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정식적'으로 커트와 퍼머를 하는 아내, 이 '대단한 행사'를 사진으로 아니 남길 수 있나요?
(미용사님으로부터 초상권 허락 받았습니다)
나는 한달에 한번 이발소(미장원)에 갑니다. 같이 사는 처제는 6개월에 한번 미장원에 갑니다. 새롬이 엄마인 아내는 5년에 한번 미장원에 갑니다. 2002년 결혼 이후 2007년인 7월 14일 미장원에서 머리를 했으니 딱 5년 만입니다.
결혼 당시 아내의 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왔으나 결혼식날 머리를 올리느라 조금 손질한 이후 미장원을 찾지 않았습니다. 머리가 너무 길면 장모님이 가위로 잘라 주셨고 일년에 한 번 정도는 일명 ‘야매’로 머리를 하는 가정집(장모님이 다니시는 곳)에서 머리를 조금씩 자르곤 했습니다. 일반 미장원에서 머리를 하면 3~4만원, ‘야매’로 하는 곳에서 자르면 5천원.
아내는 집안 대소사 즉 한복을 입어야하는 가족 결혼식, 환갑연 등에도 머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적당하게 머리를 손질하고는 집안 대소사에 참석했습니다. 하루 혹은 몇시간을 가족 행사 때문에 굳이 3~5만원을 들여 머리를 손질하기 싫었던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내는 늘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그 머리 스타일이 질릴만도 하지만 워낙 검소한 성격의 아내를 잘 알고 있기에 뭐라 하지는 않습니다.
아내는 미장원 일을 무척 하고 싶어합니다. 더 쉽게 말해 머리 자르는 것을 배우고싶어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것을 배워 저와 처제, 새롬이 등 가족들의 머리를 직접 잘라주고 싶다는 겁니다. 직접 잘라주고 싶은 이유도 간단합니다. 머리자르는 비용을 줄일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내는 머리자르는 걸 연습한답시고 아들 새롬이가 잠들었을 때 몇 번 시도한적 있습니다. 물론 그때마다 ‘영구 머리’를 만들어놓았지만요. 그리고는 제가 머리자를때 아들을 데리고 가서 ‘샤바샤바’해서 아들 머리를 공짜로 자르기도 했지요.
여하튼 중요한 건 지난 14일 아내가 5년만에 공식적으로 머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조금 자르고 그런게 아니라 그동안 긴 생머리에서 짧게 자르면서 퍼머도 했다는 것입니다. 혹자에게는 일상이지만 아내에게는 대단한 행사이기에 아내가 머리하는 동안 줄곧 지켜봤습니다. 아내 자신도 5년만에 확 변하는 자기 머리 스타일에 사뭇 궁금한 듯 합니다. 당연히 궁금할 수 밖에요. 이런 큰 행사를 사진으로 안 담을수 없었지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에 머리를 한 동네 미장원에서 장모님과 처제, 아내와 아들 새롬이까지 머리를 했습니다. (새롬이는 공짜). 온 식구들이 머리를 하는 과정에서 아내와 미용사 사이가 극도로 가까워졌다는 사실입니다. 대화를 들어보니 아내와 미용사는 서로 말을 놓은 상태에서 마치 10년은 알고 지낸 사이 같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친근하게 지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워낙 남들과 쉽게 친해지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이번 온 가족의 ‘머리건’을 계기로 앞으로 그 곳 미용실에 자주 들락거릴 것이며 내가 머리를 자를 때 아들 새롬이 머리를 공짜로 깎일것이라는 것을요. 그리고 ‘샤바샤바’에서 커트하는 방법을 그 미용사로부터 배우려고 부단 노력할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 머리를 스스로 깎을 것이며 언젠가는 내 머리도 자르겠다고 가위를 들이댈 것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하지만 저는 일명 ‘마루타’가 되긴 싫습니다. 아들 녀석만 실컷 그 대상이 되겠지요. 참으로 약삭빠른 아내, 뭐라 할 수도 없습니다.
여하튼 5년에 한번 머리하는 여자, 아내 이야기를 통해 이런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독자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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