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여유만 된다면야 둘 셋 낳고 싶죠"

그루터기 나무 2006. 9. 20. 15:21

 

 

 

어릴적 가족사진. 저희 형제는 여섯명입니다.

 

 

제 동기는 딸 둘, 아들 넷으로 모두 여섯입니다. 일곱째 막내가 있긴 했지만 빛을 보진 못했습니다. 부모님 동기분 또한 저희 형제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대가족 환경에 익숙한 저는 가족들이 북적이는 것을 좋아합니다.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족보를 즐겨 보시는 아버지께서는 자손이 번성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아내한테 "아들 하나 더 낳으면 천만 원 준다"고까지 말씀하셨습니다. 양육비에 보태라고 돈을 주시는 게 아니라 아들을 낳았으니 대견해 상금으로 주시는 겁니다. 옛 것을 중시하고 남아를 선호하는 아버지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하고 남습니다.


장인어른 또한 자손에 대한 욕심이 대단하십니다. 특히 딸만 셋인 장인어른 입장에서는 자손에 대한 마음이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장인어른은 아내에게 아기를 맡겨놓고 직장에 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도 말라고 말씀하십니다. 둘, 셋, 넷 힘이 닿는 데까지 많이 낳으라고 하십니다. 아내가 양육비 등 걱정을 말씀드리면 설마 밥 못 먹고 살겠냐며 목소리를 높이십니다. 안되면 시골 내려가 농사지으면 먹을 것은 나오지 않겠느냐 하는 것입니다. 막걸리와 더불어 삼강오륜에 푹 빠져 계신 장인어른 입장에서 보면 이 또한 충분히 이해하고 남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교육 뭐 그 까이 꺼 그냥 대충 의무교육 마치고 제 밥벌이하면 되지"라고 생각하시는 듯합니다. 아기를 더 낳으라고 말씀하시는 장인어른 앞에서는 그냥 "예"라고 대답을 합니다. 물론 결정은 아내와 저희가 하는 것이지요. 그 결정이란 것 또한 현실의 벽에 막혀 쉽게 내리고 자시고 할 만한 성격도 아닙니다.

 

 

현재의 우리 가족 모습


 

요즘 들어 아내는 제게 둘째에 대해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얼른 둘째 낳아 키워놓고 자신도 직장생활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저는 선뜻 뭐라 대답해주질 못합니다. 대가족 분위기를 좋아하고 그런 환경에서 자라온 저로서는 마음이야 둘 아니라 셋, 넷도 낳고 싶지만 첫째인 새롬이한테 뭐 하나 반듯하게 해줄 수 있는 여건도 안 되는데 쉽게 둘째를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둘째를 낳고 싶다는 혹은 얼른 낳아야겠다는 마음만 앞서게 되는 거지요.


솔직히 지금 받는 월급도 3인 가구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칩니다. 정확히 말하면 13만원이 부족합니다. 물론 새로 시작한 회사이고 수익이 창출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기로 했지만 이는 엄연한 미래의 일이고 늘 불안한 것이 미래다 보니 둘째를 낳는 일 또한 신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또 급여가 오른다고 해서 이만 믿고 덜컹 둘째를 낳을 수도 없는 일이지요. 그렇다고 그 어떤 지원책을 마냥 기대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은 눈과 귀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현실성이 부족하고 단발적이며 일시적인 정부 정책. 지자체에 따라 다르지만 셋째 아이 출산부터 자연분만시 의료보험혜택으로 분만비용을 지원하고, 보육비 지원하고 약간의 세금감면 혜택 주고…, 하나 키우기도 힘든 판에 이런 혜택 받으려고 셋째까지 낳는 부부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미 셋째아이가 예정된 가정에서나 받을 수 있는 혜택이겠지요.


저는 국익이나 경제 논리를 떠나 개인의 행복추구 차원에서 둘 이상은 낳아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정말 어느 정도 여유가 되는 분들이라면 둘째, 셋째를 적극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둘 이상의 자녀는 커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부모님의 행복과 함께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교육 등에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큰누나와 큰형이 각각 형제와 남매를 두고 있는데, 아들 하나만 두고 있는 작은 누나와는 교육 차원에서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혼자 자란 아이는 말, 행동하는 것이 둘 이상 자녀 속에서 자란 아이들과는 다릅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역시 아이들이 많은 집이 모든 면에서 화목하다는 것을 느낍니다.


저와 동갑인 큰형수는 아이들이 각각 아홉 살, 일곱 살인데 아이들과 더불어 왁자지껄 사는 모습 보면 무척 행복해 보입니다. 큰 형과 더불어 부부가 맞벌이를 하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아이들에게 좋은 것 많이 해주는 모습 볼 때면 참 부럽습니다. 우리 새롬이는 기저귀와 분유를 제외한 거의 모든 용품은 누군가가 쓰던 것 받은 것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배냇저고리부터 시작해 유모차, 보행기, 책, 장난감 등등.


내가 지금 당장 아기에게 해줄 수 있는 물질적인 것은 별로 없습니다. 다만 녀석의 웃는 모습을 열심히 사진 찍어 육아기 올리고 이를 보면서 행복해 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지금은 웃는 모습으로 행복을 느끼지만 조금 더 크면 그 웃음을 보면서 육아, 교육비 등으로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만약 회사가 엄청 잘 돼 경제적으로 매우 안정이 되거나 로또복권이라도 당첨돼 돈의 구속으로부터 자유롭게 된다면 그땐 둘째, 셋째까지 낳을 것입니다. 키우는 재미에 우리 부부는 행복할 것이며, 새롬이도 형제가 생겨 외롭지 않고 우애를 배우며 자랄 것입니다. 더불어 손이 많은 걸 바라시는 시골과 처가 부모님의 기대와 바람도 저버리지 않는 효자효녀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한 살이라도 젊을 때에 그런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역시 하나는 외롭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