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최고의 옥에티. 가스버너 보이지요. ⓒ MBC
오늘은 재밌는 이야기를 좀 할까 합니다. 드라마 속에 나오는 ‘옥에 티’ 인데요. 드라마 열심히 보다보면 심심찮게 옥에 티를 발견할 수 있지요. 어떤 쇼 프로그램에서는 ‘옥에 티를 찾아라’라는 코너도 있습니다.
이들이 주로 찾아내는 옥에 티 주요 내용을 대략 살펴보면, 주인공이 탄 차량 번호가 장면이 바뀌면서 갑자기 바뀌거나 혹은 같은 장면에서 복장(액세서리 등)이 갑작스레 바뀌기도 합니다. 때론 탁자 밑으로 대본이 살짝 보이기도 합니다.
또 시대극이나 사극에서도 옥에티가 종종 발견됩니다. 유명한 예로는 대장금에서 휴대용 가스레인지가 보이고 불멸의 이순신에서는 티슈종이박스가 노출되기도 했지요. 그런가하면 신돈에서는 주인공 손창민이 손가락에 밴드를 붙인 장면도 보였지요. 매우 유명한 사례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좀더 색다른 옥에 티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사실 지난해에는 쉽게 볼 수 있는 옥에 티를 찾아 기사화 한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드라마를 보면서 좀 이상하다. 부자연스럽다 이렇게 느낄 수 있는 옥에 티를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세트장에서 촬영하다보니 일상에서는 그렇지않은 ‘부자연스러움’이 나오는 것이지요. 현실을 최대한 반영해 드라마를 제작하려고 하지만 어쩔수 없는 경우도 많고요. 제작진의 ‘귀차니즘’이 반영된 것도 있지요. 그럼 지금부터 제가 생각하기에 옥에 티 라고 생각되는 드라마속 장면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드라마 보면 커피나 라면을 끓이거나 물을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오는데요. 물을 자세히 살펴보십시오. 정수기에서 물을 빼거나 개수대 수돗물을 받아 물을 끓이는 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당연 보리차도 안보입니다. 주방 한쪽에 플라스틱 통에 준비된 물을 따라 커피나 라면을 끓이거나 마십니다. 으리으리한 집에 살면서 정수기도 아닌, 보리차도 아닌 생수가 플라스틱 통에 늘 준비돼 있다는 것. 이상하지 않나요?. 그렇습니다. 실제 가정집이 아니라 세트장이기 때문에 정수기나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지 않겠지요. 바로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이번에도 실내 장면인데요. 혹시 드라마 특히 시대극, 사극 보면 방에 앉을 때 ‘삐그덕삐그덕’ 소리 나는 거 못 들으셨나요? 어떻게 온돌방에서 삐그덕 소리가 나지요? 그러나 알고보면 합판 등 목재로 만든 세트장이기 때문에 소리가 날 수 밖에 없지요. 이와 함께 마당, 댓돌 등 돌이나 시멘트로 보이는 집안구조에서도 ‘텅텅’ 즉 플라스틱 소리가 나지요.
이번에는 또 실내 장면인데요. TV 보다보면 방문을 닫는 장면 나오지요. 요즘 인기리에 방영중인 <소문난 칠공주>에서도 그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드라속 연기자들은 방과 방 사이, 방과 거실 등을 드나들때 반드시 문을 닫습니다. 겨울이라면 이해되지만 한여름에도 문을 꼭 닫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렇습니다. 괜히 문 열여 놨다가 잘못하면 문 밖에서 대사를 외우는 연기자나 스테프가 보일수도 있지요. 한편 사무실 장면도 자주 나오는데요, 햇빛도 들어오지 않는데 허구한 날 커튼이 쳐져 있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창밖이 역시 세트장이기 때문이지요.
그런가하면 시간적 배경은 오전 혹은 점심때인데 사람이나 구조물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늘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아침 출근 장면인데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면 이건 무슨 뜻일까요? 즉 저녁때 촬영을 했다는 얘기겠지요.
그리고 또 재밌는 장면이 있는데요. 식당에서 밥 먹는 장면 있잖아요. 연기자 이외 일반 소님들도 보입니다. 그 손님들이 엑스트라인지 진짜 손님한테 양해를 구하고 촬영을 한건지는 확인안해봐서 잘 모르겠습니다. (양자 다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상황에 따라서) 저는 그 손님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편인데요. 처음에는 연기자들처럼 밥이나 기타 음식을 열심히 먹는데 잠시 후 그 손님들의 행동에 변화가 있습니다. 즉 잘 먹던 손님들이 나중에는 수저로 괜히 불판을 끼적거리거나 하는 무의미한 행동들이 나타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NG(no good)가 많이 나 그 신을 촬영하는데 시간이 꽤 걸린 듯 합니다. 음식도 다 떨어지고, 계속 그 식당에 앉아 있으려니 부자연스러운 행동이 나타나는 거지요.
끝으로 주인공들의 화장 문제입니다. 이는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대부분의 시청자들께서 알고 계실겁니다. 잘 때, 집에 혼자 있을 때 등등등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특히 젊은 여자 연기자들은 예외 없이 진한 화장을 하고 나와 무척 부자연스러울때가 많은데요, 연기 전에 아름다운 여성으로써 꾸미고 싶은 마음, 시청자들이 이해해야하지 않을까 하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드라마의 리어리티는 좀 떨어지겠지만요...
그런데 지난해 열풍을 몰고 왔던 <장밋빛 인생> 있잖아요. 최진실(맹순이), 손현주(반성문) 주연의 그 가슴 짠했던 드라마. 거기에 보면 집 나간 엄마 김해숙씨 나오잖아요. 새 남편의 구박 받으며 식당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비운의 엄마 역할.
그런 초라한 엄마 모습 연출을 위해 당시 김해숙 님은 화장 전혀 안하고 잘 때 일부러 라면 먹으며 퉁퉁 붓고 초췌한 모습 만들려고...그런 노력을 했다는 뉴스보도가 당시 있었지요. 역시 우리 시대 최고의 어머니상으로 평가받고 있는 탤런트 김해숙님..달라도 뭔가 다릅니다.
오늘은 드라마속의 옥에 티에 대해서 이야기해봤습니다. 우리가 편안하고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사실 그 제작과정은 쉽지 않지요. 영화처럼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촬영을 하면 최대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데 드라마는 특성상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영화는 자연스러운 반면 드라마는 부자연스러운 요소가 많은 것이지요. 그러나 옥에 티는 그냥 재미로 한번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관찰력 테스트 삼아 말아지요. 물론 드라마의 진실성 혹은 리얼리즘을 심각하게 해치는 옥에티는 신경써야겠지만요, 세트장이라는 구조적 특성상 발생하는 경우는 그냥 재미로 보는 거지요.
재밌게 읽으셨나요? ^^
인기리에 방영됐떤 드라마 <야인시대> 부천 세트장. 뒤에 보이는 우미관 역시 플라스틱 재질로 마든 모형이다. 따라서 안에는 들어갈 수 있다. ⓒ 윤태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급차도 안전띠 매면 어떨까요? (0) | 2006.08.07 |
---|---|
"교통사고 나면, 이렇게 됩니다", 조심하세요 (0) | 2006.08.06 |
"소중한 19000원을 확실히 받아야겠다" (0) | 2006.07.27 |
위에는싱싱한 과일, 밑에는 쭈그렁이 (0) | 2006.07.27 |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얼까요? (0) | 2006.07.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