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좋아하는 돈입니다 ⓒ 윤태
어떤 돈이 정말 가치 있는 것일까?
여러분은 한번쯤 부자가 되는 꿈을 꿔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만약 내게 100억원이 생긴다면 멋진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고생하시는 부모님과 형제들에게 몇 십억씩 떼어주고 건물 몇 채 사서 세 주며 그 돈으로 평생을 먹고사는 꿈 말입니다. 물론 다니던 직장은 소리소문 없이 최대한 빨리 사표를 내고 잠적해 버리는 것입니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가 잠이 들면 어느덧 냉혹한 아침이 찾아오고 만원 지하철에 피곤한 몸을 맡기며 고달픈 직장생활이 시작됩니다.
예전에 70억원의 비자금이 숨겨진 금고가 강남 논현동의 한 빌라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신문에 난 돈다발 사진을 보면서 참으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 저렇게 많은 현금이…. 혹시 저거 사진 촬영하기 위한 쇼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쇼'같은 사건이 현실로 발생해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사진을 함께 보던 아내에게 "이거 다 당신 줬으면 좋겠지?"하고 물었더니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건 대답 안 할래"하고 아내는 말합니다.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합니다. 70억원 돈다발. 부정한 그 많은 현금을 들고 다니며 여러 은행들을 전전긍긍하며 입금할 수도 없는 노릇. 방안에 가득 쌓아 놓고 내심 불안해 했을 그 모습을 떠올리면 웃음이 납니다. 또 그 돈을 사용하려면 현금을 '보따리째' 들고 다니며 누군가에게 건네고 해야할텐데 말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샐러리맨들에게는 귀에 와 닿지 않는 사건입니다. 언제인지 기약도 없는 내집 마련을 위해 작은 꿈을 열심히 키워 가는 샐러리맨들에게는 정말 힘빠지는 이야기입니다. 또 좀더 나은 집, 좀더 평지로 전셋집을 옮기기 위해 열심히 뛰는 이들에게 "처음에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야" 하는 일반적인 말은 이 돈다발 앞에서는 쓸데없는 말일뿐입니다.
'돈 빌라' 사건이 있는가 하면 평생 어렵게 모은 수십억원의 재산을 사회에 기증한 분도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너무나 잘 알고 계시겠지만 충남대학교에 평생 모은 재산 50억원을 기증한 김밥할머니 있지 않습니까. 자식이 없는 것도 아닌데 그 많은 재산을 아낌없이 기증했을 때 그 돈의 가치를 사람으로 비유하자면 얼마나 고결한 것인지.
회사의 공금을 빼돌려 유용하려 한 70억원의 '돈 다발'은 김밥할머니의 50억원에 굳이 비유하자면 '10원'의 값어치도 나가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게 돈입니다
돈이 얼마나 더러운지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여러분은 잘 아실 것입니다. 오죽하면 며칠 전 신문에 돈을 세탁할 수 있는 '돈 세탁기'가 등장했겠습니까? 이 기계는 지폐에 묻어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깨끗이 청소하고 허브 향기까지 나게 한답니다. 그야말로 더러운 돈을 기분 좋게 만드는 '돈 세탁'입니다.
한편 정치권 등 권력의 중심에서도 '돈 세탁'을 하는 이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돈 세탁을 잘해도 향기는커녕 오히려 더 구리기만 합니다. 그 구린내가 어찌나 지독한지 아무리 뒷처리를 잘한다고 해도 끝내 누구의 엉덩인지 곧잘 찾아내곤 합니다.
어떤 이는 냄새를 없애기 위해 '똥 휴지'를 태워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냄새는 사람의 뒤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어찌 모르실까. 여하튼 정치권에 돈 세탁기를 좀 많이 보급해야겠습니다. 구린내 나는 돈 모조리 허브 향기로 바꾸게 말입니다.
돈은 한편으로 무섭기도 합니다. 돈 때문에 심지어 자신의 부모를 해치는 경우도 우리는 종종 봅니다. 말이 좋아 '해친다'지 잔인한 수법의 살인까지 저지르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얻은 돈을 이용하게 되면 마음이 편할까요? 물론 피의자 본인은 '피치 못할 사정(주로 카드값)'으로 일을 저질렀다고 경찰서에서 털어놓지만 부모를 죽이면서까지 꼭 돈을 취해야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보니 돈의 성격이 혼돈됩니다. 첫째 좋은 것도 같고 둘째 더러운 것도 같으며 셋째로 무섭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첫째는 적당한 돈으로 적절하게, 필요한 곳에 쓸 때이고 둘째는 부정한 방법으로 돈을 모을 때이며 셋째는 돈에 눈이 멀어 세상을 등지게 할 정도로 잔인해 질 때입니다.
돈이 없으면 마음도 편해집니다
간혹 직장 동료에게 돈을 빌려주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게는 몇천 원에서 많게는 수만원까지. 수만원 같은 경우는 선뜻 빌려주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주 급한 건 아니지만(다음날 해도 되지만) 그 시점에서 돈을 꼭 쓰고 싶을 땐 더더욱 그렇습니다. 없다고 하자니 괜히 미안하고, 내어주자니 그 돈으로 해야할 일을 못하게 되어 속으로만 끙끙 앓고…. 또 어떤 이는 빌려주면 잊어버리기 일쑤라 매번 꾸어간 돈 갚으라 말하기도 그렇고…. 이런 이유로 빌려주는데 애를 먹을 때가 종종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아마 이런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땐 차라리 돈이 없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상대방이 보자한 것도 아닌데 내가 먼저 지갑을 까발리며 "전 재산이요"하고 말하면 문제는 해결됩니다(물론 지갑속에는 천원짜리 서너장이 전부). 상대방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없어지고 혹시 상대방이 나를 '좀팽이'로 생각할지도 모른다는 찜찜한 마음을 눈앞에서 확인시켜준 셈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돈이 있으면 마음이 불편해지는 법. 금요일 저녁에 월급을 받아 입금을 못 하고 집으로 가지고 오면 괜히 불안해집니다. 평소 생각지도 않았던 도둑이나 강도를 염려하게 되고 건너방 서랍속에 넣어도 될 돈을 꼭 머리맡에 두고 잡니다.
이밖에 전세계를 막론하고 복권 당첨으로 큰 돈을 거머쥔 사람의 상당수가 마음은 물론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를 여러분은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이들은 복권에 당첨되기 전의 나날들을 그리워할지도 모릅니다.
돈에 대한 가치관은 어려서부터
요즘 아이들은 참 영악한 것 같습니다. 두 세 살 어린아이들도 큰 돈, 작은 돈을 구분할 줄 압니다. 명절이나 모처럼 만나 용돈을 줄 때 '배춧잎'을 요구하는 어린아이들을 몇 번이나 보았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천원짜리 예닐곱장 쥐어줘도 그저 배춧잎을 찾습니다.
간혹 어떤 엄마들은 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삼촌이 세뱃돈 주면 '배춧잎'달라고 말입니다. 이 어린 아이가 무얼 알겠습니까? 천원이니, 만원이니, 배춧잎이니 다 소용없습니다. 아기들의 머릿속엔 삼촌이 쥐어주는 시퍼런 것=까까라는 등식 만이 들어 있습니다. 이런 어린아이들에게 돈의 가치나 쓰임새보다는 돈의 크기, 액수를 먼저 가르쳐서는 안 되겠습니다. 이는 어쩜 부모님 즉 어른의 욕심을 아이를 통해 채우려는 얄팍한 수로 비쳐질 수도 있는 일입니다.
아이의 사리판단이 분명해지는 시점에는 부모님이 용돈을 줄 때 신중해야 합니다. 왜 돈이 필요한지, 어떤 품목이 필요한지 등을 자녀들로 하여금 꼼꼼히 따지게 하고 용돈을 주고 난 후에도 그 돈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자녀들에게 가계부를 적게 하는 등 작은 경제 원칙을 알려줌으로써 돈의 가치를 스스로 깨닫게 해야 합니다.
집이 좀 잘 산다고 해서 무차별적으로 많은 용돈을 주는 것이 결코 자녀를 위한 것이 아니며 더 나아가 이러한 습관이 지속되면 성인이 되어서도 아이의 경제적 자립심은 부모의 재산 속에 푹 묻혀 있을 것입니다. 이점을 꼭 기억해 두시면 좋겠습니다.
돈이 있으면 세상 못하게는 뭐가 있으랴? ⓒ 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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