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유방암 진찰 경험기 '근심, 걱정, 초조, 불안'

그루터기 나무 2007. 10. 28. 18:16

 

모유수유중인 아내 가슴에서 몽우리 발견


 

유방암에 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있군요. 블로거 까시님의 “아내의 유방암  투병기”를 비롯해 토토님의 “두번 다시 받고 싶지 않은 유방암 검사”라는 글은 여자로써 유방암, 자궁암 받아야 하는 곤혹스러움을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그래도 자가지단해 스스로 잡아낼 수 없다면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함이 옳겠지요.


제게도 아니, 저희 아내도 유방암, 자궁암 검사 모두 받았습니다. 그것도 모두 남자 의사선생님한테 말이지요. 특히 유방암 검사...아이 낳고 모유수유를 하던 어느 날 한쪽 가슴에서 밤알 크기의 딱딱한 몸우리가 발견되면서 소동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럼 2년전 당시 이야기를 회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어느 순간에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 아내의 한쪽 가슴에 밤알 크기의 딱딱한 몽우리가 발견된 것입니다. 그 몽우리가 출산 전부터 있었던 건지는 아내도 저도 모릅니다. 젖을 먹이다 보니 어느 순간 그것이 만져졌던 것입니다.


산부인과에 전화도 해보고 출산 후 진찰을 받으러가서 선생님께 물어봐도 역시 대답은 "유선이 뭉쳤다"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마사지해서 풀어주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그런가보다 하고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저 산부인과 의사선생님의 말씀대로 뭉친 것을 풀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장모님과 제가 번갈아가며 뜨거운 수건 찜질을 했습니다. 수건의 뜨거운 열기와 계속되는 손동작으로 온 몸이 땀범벅이 되기를 수차례. 그러나 몽우리는 풀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젖(유선)뭉쳤다는 의사 말씀... 시골 어머니는 큰걱정


아내와 저는 얼마나 심하게 뭉쳤기에 이래도 안 풀어지는가 하며 의아해 했지만 역시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몽우리에 대해 들으신 시골 어머니가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전화를 하시어 "병원은 가봤느냐? 몽우리가 아프냐? 산부인과 말고 큰 병원 가서 진찰받아봐라"는 등 매일 걱정을 하셨습니다. 그러면 저희는 "별거 아니고 유선이 뭉쳐서 그렇다는데 잘 안 풀어진다. 계속 풀어주고 있으니 너무 염려 말라"며 어머니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시골 어머니 마음은 그렇지가 않았습니다. 믿을 수 있는 어떤 결과물을 보기를 원하셨습니다. 그러나 모유 수유 중인 이 상황에서 저희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산부인과 의견 듣고 열심히 풀어주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론 어머니 말씀처럼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은 20대 여성에게서도 유방암 발생이 빈번하다는 뉴스가 제 귓가를 맴돌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저는 속으로 '설마'했습니다. 이런 저런 인터넷 정보를 찾아보며 역시 모유 수유와 관련된 것이겠거니 생각하고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하루하루를 지냈습니다.


그리고 확실하게 몽우리를 풀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몇날며칠을 어깨가 빠지도록 뜨거운 수건 마사지를 했습니다. 그러나 몽우리가 부드러워지거나 작아지는 등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아내와 저는 의심과 함께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계속되는 어머니의 전화는 걱정을 더 부추겼습니다. 어머니는 "너희 이모도 어느 날 몽우리가 잡혀 병원서 암으로 진단됐는데 다행히 초기라 간단한 수술로 완치됐다. 그러니 너희들도 얼른 병원 가봐라"고 말씀하시고 저희는 "이모는 수유 중에 그런 게 아니라 평상시에 그런 게 아니냐"고 응수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젠 어머니보다도 제가 더 참지 못할 지경이 됐습니다. 속 시원하게 결과를 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저나 아내나 어머니 모두 할 것 없이 근심 걱정 초조 불안으로 스트레스만 쌓여갈 게 분명했습니다. 그래서 병원에 가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산부인과 간호사 왈 "유선 뭉치것 같지 않다"


마침 산후 조리가 잘됐는지 최종 점검을 받으러 산부인과에 가는 날이었습니다. 산부인과 들렀다가 일반 병원에서 유방암 검사를 받아볼 참이었습니다. 산부인과에서 의사 선생님을 만나기 전 우리 부부는 친하게 지내는 간호사와 몽우리에 대해 이야기를 먼저 나누었습니다. 아무리 애를 써도 풀어지지 않는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멍울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유선이 뭉친 것 같지는 않다. 선생님께 자세히 여쭤봐야겠다"고 말하며 너무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어찌 걱정이 안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는 초음파나 방사선 등을 촬영해서라도 진찰을 받아볼 참이라고 하니 간호사는 "수유 중이라 초음파 검사를 해도 다른 질병과 구분해내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니 더욱 막막했습니다. 시원스럽게 답을 알아낼 수도 없다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습니다.


드디어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직접 만져보고 진찰한 결과 "유선이 뭉쳤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몽우리를 눌렀을 때 젖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유선이 뭉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부부는 시골 부모님이 무척 걱정하시기에 초음파나 방사선 등의 검사를 하고 싶다고 하자 산부인과 선생님은 인근 방사선 전문병원을 소개해주었습니다.


산부인과를 나오면서 아내는 방금 전 진찰에 대해 말했습니다. 몽우리를 눌러서 젖이 나왔다기보다는 몽우리를 누르면서 다른 부위가 눌려 젖이 나온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잘못 진찰하셨단 말인가? 우리 부부는 애써 밝은 표정으로 그러나 속으로는 무거운 마음으로 인근 방사선 전문병원에 들어갔습니다.

 

초음파 받는 내내 근심, 걱정, 초초, 불안


드디어 정밀 초음파가 시작됐습니다. 저는 밖에서 모니터를 통해 초음파가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았습니다. 뭐가 뭔지 아무것도 몰랐지만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시간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10분이 지나도 아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무척 걱정이 돼 접수대에 있는 간호사에게 물었습니다.


"저기요. 초음파 원래 저렇게 오래 하는 거 맞아요? 혹시 문제 있어서 더 자세히 보느라 저렇게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그러자 간호사는 "원래 유방 초음파는 오래 걸려요. 한 20분 정도. 모유 수유하는 산모들 자주 와서 검사 받아요.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라며 저를 안심시켰습니다.

검사가 진행되는 동안 저는 간호사에게 검사 받고 나서 암으로 진단받는 사람이 많으냐, 모유 수유하는 산모도 암으로 진단되기도 하냐며 걱정스럽게 묻곤 했습니다. 간호사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젓기도 하고 또 끄떡이면서 간단하게 답을 해주었습니다.


20분이 지나자 아내가 검사실에서 나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원장실에 앉아 진찰 결과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먼저, 몽우리가 세포 덩어리가 아니다. 다시 말해 종양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다만 끈적끈적한 액체가 몽우리 속에 있다. 그것이 젖일 수도 있고 혈액일 수도 있으며 기타 다른 것일 수도 있다. 모유 수유 중인 현재 시점에서는 정확히 알 수가 없다. 모유 수유를 끝내야 자세히 알 수 있다. 만약 그것이 혈액이라면 간단하게 뽑아내면 된다.


여하튼 '나쁜 것'은 아니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자극을 주지 않는 선에서 모유수유를 계속해라. 다만 그 몽우리가 더 커지거나 열이 나고 통증이 느껴지는 등 변화가 생기면 즉시 병원으로 와야 한다. 특별한 변화가 없다면 3개월 후에 다시 진찰을 해야 하니 병원으로 오라.'


몽우리 소동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우선은 그 몽우리가 세포 덩어리 즉 종양이 아니라는 의사 소견에 마음이 다소 놓였습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찝찝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그냥 아무것도 아니었으면 좋았을 텐데, 단순하게 유선이 뭉쳤던 거라면 좋았을 텐데 그 안에 뭔가가 들어있다니…, 하고 말이지요.

 

이번에는 유방질환 전문외과 찾아가다


이틀 후, 저희는  방사선 병원에서 받은 소견서를 들고 분당에 있는 한 유방질환 전문 외과를 찾았습니다. 어머니도, 아내도, 저도 정체불명의 몽우리에 대해 이제는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절실히 필요했습니다. 아무래도 방사선 전문 병원보다는 자세하게 몽우리의 정체에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초음파 검사 결과 방사선 병원의 결과와 크게 다른 게 없었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몽우리가 두 개로 나눠져 있는데 한 군데에는 유즙이 들어 있고 또 한 곳에는 유즙이 꽤 오랫동안 고여 있어 매우 끈적한 상태로 약간의 염증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해 놓으면 염증이 커질 수 있고 이렇게 되면 젖 먹는 아기에게도 좋을 게 없다고 의사는 설명했습니다. 이날 아내는 두 개의 주사기를 이용해 고여 있는 유즙을 뽑아냈습니다. 순간적으로 몽우리는 확 줄었지만 하루가 지나자 유즙이 그대로 차 원래의 모양이 되었습니다.

 

이상징후때 빨리 병원 찾고 마음의 병 없애야


비록 종양은 아니어서 크게 안심은 됐지만 일이 좀 번거롭게 됐습니다. 수유를 하는 동한 수술로 몽우리를 끄집어 낼 수 없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그것도 일주일 간격으로 병원을 다니며 유즙을 빼내야 했기 때문입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젖먹이 아기와 함께 있는 아내에게 잦은 병원 외출은 말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여하튼 한 가지 확실하게 깨달았습니다. 어떤 병이든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말이지요. 몽우리 때문에 속으로 끙끙 앓는 동안 제 몸과 마음에도 이상 징후가 나타났으니까요. 진작 전문 병원을 찾아 답을 들어야 했습니다. 객관적인 결과물을 보며 "이상 없다"는 의사의 한마디 말이 쌓인 마음의 병을 말끔하게 낫게 만든다는 것임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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