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뮤지컬 미스사이공을 보고 나서..."티켓 너무 싸다"

그루터기 나무 2006. 9. 15. 15:21

 

 

 

뮤지컬 미스사이공 R석 티켓 두장, 가격이 장당 13만2천원이다. ⓒ 윤태

 

 

지난 주 토요일 ‘뮤지컬 미스사이공’ 초대권이 생겨 아내와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세계 ‘빅 4 뮤지컬’ 중 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미스사이공.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철수하는 미군 병사 크리스와 미군들을 상대로 운영하는 베트남 사이공의 한 술집에서 킴을 라는 여자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지만..., 이런 내용을 담은, 결국 비극으로 끝이 나는 뮤지컬입니다.


여하튼 공연 날짜를 기다리며 기대감과 설레임이 가득했습니다.


사실 초대권을 우편으로 받고 나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격이 무려 13만2천원이나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받은 티켓이 R석(로얄석)이라 그만큼의 값어치는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싼 건 사실입니다.


제 기준에서는 아직도 문화생활이란 영화나 연극, 공연 등을 아내와 손 잡고 보는 것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할인해 3-4천원 짜리 영화만 보다가 그리 비싼 뮤지컬은 보자니 떨릴 수 밖에 없지요.


뮤지컬이 시작되면서 참으로 많은 연기자들이 무대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적어도 50여명은 돼 보였습니다. 웅장한 무대장치와 실감나는 배경을 그 안에 어떻게 저렇게 제작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스케일’이 엄청 큰 뮤지컬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볼 때마다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좀 엉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월드컵 경기 할 때 선수나 공을 보지만 그 와중에 심판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기도 하고, 지하철이 땅 위로 나왔을 때 햇빛에 비치는 먼지들을 유심히 살펴보는 등 스포트라이트와 함께 주변 상황을 좀 살피는 편이지요.


이날도 그랬습니다. 남녀 두 주인공에게 조명이 비추고 열연하고 있을 때 주변에서 잡담하며 술 마시고 담배피우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혹시 그 순간의 ‘아웃사이더들’은 어떻게 연기를 하고 있나 보기 위해서지요. 혹시 조명이 없는 사각지대에 있다는 생각으로 ‘대충’?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옥의 티를 잡아내려는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요.


그러나 그런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작은 동작, 얼굴 표정하나하나 연기자들은 허투루 연기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연극 속에서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관객들의 시선이 동그란 조명 속 남녀 두 주인공에 모아져 있을 때 그 주변의 연기는 참으로 완벽했습니다. 프로정신이 느껴졌다고나 할까요?


연극이 끝나고 기립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영화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과 인상을 머릿속에 간직하고는 대극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는 티켓을 다시 한번 꺼내보았습니다. 1층 B열 103번 132,000원... 아내 티켓과 합치면 26만4천원, 굳이 현실의 경제생활로 따지자면 각각 두달치 기름값과 반찬값이지요, 어찌 생각하면 2시간 30분 뮤지컬 보는데 그 돈을 사용했다고 한다면 ‘아깝다’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그 뮤지컬을 보고 난 후 그 비용에 대한 느낌이 어땠는지 아십니까?


“관람료, 너무 싸다” 였습니다.

 


 

뮤지컬이 끝나고 난 후 인사하는 배우들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