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소중한 19000원을 확실히 받아야겠다"

그루터기 나무 2006. 7. 27. 17:18

 

 

이사하면서 생긴 피해, 마땅히 배상받아야 할일인데..ⓒ 윤태

 

 

 

지난 4월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하면서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포장이사 과정에서 몇몇 살림도구가 망가진 것이다. 선풍기 날개가 부러지고, 버려달라는 고장난 옷걸이 대신 멀쩡한 옷걸이를 버렸다. 이사하면서 실수한 거 같다.

이밖에 냉장고 문이 잘 안닫히거나 좀 찌그러진 물건이 있었다. 이중에서 선풍기 날개와 버린 옷걸이 값만 시세대로 받기로 했다. 1만9000원.

이사후 아내는 이삿짐 센터에 두번 전화를 해 보상을 요구했다. 그쪽에서는 통장으로 보내 준다고 했다. 그러나 감감무소식이었다. 아내가 다시 전화해 재촉하니 이번엔 짜증을 냈다. 열심히 일해줬더니(이사해줬더니) 자꾸 전화해서 뭐라고 한다고.

적반하장이었다. 전부 다 보상해 달라고 할 수도 있었지만 그래도 사정봐줬는데, 오히려 큰소리였다. 아무래도 여자인 아내가 전화해서 깔보나보다 싶어 내가 다시 전화했다. 이사업체에 먼저 전화하고 당일 이사한 사람한테 전화해 따졌다.

"아이구, 미안합니다. 곧 보내드릴게요. 아니 한번 들를게요."

역시 아내가 전화할 때와 내가 할 때와는 천지차이가 났다. 이렇게 통화한게 벌써 20일 전이다. 결국 세 번에 걸쳐 독촉을 한 것인데 역시 말뿐이다. 그래서 오늘 아내가 다시 전화해보란다.

"받을 거 얼마지?"
"1만9000원."

만구천 원.

이거, 만구천 원 때문에 또 전화해야 하나? 마땅히 받아야 할 건데, 왜 이리 전화하기가 싫은 건지. 내 스스로 '쪼잔해진다'고 생각되고, 전화하면 이번엔 뭐라고 얘기해야 하나? 지난번에도 '세게' 얘기했는데, 이번엔 더 '세게' 얘기 혹은 항의해야 하나.

"1만9천 원, 빨리 보내달라구."

그놈의 1만9000원.
오히려 그쪽에서 나를 '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도 전화를 하긴 해야지. 마땅히 받아야 할 것이기도 하거니와, 내 스스로 쪼잔하거나 '쪽 팔리다'고 생각하기 전에, 아내의 재촉은 계속될 거니까. 아무래도 이런 문제는 남자가 나서야 해결될 것이니 말이다.

아이고, 그 놈의 '1만9천 원'

요즘 아내는 부업을 하고 있다.
'주업'은 아기보는 거고, '부업'은 무슨 제품 스티커에 조그마한 딱지를 붙이는 일이다. 엊그제 '오더(order)'를 따 왔다.

한장에 8원. 낮엔 아기 때문에 아무일 못하고 밤에 몇날 며칠을 붙이며 지문이 다 닳았다고 하소연하던 아내는 완성된 물건을 주면서 1만6000원을 받았다. 2000장을 붙였다. 지문이 다 닳도록.

"아이고, 세심하게 잘 붙이셨네요. 또 갖다드릴게요."
'눈물의 1만6000원'이다.
"새롬아(세영아) 엄마가 맛있는 치즈 사줄게."

휴~~ 가슴이 뭉클해지는군.

그래서 나는 이사업체에서 받아야 할

'그놈의 1만9000원'을 -->'소중한 1만9000원'으로 표현을 바꾸고
다시 한번 강력하게 항의한 후 비용을 받아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당시 이사하면서 부러진 선풍기 날개. 옷걸이는 버려야 할 것(사진)은 놔두고 멀쩡한 것을 내다 버렸다. 이사 업체에서. 그래서 토막난 옷걸이를 다시 합체했다 ⓒ 윤태

 

 

2006. 7. 27 오마이뉴스 동시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