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글은 지난해 이맘때쯤 아내가 아기를 낳았을 때 모유수유와 관련해 아내와 제가 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분유에 대한 텔레비젼 등 광고는 많은데, 모유수유 광고는 왜 없을까요? 미국의 경우 대대적으로 모유 수유 캠페인을 벌인다고 합니다. 모유의 장점이 과학적으로 명백하게 밝혀진 지금,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에서 나서서 공익캠페인 형식으로 모유를 널리 알렸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새롬이 아빠 주>
저는 요즘 '새롬(세영이)이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기'라는 부제를 달고 아기를 기르면서 경험하는 것들을
글로 써 <오마이뉴스>에 올리고 있습니다. 최근에 올린 육아기 중에 '모유수유 위해 나는 어떤 노력했나'라는 글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젖이 잘 나오게 하기 위해 좌충우돌 온갖 수단을 동원하지만 그래도 수월하지 않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KBS 2TV
<주부, 세상을 말하자>에서 이 글을 보고 연락이 왔습니다. '모유 수유'를 주제로 방영을 하는데 패널로 나와 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유일한 남자 패널이라 쑥스럽긴 했지만 아내의 동반출연에 힘을 얻어 지난 22일 녹화장에 갔습니다. 이날 녹화한 내용은 23일 오전에
방영됐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매우 유익한 정보, 내용인데 방영시간이 황금시간대가 아니라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아내와 저를 포함해 그날 패널로 출연한 몇몇 분들의 주요 발언 내용을 모니터링 했습니다. 임신 중이거나 출산을 한 임산부들께 모유에 대해 이해를
돕는 유익한 정보가 됐으면 합니다. 주로 모유 수유자 혹은 실패자들의 경험담을 생생하게 실었습니다.
<패널로 참석해 발언하는 우리 부부>
MC(정용실)-최근 열린우리당 이은영 의원이 제출한 '젖먹이
건강증진법'은 어떤 내용 담고 있나
고명희 팀장(소시모 팀장)-병원이나 조산소 등에서 모유 양이 부족하거나 질병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입원기간 동안 모유만 사용하고 분유나 이유식 등 모유대체식품을 사용하려면 반드시 산모나 가족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MC-이런 법안이 추진되는 이유는 모유 수유율이 낮기 때문인데 어느
정도인가.
신순철 실장(대한가족보건협의회)-일본, 미국이 45~50%이고 핀란드, 스웨덴 같은 북유럽 국가들은 90%가
넘는다.
이근 교수(이대 동대문병원 소아과)-지난해 말 이대병원에서 자체 조사한 생후 3개월 신생아에 대한 모유 수유율은 50%.
6년 전 같은 조건에서 조사했을 때 27% 이었으니까 현재 시점으로 말한다면 그리 뒤떨어지는 건 아니다. 미국, 일본 수준과 비슷하다.
MC - 주부들 중에서 모유를 먹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이승희(27, 첫아기 때 실패, 둘째 쌍둥이 모유수유 중)-아토피, 천식, 비염 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정보를 들어 모유를 먹이게 됐다. 또 분유 값도 절약된다. 그리고 아기와 친밀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첫 아이 때 실패했지만 둘째 쌍둥이는
철저하게 모유 수유할 예정이다.
서은숙(33, 첫아기 분유, 둘째 모유수유 중)-첫아이 낳을 때 28살 이었는데 병원에서도 모유수유
권하지 않고 산후 조리원에 갔는데 그곳에서도 교육이 없었다. 모유에 대한 정보와 교육이 없어 그냥 분유 먹였는데 둘째 낳고 보니 젖을 물린다는
건 엄마의 특권임을 알게 됐다. 최대한 할 수 있는 데까지 모유 먹이기로 결심했다.
<모유수유하는 산모>ⓒ 윤태
정지아 교수(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과)-먼저 면역력을 증강시켜 각종 병균으로부터 감염을 줄일 수 있고 소아 알레르기와 비만 등에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또한 아이큐를 높이고 출산과정으로 스트레스를 겪은 아기에게 정서적인 안정감을 주고 감성발달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와 함께 산모는 자궁수축을 도와 출혈이 적고 완전수유를 하면 피임도 되기 때문에 터울조절도 가능하다. 끝으로 유방암, 난소암 발생률을 낮추고 폐경기 이후 골다공증을 줄이는 등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MC-이러한 모유수유의 장점에도 산모들이 중도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아내(김령희, 31, 생후 40일, 혼합수유 중)-나 같은 경우 조금 있으면 다시 출근해야하는데 걱정이다. 직장 내에서 유축을 해 모유를 먹이는 방법이 모유와 일을 병행하는 길인데 쉽지가 않다. 며칠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봤는데 어떤 산모가 회사 내 창고 같은 곳에서 유축을 하는 장면을 봤는데 위생적으로도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 친구들 중에서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 직장을 그만 두는 경우도 있었다.
안경애(36, 초등학교 교사, 초산에 쌍둥이 모유수유 중)-일부 의료인들의 무지와 편견도 모유수유에 방해가 되고 있다. 아기 낳고 4개월 후 자궁 치료하러 병원 갔는데 의사가 아직도 모유수유하고 있느냐며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모유는 6개월 지나면 영양가도 없고 게다가 쌍둥이가 먹으니 양도 불충분한데 이렇게 먹이다간 부인과 질병이 오고 노후 몸이 상할 거라고 했다. 의사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모유의 장점을 잘 알고 있는 나로서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황승희(34, 생후 5개월 첫 아기 수유 중)-젖양이 충분하지 않다. 젖을 먹고 나서도 아기가 울어대고 그래서 분유를 먹이면 아기가 엄청 먹는다. 결국 젖이 부족해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이 매우 많은 것 같다. 결국 젖이 잘 안도는 것 같은데 빈 젖 물리고 있으면 옆에서 애 성질 버린다고 얘기하고… 결국 혼합수유 하다가 분유로 돌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김영진(42, 첫째 둘째 실패, 셋째 임신 중)-분유광고가 모유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본다. 텔레비전에서 분유를 먹으면 황금 변을 본다고 광고하고 또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좀 크면 '모유 먹였어요, 분유 먹였어요?' 라고 묻는 게 아니라 '어떤 분유 먹였어요?'라고 묻는다. 또 과거에 우량아 선발대회에서도 마치 분유를 먹어서 튼튼한 것처럼 광고를 하는 등 분유광고에 각인이 돼 있는 것 같다.
정지아 교수(한림대 강동성심병원 소아과)-병원에서 모유수유룰 방해하는 요인으로 수술분만, 신생아실 분리, 분만 후 첫 모유수유 지연, 병원에서의 분유수유 등이 있다. 특히 병원에서 분유나 혼합영양이 모유수유를 실패로 이끄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아기가 모유에 익숙해지기 전에 분유를 추가하면 아기는 빨기 쉬운 분유를 선호해 결국 모유수유에 실패하게 된다. 분만 후 첫 수유는 반드시 모유수유로 해야 한다.
<분유통에도 모유가 가장 좋다는 문구가 적혀 있다>ⓒ 윤태
MC-모유수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모유수유를 늘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승희(27)-산후조리를 직접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산후조리원에 가면 비용이 너무 비싸다. 그렇다고 집에 산후도우미를 부르는 것도 부담된다. 친정 엄마께 맡길 형편도 안 되고 신랑도 늦게 퇴근을 하니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온갖 집안일에 젖까지 먹이려고 하니 산후조리를 제대로 못해 몸에 무리가 왔다. 허리 디스크도 오고 약물치료를 하니까 병원에서 모유를 끊으라고 권유했다. 오죽했으면 그랬겠는가. 모유수유는 가족 모두가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퇴근하면 남편들도 좀 거들어줬으면 좋겠다.
필자(윤태)-모유수유를 늘리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은 가슴을 열심히 마사지해주는 것이다. 대부분 알고 있지만 힘들고 귀찮으니까 실천이 안 되는 것 같다. 물론 나 같은 경우는 다른 분들과 상황이 다르다. 재택근무를 하니까 다른 남편들보다 훨씬 수월하게 공동 육아를 할 수 있다. 직장 생활 하면서 피곤한 거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아기와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하게 젖을 빨 수 있도록 남편들이 도와줘야 한다. 거창하게 살림을 다 맡으라는 얘기도 아니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내의 손이 가지 않게 스스로 하는 등 가능한 한 신경을 많이 써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안경애(36)-신생아실에 있는 간호사 중에 산모 정도의 상식도 모르는 분이 있는 것 같고 산부인과에서도 모유수유에 대해 실수를 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따라서 모유수유에 대해 의사, 간호사들에 대한 교육을 강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기가 처음 대하는 곳이 병원이기 때문에 그곳에서 모유수유를 위한 충분한 지원이 있어야 된다고 본다.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참세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르포>고시텔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와서 (0) | 2006.07.23 |
---|---|
화장실서 사체 방부처리하던 현장 보고나서-외국인노동자집 취재 후기 (0) | 2006.07.21 |
"아무리 힘들어도 우리가 돌봐야 할 식구들인데요" (0) | 2006.07.17 |
산삼 112뿌리 캐 횡재....알고 보니 (0) | 2006.07.15 |
<르포>과속방지턱, 가능하면 많이 설치해주세요 (0) | 2006.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