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돈 있고 "빽" 있어야 한다

그루터기 나무 2007. 5. 27. 14:32

 

오늘 다녀온 지인 아버님의 장례식이 치뤄지고 있는 청주의 한 장례식장.

 

 

문상을 다녀왔다. 지인의 아버님 별세. 올해 54세인데 폐암으로 돌아가셨다.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기 앞서 여러군데 병원을 다녔지만 폐렴, 천식 등의 진단만 받았다. 꽤 큰 병원을 다녔는데도 오진이었다. 의료사고 운운하기는 좀 그렇지만 지인은 서둘러 암을 발견해내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정말로 아주아주 큰 병원에 가서야 제대로 된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


지인의 아버지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지난해 10월 폐암 말기를 선고받으셨다. 계속되는 항암치료와 지쳐가는 가족들. 긴병에 효자 없다고 지인도 많이 지쳤다.


지난해 10월 암 진단을 받았을 당시 지인이 내게 연락해왔다. 혹시 국립암센터에 아는 사람이 없냐고 말이다. 아무리 서울아산병원이라고 하지만 국립암센터보다 더 잘 치료할 수 있으랴 지인은 생각했던 모양이다.


국립암센터에 아는 사람이 있냐고 지인이 물었지만 난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내가 이곳저곳 취재도 하고 다니니까, 혹시 국립암센터에 아는 사람이 있는가 하고 말이다. 지인은 돈 없고 ‘빽’ 없으면 국립암센터에서 치료 받을 수 없다고 내게 말했다. 아니 돈 가진 사람들은 많아도 국립암센터에서 치료 받으려는 암환자들이 줄을 섰으니 돈보다는 아는 사람 즉 “빽”이 필요했던 것이다. 지인 입장에서는 최대한 좋은 곳에서 아버지 병을 치료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고인의 바람은 연기처럼 꺼져갔다. 아직 젊은 나이 54세에 지인의 아버님은 돌아가셨다. 아직 정정한 나이에 그렇게 가셨다. 그렇게 보내야했던 지인의 마음도 편치 않았을 것이다. 국립암센터에서 치료를 받아보고 싶어 했던 지인.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갑자기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생각난다. 이 회장도 폐암 때문에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가장 좋은 병원, 암에 관해서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않았는가. 치료 이후 지금 상태는 어떻게 된 건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 문제로 언론에서 떠들지 않는 것을 보니 폐암 관련, 건강이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다.


여하튼 오늘 지인의 아버님 장례식장에 다녀와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도 암이던 기타 질병이던 간에 중병으로 생사고비를 넘기고 있을 많을 사람들, 그 중에서도 돈 없고 “빽” 없어 좋은 곳에서 제대로 된 치료 한번 못 받아 보고 ‘사형선고’를 받고 있을 많은 환자들.


이와 관련 또 다른 지인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을 했다.


“그래서 돈과 빽이 있어야 한다”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