이었습니다. 여전히 미동도 없는 남자. 들여다보니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져씨였습니다. 사망한 것일까?

저는 서 있는 그들(남자와 여자)에게 “저쪽에서 보고 있다가 쓰러진 모습 보고 달려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서둘러 쓰러져있는 남자의 목 동맥에 손을 갖다대고 확인했습니다. 동맥이 팔딱팔딱 뛰었고 온 몸은 뜨끈뜨끈했습니다.

“어휴~ 일 난건 아니구나”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습니다.

“약주를 엄청 많이 드신 것 같아요.”

서 있던 남자가 말을 건넸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미동도 안하는 아저씨. 우선 그 남자는 112에 신고해 만취객이 도로 한 복판에 누워 있으니 출동해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그 남자와 저는 있는 힘을 다해 아저씨를 끌어 버스정류장 벤치에 눕혔습니다.

곧 이어 경찰이 도착했고 아저씨는 정신을 차리는가 싶더니 이내 쿡 쓰러졌습니다. 그러더니 또 멀쩡하게 말을 하기도 하고, 횡설수설이었습니다. 하소연 같은 것도 하고...

정신이 든 것을 확인한 경찰도 떠나고 아저씨와 저 둘만 남았습니다.

“아저씨 댁이 어데요?”
“성남.”
“성남 어디쯤에?”
“은행시장.”
“은행시장 어디쯤에요?”
“여기가 어디야?”

은행시장이면 이곳에서 약 400미터 떨어진 가까운 곳인데, 여하튼 어디에선가 술을 많이 마시고 거의 집 근처까지 왔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이 어디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습니다. 대게 이런 경우는 자신도 모르게 걸어가다보면 집으로 찾아들어가는 경우가 많지요.

“아저씨, 큰 일 날뻔 하셨어요. 도로 한 가운데 누워 계시면 어떡해요. 돌아가신줄 알았잖아요?”

그 상황을 처음부터 말해주자 아저씨는 고맙다고 했습니다.

“당신 같은 사람이 있으니 아직 우리나라 미래가...”

그리고는 또 횡설수설, 벤치에 누웠다가 앉았다가를 반복하다가 또 다시 누워 아예 정신을 놓아버린 아저씨.

“아저씨, 이런데서 주무시면 큰일나요. 지갑도 뺏기고 다쳐요.”

그러나 아저씨는 이미 꿈나라 저편에서 가 계신 듯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돌아와야만했습니다.

정말로 가슴이 뜨끔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다행이었습니다. 아무일도 없었으니까요.

 

 

 

만취해 쓰려져 계신 아저씨 ⓒ 윤태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먼저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