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원짜리 신권 ⓒ 윤태
매월 셋째, 넷째주가 되면 바쁜 일이 하나 생긴다. 학부모님들로부터 교육비를 받아 회사 계좌에 입금하는 일이다. 교육비는 학년 등급에 따라 각각 65000원, 69000원이다. 모두 자동이체로 교육비를 받으면 편리하겠지만 사정에 따라 현금으로 주시는 학부모님들이 더 많다. 이때 일일이 받아 자동입출금기(ATM)에 넣어야 한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성남이다.
어제(22일)도 세명의 부모님으로부터 현금으로 교육비를 받았다. 해당 은행 자동화 코너에서 자동입출금기를 이용해 입금을 하려고하는데 5천원짜리 신권은 입금되지 않았다. 다섯개의 입출금기가 있는데 신권은 입금이 안되는 것이었다. 하는 수 없이 은행으로 들어갔다. 천원짜리 혹은 5천원짜리 구권으로 바꿔야한다. 카드 홍보를 하는 카드사 직원에게 바꿔줄수 있냐고 했더니 잔돈이 없단다.
아무 창구로가서 바꿔달라고 하고 싶었는데, 창구에는 이미 사람들이 일을 보고 있었다. 5천원 짜리 신권을 천원짜리로 바꾸는 간단한 일이지만 순서를 지켜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도리 없이 번호 대기표를 뽑았다. 수업 시간(내가 하는 일은 토론식 논술 수업)은 다가오고 내 순서는 오지 않고...늦을까봐 조바심이 났다.
속으로 은근히 화가 났다. 자동입출금기(ATM)에 5천원짜리 신권이 입금만 되면 1분도 채 안걸릴 일인데, 벌써 나는 10분째 기다리고 있다. 나는 기다리다 못해 은행 내 청원경찰한테 5천원짜리 신권을 들고 가서 천원짜리로 바꿔줄수 없냐고 다급하게 물었다.
청원경찰은 안쪽으로 들어가 천원짜리 지폐 다섯장을 가져왔다. 그러면서 직원들이 안바쁠땐 아무 창구에서나 천원짜리로 교환해 주지만 바쁠땐 자신한테 와서 바꿔달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 그의 말이 맞았다. 은행 직원들은 항상 바쁘기 때문에 창구는 이용하기가 사실상 힘들었고, 이 청원경찰을 통해 천원짜리로 바꾸고 카드를 이용해 회사계좌로 입금해야 했다.
오후에도 두명의 학부모로부터 교육비를 받았다. 역시 5천원짜리 신권이 들어있었다. 그래서 위와 똑같은 방법으로 청원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천원짜리 지폐로 바꿔 입금을 할 수 있었다. 번거롭긴 했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는 청원아저씨께 물었다.
“아저씨, 신권 5천원짜리는 언제부터 자동입금(ATM) 할 수 있나요?”
“글쎄요. 아직 한국은행서 내려온게 없어서....” 라며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참으로 답답함을 금할 길이 없다. 폰뱅킹, 인터넷뱅킹, 자동이체 등으로만 이 업무를 해결한다면 오죽 좋겠지만 현금을 입금해야 하는 이용자에게 있어서는 큰 불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내년에는 1000원, 10000원 신권 지폐가 나온다고 한다. 이에 맞춰 새 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 보급률이 저조하다는 기사를 최근에 본적이 있다.
화폐를 작고 견고하게, 위조방지 등 최첨단 과학을 이용해 잘 만드는 것이 무척 중요하지만 자동입출금기(ATM)보급 등 일반인들이 금융업무를 보는데 있어 최소한의 불편이나 이를 미리 예상해 새 기기 보급 물량을 미리미리 확보하는 등 금융계(권)의 발빠른 조치가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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