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연말, 커플 많이 엮어 줍시다[캠페인?]

그루터기 나무 2006. 12. 10. 19:21

 

12월 10일 오후,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커플 ⓒ 윤태

 

 

지난 8월 중순, 한 남자와 한 여자를 소개해준 일이 있었습니다. 넉 달이 지난 지금 그들의 관계가 어떻게 됐는지 궁금하시다구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들은 결혼을 전제로 달콤한 연애에 빠져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년에 결혼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양복 한 벌 얻어 입게 빨리 날짜 잡으라.”고 제가 농담을 던지기도 하지만, 아직 상견례 날짜도 안 잡았고 둘다 경제 형편이 수월치 않아 집 문제 등 어려움이 많다며 그들은 제게 애로사항을 털어 놓습니다. 그러면 저는 “대출 받고 아는 사람한테 빌리고해서 작은 빌라 전세로 시작하면 되지 처음부터 다 갖춰놓고 신접살림 차릴 거냐?”며 응수를 합니다.


사실 남녀를 소개해준다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겉으로는 쉬운 일일수도 있겠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남자 그리고 여자 각자의 의사 물어보고 만남을 주선하면 끝, 이렇게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중매 잘 하면 술이 석잔 못하면 뺨이 석대


사실 그동안 위에 언급된 두 남녀가 아닌 다른 커플들을 소개해준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굳이 좋지 않았다라기 보다는 그저 그런 경우입니다. 처음엔 한 두 번 만나거나 서로 문자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에 멀어지고 끝내 연락이 끊어지고 마는 그런 경우지요. 만나던 두 사람도 시큰둥해지고 중간에서 소개해준 저도 썩 기분 좋은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옛 말에 “중매를 잘 하면 술이 석잔이고 잘 못하면 빰애 석대”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 만큼 중매 혹은 소개가 어렵기도 하고 남녀 각각의 특성과 성격 등 모든 것을 잘 파악해서 중재해야 하는 등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한다는 얘기지요. 잘 되면 두말할나위 없이 좋지만, 괜히 안 좋게 끝나면 남녀 당사자는 물론 소개자까지 얽혀 서먹서먹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으로 미뤄볼때 제가 소개해줘 결혼을 전제로 만나고 있는 위 커플은 소개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그 커플이 잘 되기를 무척이나 바랐고 속으로 기원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소개해준 남자나 여자 이 두 사람은 저와는 절친한 사이이고 두 사람이 모든 면에서 무척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만남을 주선하기 전까지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인연’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처음 만난 두 남녀, 어떻게 됐을까?


셋이 만났던 8월 중순, 자연스럽게 맥주를 마시다가 1시간 만에 저는 그 자리를 뛰쳐나왔습니다. 다음날 바쁜 일이 있다는 핑계로 “미안해”라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가방을 챙겨 호프집에서 도망 나오다시피 했습니다. 처음 만난 그 남자와 여자, 그날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제가 그렇게 나가버린 이후 그들은 네시간에 걸쳐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새벽 네시까지 술을 마시며 참으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술자리가 파한 건 새벽 다섯시쯤, 마침 여자가 호프집 근처에 자가용을 세워 두었는데, 처음 만난 그 커플은 차안에서 조용한 음악을 들었다고 합니다.


어떤 음악이 흘러 나왔는데 그 음악은 남자와 여자가 공통으로 좋아하는 음악이었다고 합니다.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감을 하고 음악을 통해서도 그들은 교감했습니다. 음악을 듣는 동안 술에 많이 취해있던 남자는 동반석에서, 여자는 운전석에서 잠깐 잠이 들었고 날이 밝아오자 남녀는 각자의 길로 갔습니다.


독자 여러분 어떻습니까? 첫 만남 치고는 꽤 화려하지(?) 않습니까? 둘이 뭔가 잘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서로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 하다


그런데 사람의 심리는 참 묘합니다. 첫 날을 그렇게 보낸 두 사람, 서로에게 어떤 감정, 어떤 첫 느낌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 궁금증은 당연히 중재자인 저를 통해서 듣게 되는 것이지요.


그 여자가 제게 물었습니다.


“윤태 씨, 상수(가명)씨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응, 상수씨는 미정(가명)씨를 은근히 마음에 들어 있는 것 같던데....”


사실 이것이 진실은 아닙니다. 제가 상수씨(가명)에게 미정씨(가명)에 대한 첫 인상을 물었을 때 상수씨는 “미정씨가 인상 좋고 성격이 좋은 것 같더라.”고만 이야기했습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 저는 “은근히 마음에 들어 한다.”고 확대 또는 과장에서 이야기를 해 준 것입니다. 상수씨에게도 마찬가지로 “미정씨가 상수씨를 무척 맘에 들어하는 것 같다.”며 상당히 과장(?)되게 말해주었습니다. 독자 여러분 이해하시겠습니까? 두 사람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선의의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이지요.


우리 셋은 그동안 자주 만나 술도 마시고 자전거도 타며 어울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셋이 걸어가는데 보니까 여자(미정, 가명)가 상수씨(가명)의 팔짱을 끼고 있지 않겠습니까? 속으로 흠칫 놀라면서도 흐뭇함과 뿌듯함이 가슴속에 꽉 찼습니다.


좋은 사람 소개해줬다며 무척이나 고마워하는 그녀


몇 일전에 미정씨가 제게 전화를 했습니다. 은근히 술을 마신 그녀는 제게 몇 번이나 고맙다고 말을 했습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그렇게 좋은 상수씨를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말이지요. 이 대목만 봐도 이 두 사람이 얼마나 마음 깊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지 짐작되시지요.


결혼식을 올리게 되면 사회는 당연히 제가 봐야지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리며 살아가는 일, 그 천생연분의 다리를 놓아 준 제가 당연히 해야할 일이지요. 이렇게 뿌듯하고 가슴 벅찬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자 여러분, 여러분들이 알고 계신 솔로의 남자와 여자, 기회가 된다면 많이 많이 엮어 주세요. 그 낭만이 많던 시절 도서관에서 남녀가 서로 부딫혀 책을 떨어뜨리고 서로의 책을 주워주는 과정에서 눈이 맞아 사랑에 빠진다는 ‘도덕 교과서 같은’ 사랑 스토리, 그런 인연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리 많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소개해줘도 커플이 안될거라는 걱정을 미리 해서, 그것이 두려워 소개를 해주지 못한다면 위에 언급한 상수, 미정의 커플처럼 천생연분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런 격언을 하나 말씀 드릴까 합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대신 성공도 없다” 고 말이지요.



 

팔짱을 낀 커플. 여전히 정겨운 모습이다.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는 걸까?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