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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활동중에 만나 결혼한 내 남편 직업은 '웃음치료사'

그루터기 나무 2006. 7. 18. 16:58

경기도 구리에 사는 문경희 씨(33세)는 평범한 주부이면서 낮에 유치원에 못 다니는 아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와 무료로 영어와 한글을 가르치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 씨는 더운 여름만 되면 봉사활동이 인연이 돼 웃음치료사인 지금의 남편(김형준·36)을 만난 따뜻한 사연이 떠오른다.


7년 전인 1998년 문씨는 필리핀의 해외 봉사 훈련원에서 봉사를 갔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됐다. 당시 그 남자는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 주고 늘 웃는 표정의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3개월 후 그 남자는 오지인 인도네시아 '이란자야'라는 지역으로 봉사를 떠났고 1년 후 이들은 필리핀에서 다시 만났다.


당시 그 남자는 봉사 훈련을 시범하는 과정에서 어깨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은 상태였다. 한국에 돌아가면 부모님이 걱정할까봐 일부러 그곳에서 수술을 해버린 것이다. 또한 원주민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온 몸은 상처 투성이었고 잘 먹지 못해 뼈만 앙상하게 남아 있었다고 문씨는 당시를 회상했다.


귀국한 이들은 3개월 만에 결혼했고 막 개원한 병원에 들어간 남편은 사무실에서 편한 근무를 할 수 있었지만 늘 환자들을 만나며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부서로 옮겨졌고 결국 암 환자들을 위해 살아가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남편은 연구 끝에 암 환자들한테 가장 필요한 게 웃음이라는 걸 알게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웃음치료를 하게 됐다. 당시 외국에는 웃음치료사가 활동을 했지만 우리나라에는 전무한 상태였다.


남편은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다. 처음 웃음치료를 시작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미친 놈' 이라고 비웃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울어도 시원치 않을 환자들 앞에서 웃음으로 치료를 하려고 했으니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남편은 좌절하지 않았다. 웃음을 만들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에도 부끄러워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웃음 치료로 연결하곤 했다. 아내는 하루아침에 '광대'가 돼 버린 남편을 보는 게 속상하고 원망스러워 혼자 울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특히 행정대학원 졸업 후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대학교수로 무난히 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의 그가 환자들 앞에서 광대처럼 웃어야 하는 일이 너무 싫었다고 아내 문씨는 고백했다. 창피하니까 좀 고상하게 웃기는 방법을 좀 연구해 보라고 충고도 하고 꼭 이 일을 해야 되냐며 울면서 하소연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울고 있는 아내에게 다가온 남편은 "환자들이 만약 당신 가족이라면 마음이 다를 거야. 고통 받다가 돌아가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은데. 하루라도 맘껏 웃어야 밤에 편히 주무실 수 있어. 웃음은 면역을 강화시켜 질병도 예방되고 진통제 그 이상이며 가장 좋은 약이야."라며 아내를 달래는지 설득시키는지 구분이 안 되는 말을 했다고.


이러한 노력 때문이었을까? 병원 전체에 웃음꽃이 피었고 많은 말기 암환자들의 얼굴에서 웃음을 찾을 수 있게 됐다. 결코 웃음이 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서 웃음으로써 암과 맞서 싸우는 환자들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고 아내 문씨는 말했다.


부모, 형제는 물론 아내까지도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지 않았던 외로운 시절에도 남편은 묵묵히 열정을 갖고 자신을 길을 걸어 나갔다. 그 결과 웃을 일이 자꾸 없어지는 지금 시대에 남편 같은 웃음치료사가 꼭 필요하다며 아내는 남편의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남편은 서울 상봉동에 우리나라 최초로 웃음치료 센터를 개원했다. 이 센터를 개설하기 위해 전세금을 모두 털었고 올해에만 세 번 이사했다. 그리고 지금은 월세방에서 살고 있지만 웃음치료 센터에서 남편을 통해 웃음으로 치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행복하다고 한다.

 

오늘도 남편 김형준 씨와 아내 문경희 씨는 7년 전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때처럼 앞으로도 행복을 나누는 부부가 되자고 다짐을 한다. 남편은 웃음치료사로, 아내는 동네에서 유치원 못 다니는 아이들을 몇 명 모아 매일 영어와 한글을 무료로 가르치면서 말이다. 

 


<웃음치료사 김형준 씨의 웃음치료 활동 모음>-김형준 홈페이지>

 

 

이 글은 사이트 '나누리'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