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나를 알아주는 게 때론 부담스럽다

그루터기 나무 2007. 6. 30. 16:55
저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토론식 독서논술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자기의 생각을 최종적으로 글 쓰는 학습입니다. 2~6명씩 모둠을 만들어 수업을 하는데 개중에는 잘 쓰는 친구도 있고 그렇지 못한 친구도 있습니다.


그중에서 오늘 비교적 잘 쓴 5학년 여자 친구의 글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이날 논술주제가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입니다. 미디어다음 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위 주제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라는 논술주제에 대해 자신 있게 써 내려가실 분 계신가요? 논술을 지도하는 제 입장에서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닙니다.


성남시 분당구 초림초등학교 5학년 이소영 학생이 쓴 논술문을 지금부터 보시겠습니다. 분량은 200자 원고지 800자이며 시간은 15분 안에 작성한 것입니다.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의 논제에 대해 이소영 학생은 ‘때로는 그것이 부담이 된다’고 운을 떼고 있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서두입니다.


작성한 논술문 전문을 이소영 친구 어머님과 이소영 친구의 동의를 얻어 이렇게 게재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이 한번 보시고 잘된 점, 잘못된 점 있으면 피드백좀 해주세요. 초등학교 5학년 여자어린이가 쓴 논술문입니다.



나를 알아주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가?


나를 알아준다는 것은 대부분 행복한 것이라고 느낄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나를 알아주는 것이 부담이 될 때가 종종 있다.


나를 알아주는 때는 내가 상을 받았을 때나 시험을 잘 볼 때 등 무엇인가를 잘 했을 때이다. 잘했을 경우에는 다음에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이나 여기서 더 올라가고 싶다는 욕망, 이 점수를 꼭 유지시켜야 한다는 부담 등이 우리의 가슴 한켠에서 생겨난다 이 때문에 우리는 잘한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진다.


내 친구는 4학년때 ‘올백’을 맞았다. 친구는 처음에 무척 기뻐했지만 다음 시험때 4개나 틀려 자기자신이 자신한테 실망했다고 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던 것이다.


내가 글짓기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가 있었다. 그 상을 받은 후 나를 아는 친구들은 상을 한 번 더 타보라는 등의 말을 했고 조금씩 부담이 되어 가기도 했다. 그래서 나는 가끔 글 쓰는 것이 무서울 때도 있다.


잘 한다는 것은 나에게 행복도 가져다주지만 부담이라는 좋지 않은 것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행운의 여신은 불행의 여신과 항상 함께 다닌다는 말이 맞는가보다. 하지만 이 부담 때문에 잘 하지 말라는 말은 아니다. 잘 하려고 노력은 하되 그 결과에 만족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다. 


상을 받았고 그 다음에 받지 못하더라도 내가 노렸했다는 점에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 결과보다도 자신의 노력을 즐겨야한다. 이것이 부담을 누르고 자신감 있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물론 행운 뒤에는 불행이 따르기도 하지만 그 불행을 해결할 줄 아는 힘도 필요하다. 잘 했을 때는 부담도 따르겠지만 나는 그 부담을 잘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초림초교 5학년 이소영

 

 

이소영 학생의 방. 책이 엄청 많은데, 너무 많아 한꺼번에 카메라에 담을 수 없었다. 일부만 촬영한 것이다.

 

 

모둠 수업중인 학생들.

 

 

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는 이소영 학생(왼쪽), 장형욱 초림초교 5학년 학생

 

 

논술문을 쓰고 있는 이소영 초림초교 학생.

 

 

기념촬영 한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