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손님오면 청소하는 것과 같은 '미리 알려주기 단속'
학교급식 식중독 사고에 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문제는 식품업계, 정부간의 부정부패, 비리 등의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식약청, 농림부 등이 학교급식 단속 등의 일정을 미리 알려줘 피할 수 있게 했다며 모 급식업체 관계자가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충격적 양심고백'을 했다는 기사가 포털 주요면에 떴다.
솔직히 따지고 보면 어디 식품업계 뿐이겠는가. 유흥업소 등에 단속 나갈때도 일부 경찰이 미리 알려주는 행태는 그동안 뉴스보도를 통해 여러번 나가기도 했다. 굳이 보도를 통해 알지 알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알려져 있다. 마치 산부인과 의사가 ‘엄마 닮았네요 혹은 아빠 닮았네요“라는 비유적인 표현으로 불법인 성별을 알려주는 것처럼... 정부 기관 혹은 지자체에서 단속 혹은 점검 나간다는 것은 집에 손님이 오면 집을 깨끗이 청소해 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진정한 단속은 교통경찰관이 길 모퉁이에 숨어 있다 안전띠, 신호위반 차량등을 적발하거나,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 프로그램에서 양심맨 최재원씨가 현장을 급습해 적나라한 부정부패 모습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고, 당황한 관계자들이 카메라를 손으로 막아대며 욕설 혹은 변명으로 일관하는 모습... 그것이야 말로 사전적 의미의 단속이자 많은 이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속이지, 식품업계의 단속은 ‘좋은게 좋은 것’이런 수준이다. 비단 식품업계만 그러겠냐 싶지만 이번 식중독 대란으로 그 폭탄을 안고 안고 있다.
길거리 과일 장사 등 생계형 단속은 어찌해야하나
우리동네, 도로가에서 트럭 과일 장사하시는 아저씨. 트럭 선반에 바구니 잔뜩 깔아놓고 열심히 과일 담고 팔고...
그런데 그 순간 1초 간에 걸쳐 짧은 사이렌 소리가 들렸고 과일을 비닐 봉지에 담던 아저씨는 신속하게 동작을 멈추고 3초만에 차를 출발시켰다. 사람의 행동이 이렇게도 민첩할 수 있을까? 나는 그저 입막 떡 벌리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곧이어 구청인지, 경찰인지 단속차량이 지나갔다.
“어? 과일 다 떨어질거 같은데....“
그러나 과일은 하나도 떨어지지 않았다. 천천히 한바퀴 돈 아저씨는 3분 후 다시 그 자리에 왔다. 그리고는 다시 과일을 담기 시작했다.
“아저씨 왜 그러신거에요?”
구청인지, 경찰인지 단속이 뜨는데, 짧은 사이렌으로 신호를 주면 한바퀴 돌면 된다는 것이다. 하루에 두 번 정도는 이렇게 한단다. 생계형 단속이다 보니 ‘잘못됐다’라고 비난 혹은 비판하기도 좀 그런 상황이다. 좋은 말로 ‘유도리 혹은 융통성’ 제대로 표현하자면 불법, 편법, 꽈서 말하면 봐주기, 짜고 치는 고스톱...
언론에 공개되면 파장 커...직업상 함구해야 하는 경호원
두 달 전 경호원 10년차인 사람을 인터뷰한적이 있다. 무척 방대한 양이었다. 유명 정치인들 행사 경호부터 대기업 회장, 사장 등 수행에 이르기까지 풍부한 경험의 그.
그때 그 경호원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기자들은 사건이 터지면 우르르 몰려가 그 상황을 취재 보도하지만 경호원들은 그것들이 터지기 전에 알고 있는게 많다.”
언론에 공개되면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사안을 늘 보고 듣는 경호원이지만 의뢰인을 수행하면서 알게 된 정보는 일체 말하면 안 된다는 철칙 때문에 함구해야하는 경호원. 가끔은 그런 비리를 알고도 묵인해야 하는 자신이 싫어지기도 하지만 경호원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그에게 있어(경찰로 직업 전환할 생각이 아니라면)서는 귀막고, 눈막아야 할 사안이다.
이야기가 좀 엉뚱한 데로 흐른 것 같다.
결론은 이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 비리...겉으로 보기엔 번지르르하고 반듯해 보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엄청나다는 것이다. 한밤중 수백마리의 바퀴벌레가 모여 있다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마는, 일시적으로 사라진 바퀴벌레의 온상을 들여다보며 “야 깨끗한데...” 라고 감탄하는 그런 사회...
비단 식품업계만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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