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육아, 살림하는 아내 '인터뷰' 하다

그루터기 나무 2007. 4. 19. 11:39

 

 

육아와 살림을 동시에 하는 이 시대의 모든 엄마들, 다들 힘들고 할말도 많겠지요?

 

 

 

오늘은 육아와 살림을 동시에 하고 있는 저의 아내를 인터뷰해봤습니다. 현재 22개월된 사내아이를 키우며 살림을 하고 있는 아내,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 현재 상황 등 육아와 살림에 관련된 내용을 10문 10답으로 정리해봤습니다. 새롬이 엄마의 솔직한 심정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봤습니다. 육아와 살림을 하고 있는 또래 엄마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계신지 궁금하군요. <새롬이 아빠 주>


-다음은 1문 1답


1) 아이와 함께 하는 하루 일과는 어떤가요?

- 늘 똑같아요. 남편 출근시키고 밥 안먹겠다고 도망쳐 다니는 22개월된 아이녀석과 씨름하다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요. 낮시간에는 주로 교육방송을 보며 아이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 프로가 있는지 자세히 살피기도 해요. 주로 만화 같은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여하튼 아이와 함께 하루종일 생활한다는건 기쁨과 슬픔이 교차한다고 해야할까요?


2) 다시 직장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 아이 낳기 전 고등학교 졸업 후 10년동안 직장 생활을 하다가 아기 낳고서 집에만 있으려니 사실 갑갑하기도 해요. 돈 버는 일과 육아, 살림을 비교했을 때 어느게 더 힘들다고 이야기 하긴 좀 그렇지만 직장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해요. 돈을 번다는 것도 있지만 갇혀진 공간에서의 육아 생활에서 좀 탈피하고 싶다고 해야할까요?


3) 그렇다면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다니면 되지 않을까요?

- 그 생각을 안해본건 아니에요. 근데 남편이 걱정을 너무 많이 해요. 어린이집에서 주는 간식 먹다가 잘못되는 아이들 뉴스보도 사례를 들으며 남편은 절대로 지금 시점에서는 어린이집에 못 맡기겠다는 거에요. 지금 시점은 집에서 엄마가 봐주고 사랑을 쏟으며 놀아주는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해요. 제 생각엔 어린이집에 맡기면 어느정도 사회성도 배울 수 있고 좋을 것 같은데, 남편의 고집이 너무 완강해 그 문제는 아이가 더 커봐야 알겠어요.


4) 종종 우울증이라는 말을 하는데 아이 때문에 우울한 마음이 생긴다는 건가요?

- 종종 뉴스보도를 통해 우울증 앓고 있는 엄마가 아이를 죽이거나 학대하는 등의 사례를 보고 있어요. 제가 그 정도라는 얘기는 아니구요. 하루종일 아이와 있다보면 가끔 녀석이 이유도 없이 귀찮아질때가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누구든지 한번쯤은 생각해봤지 싶어요. 하루종일 집안에만 갇혀 아이와 씨름을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종종 우울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지 아이에게 해를 끼치거나 그 정도로 심각한건 아니에요. 우울할 때마다 위층 새롬이와 같은 연령(둘다 2005년 7월생) 엄마와 수다를 통해 풀기도 해요.


5) 아이한테 미안한 점이 있다면요?

- 너무 앞서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이 교육 문제에요. 제가 배움이 그리 길지 않아 아이가 좀더 크면 어떻게 교육해야할지 사실 막막해요. 다른 엄마들 보면 엄마들이 국어, 영어, 수학 등등 많이 가르쳐 주는데, 저는 그게 잘 안되거든요. 지금이야 그림책 보여주고 그림도 그려주고 적당히 교육하는 수준이지만 더 큰 다음이 문제에요. 그때마다 남편은 한마디씩 해요. 앞으로 6~7년 후를 왜 벌써부터 걱정하냐구요. 그래도 저는 걱정이 되는 걸 어떻게 해요...


6) 육아문제로 남편과 크게 다툰 적 있나요?

- 종종 다투는 편이에요. 얼마전에는 녀석이 워낙 밥을 안먹고 도망쳐 다니기에 제가 아이에게 야단을 좀 쳤어요. 녀석이 서운했던지 울어버리더군요. 그러면서 남편이 한마디 하더군요. 밥 안먹는다고 그렇게 다그치고 소리지르면 아이가 밥 먹냐고? 그래서 좀 심하게 싸웠지요. 그날 남편이 아이 목마 태우고 빙글빙글 돌고 말 태우고 소리 지르고 아이와 한바탕 크게 놀아주고 나니 아이가 하하하하 웃으며 기분이 좋아지더군요. 그제야 비로서 아이가 밥을 먹는데, 역시 남편 생각이 옳았어요.


7) 육아 관련해 남편한테 감동 받은 적이 있나요?

- 바로 어제 일이에요. 남편이 하는 일이 오후부터 저녁까지 집집마다 방문해 초등학생들을 지도하는 일을 하는데요, 어제 보니까 가방속에 딸기가 들어있더라구요. 그런데 딸기 상태가 안좋아요. 깨지고 눌리고... 아파트 단지 안을 돌아다니다가 싸고 맛있는 딸기가 있어 샀는데 그것을 가방에 넣고 점심때부터 저녁 10시까지 돌아다닌거에요. 교재를 꺼내고 넣고 그렇게 몇 번을 하는 동안 딸기가 상할 수 밖에요. 그래도 아들 녀석 준다고 그렇게라도 챙겨온 남편이 정말 고맙더군요.


8) 반면 육아 관련해 남편에게 서운했던 적이 있나요?

- 많지요. 주말 저녁 친정 식구들이 와서 저녁을 차리느라고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데 아이가 똥을 싼거에요. 남편이 아이의 기저귀를 한번 살피더니 그냥 방으로 들어가더니 컴퓨터를 하는거에요. 덕지덕지 똥칠을 해 놓은 아랫도리. 목욕까지 시켜야하는 상황인지라 남편은 그게 귀찮았던 모양이에요. 웬만하면 제가 하지만 그날처럼 바쁠땐 남편이 해주면 좀 좋아요? 귀여워할 때 엄청 귀여워하는데 뭔가 귀찮은 일이 생기면 바쁘다는 핑계로 피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럴땐 정말 서운해요. 다른 엄마들도 그런가요?


9) 남편이 도와줬으면 하는게 있나요?

- 크게 바라는건 없어요.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제가 바쁠때 조금씩만 아이 챙겨주고 혹은 제가 아이 챙길때 설거지를 해준다거나 방을 한번 청소기로 밀어준다거나 하는 것들이에요. 육아와 살림을 동시에 한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다 아실거에요. 그렇다고 남편이 영 도와주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때로 이 문제로 얄미울때가 있다는 거지요 ^^


10) 둘째 아이에 대한 계획은 없나요?

- 지난 9월과 이달 초에 둘째 아이를 각각 두 번이나 실패했어요. 왜 그렇게 됐는지는 몰라요. 새롬이 녀석이 너무 치근대고 저한테 달라붙어서 그거 응대하느라 몸에 무리가 가서 그런거 같다고 남편이 얘기하기도 하는데요. 정확은 원인은 모르죠. 여하튼 두 번이나 실패하고 나니까 다시 둘째를 갖는다는게 좀 두렵기도 해요. 또 다시 실패할까봐요. 그래도 하나보단 둘이 있어야 아이 교육상, 정서상 도움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에 경제적, 교육적 비용 등을 따지기 앞서 둘째를 갖긴 가질거에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