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블로그 후기] 흡연자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다

그루터기 나무 2007. 10. 27. 20:35

 

어제 (26일) <식당서 담배 자제 부탁했더니....>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세살짜리 아들 그리고 임신한 아내와 함께 닭갈비를 먹으러 갔다가 담배 피우는 대학생들과의 사이에서 일어난  사건을 그린 글이었습니다. 그 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수치로 보자면 트랙백을 포함해 970여개의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역시 담배는 전 국민적인 관심사인 듯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 댓글을 전부 다 읽어 보았습니다.

 

 

(아래 주소는 원글) - 식당서 담배 자제 부탁했더니..
http://bloggernews.media.daum.net/news/425671


댓글의 양상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들로 나뉘어 공방을 벌이는 형태였습니다. 흡연을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네티즌들은 그 닭갈비집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담배를 피워서는 안된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그리고 닭갈비 집이 원래부터 술집 기능을 한다는 점 그래서 당연히 담배를 곁들이게 된다는 것은 <일반화의 오류>라며 식당내 금연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흡연권을 주장하는 네티즌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습니다. 뻔히 담개연기가 있을 것을 알고 금연구역이 아님을 알면서도 닭갈비 집에 간 점, 임신한 아내와 아이를 무기로 흡연할 권리를 빼앗는 것은 저의 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많은 네티즌들이 의견을 내주었습니다. 또한 비흡연자는 피해자다라는 인식을 갖고 글을 썼으며 가족의 편의를 위해 상대방에게 금연을 강요하는 행위는 정당하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그 대학생들과 ‘역지사지’해서 생각해 보라는 등의 많은 조언과 비판을 아끼지 않으셨습니다. 흡연과 비흡연자 혹은 금연과 흡연권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공방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댓글로 이어졌습니다.


댓글을 읽고나서 저는 깊은 생각에 잠겼습니다. 원글에서 제가 주장했던 학생들 혹은 식당서 담배를 피우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비 흡연자에 대해서 배려해야 한다고 썼던 부분을 다시한번 차근차근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역지사지해보게 되었습니다.


금연 열풍에 쫓겨 설자리를 잃어가는 흡연자들 아니 죄인으로까지 취급당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흡연자들. 그들은 담배에 엄청난 세금을 내고 당연히 흡연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 사람들인데 금연이라는 거대 풍선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는 흡연자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얼마 전에 이런 풍경을 보았습니다. 양쪽이 빌라로 가득찬 좁은 골목인데 한 남자가 길가 즉 빌라 아래(현관문)쪽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때 2층 창문으로 어떤 아주머니가 얼굴을 내밀고 아저씨에게 한마디 하더군요.


“아저씨, 담배연기가 창문으로 들어오네요. 다른 데서 태우시면 좋겠어요.”


그러자 아저씨는 멋쩍은 듯이 담배를 들고는 언덕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사람도 거의 지나가지 않는 한적한 골목길에서조차 마음대로 담배를 태울 수 없다는 사실에 놀랐고 멋쩍은 아저씨의 표정을 보면서 “정말 흡연자들 설 자리 없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여하튼 이번 네티즌 댓글을 보면서 다수의 편리를 위해 소수의 권리가 뭉개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다수의 여론으로 소수를 몰기보다는 합당한 방법(흡연할 수 있는)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이번 기사가 제게 준 교훈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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