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서는 대한민국

애정표현, 둘만의 장소에서 했으면...

그루터기 나무 2007. 10. 22. 00:11
어른들 앞에서 키스하던 10대 남녀가 이를 제지하던 60대 남자에게 "무슨 상관이냐?"며 말대답을 하자, 분노한 60대가 이 10대 연인을 폭행해 입건됐다는 뉴스보도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 60대는 전에도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폭행한 적이 있다고 한다.  종종 일어나는 일이며 가끔 뉴스보도가 되지만 보도되지 않는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많으리라고 짐작한다.

이번 사건을 두고, 포털의 댓글의 향방은 주로 "10대가 맞아도 싸다" 쪽으로 흐르는 것 같다. 고등학생을 '고삐리' 중학생들을 '중삐리' 등으로 표현하면서 행실이 바르지 못한 일부 학생들을 대표라도 하듯, 이 뉴스의 당사자들이 뭇매를 맞고 있다.

누가 잘못일까?

때린 60대 노인의 잘못일까? 아니면 공공장소에서 찐한 애정행각을 한 10대 커플이 잘못한 것일까? 정답은 없다고 본다. 이 질문을 받는 사람의 연령층에 따라서 대답은 유동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간과해서는 안되는 사실이 있다. 이번 사건에서 말이다. 포털 등 뉴스보도에서는 <공공장소에서 키스하던 10대, 60대 노인이 폭행>이라는 제목으로 헤드라인을 뽑았지만, 내용을 읽어보면 실상은 제목과는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단순히 애정표현을 했다해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일단 말로 타일렀고 말대답을 하자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다는 일련의 과정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여기서 애정표현을 제지해야 되냐, 말아야하냐 하는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지만, 마땅히 정해진 바 없으므로 일단 넘어가도록 한다.

나는 30대 중반이다. 10대들의 애정, 남녀 할 것 없는 중,고교 학생들의 흡연 장면 눈만 뜨면 보인다. 전에 초등학교 운동장 스탠드에서
저녁에 담배피우던 여중생들을 훈계하다 "아저씨가 무슨 상관이냐, 담배 피우는데 뭐 보태줬냐"며 집단으로 덤벼드는데, 달리 이렇다 할 만한 방법이 없어 그냥 현장을 나와야만 했던 적이 있다. 그 후로 담배 피우는 학생들을 봐도 뭐라 하지 않는다. 좋은 소리 못들을게 뻔한 일이기에...잘못된 그들의 행동을 내가 말로 한다고 해서 고쳐질 것도 아니고, 제지하는 내 입장이나, 들으려고 하지 않는 아이들 입장이나 서로에게 피곤해짐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흡연 문제를 언급해봤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로 알려진 60대 남자가 전에 담배 피우던 학생들을 폭행했다고 하니 이와 관련해 내 경험담을 이야기해봤다.

다시 공공장소에서의 애정표현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내 입장을 정리하자면 혈기왕성하지만 10대들의 자제력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다. 사람이 동물과 다른 점이 뭐가 있을까? 길거리에 보면 개나 고양이, 쥐 등 암수 동물들이 붙어 있는걸 볼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짐승들은 즐긴다.

하지만 사람은 다르다. 상대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마음에서 겉으로 표현해내는 애정표현, 이것은 단 둘만의 공간에서 은밀하게 그리고 보다 달콤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애정표현을 하면서 굳이 남들에게 그것을 자랑하고 드러내보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둘만의 세계에서 사랑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10대들의 무분별한 성행동으로 사회를 무질서하게 하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미 사랑하는 사이라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 어떤 것도 장애물이 될 수 없을테니까.)

 

지난해, 경기도 모 처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커플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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