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대신 성공도 없다 ⓒ 윤태
지난 4월 다니던 광고홍보대행사가 폐업해 실업자가 된 후 참으로 많이 방황했다. 몸이 아파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자신감도 없었다. 그런 와중에 나름대로 성남 시내를 활보하며 뭔가 시정될만한 것들을 취재해 <오마이뉴스>에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생계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한달 원고료 10~20만원으로 무슨 생계를 꾸려나가겠는가. 때문에 아내도 속상해했다. 아마 15개월된 새롬이도 매일 천원에 석줄 짜리 한국 야쿠르트를 빨대로 쪽쪽 빨며 엄마 아빠의 심정을 이해했을지도 모른다. 남들은 그 요구르트 먹으면 이가 금방 상한다고 무설탕, 무과당 좋은 유제품을 사 먹였지만 우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몇가지 변화가 생겼다. 불과 열흘 전 일거리가 생길 뻔 했다. 누군가가 내게 대필을 부탁한 한 것이다. 나는 어느정도의 금액을 제시했고, 총책임자로부터 결정난 건 아니지만 중간관리자로부터 어려울 것 같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면서 이 달 말 바쁜 일이 끝나면 다시 거론하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마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래서 계획했던 한솔교육 주니어플라톤에 지원했다. 주니어플라톤은 독서논술토론 수업을 하는 지도 교사로 일하게 된다. 그래서 지금 마포 한솔교육 연수원에서 3일째 연수를 받고 있다. 앞으로 열흘 간 더 교육을 받아야한다.
그런데 천만 다행인 것은 전부터 지긋지긋하게 괴롭혀왔던 ‘뱃병’이 안산 모 내과에서 치료를 받은 후 말끔히 나았다는 것이다. 말끔히 나았는지, 향후 통증이 지속될지 장담할 수는 없지는 현재 컨디션이나 느낌으로는 다 나은 것 같다. 관련해서 최근에 <오마이뉴스>에 기사도 올렸다.
몸이 이렇게 가뿐해지니 연수받는데도 흥이 난다. 한솔교육 연수. 아닌 말로 ‘빡세기’로 유명하다. 하루 8시간을 꼬박 앉아서 강의를 듣는데, 엉덩이에서, 손에서, 심지어 귀까지 쥐가 나려고 한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앞으로 열흘을 더 참고 견뎌야 한다.
그런데 참 재미난 현상이 있다. 모두 45명 정도가 교육생이 있는데 그중 44명이 여성이고 남자는 나 혼자다. 한마디로 ‘청일점’이다. 교육 첫날에는 나를 포함해 세 명의 남성이 있었는데, 3일 지난 지금 두 명의 남자 교육생은 교육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왜 그만두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다.
여성 교육자들의 나이는 대부분 30~40대 엄마들이다. 미혼 여성은 다섯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다. 업무의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 많은 여성 교육생들 틈에 끼어 나는 오늘도 열심히 강의를 듣는다.
나는 그 많은 엄마들의 얼굴이나 이름을 다 알지 못한다. 똑바로 쳐다보고 다닐 일이 아니니까. 그러나 엄마들 즉 여성교육생들은 내 얼굴이나 이름을 다 알고 있다. 왜냐? 청일점이니까.
사정이 이렇다보니, 쉬는 시간 화장실을 오가는데, 강의실 안으로 들어갈 때면 쑥스러움도 느낀다. 그냥 남자 교육생 한명만 더 있더라도 이렇게 외롭고 기죽지 않을 텐데 말이다.
그러나 위에서 표현한 기죽는다는 말은 그냥 형식적인 것이다. 나는 절대 기죽지 않을 것이다. 이곳 한솔에서 기초를 다지고, 운영자가 되든, 관리자가 되든, 지점장이 되든 그것도 아니면 중간에 나와 논순 전문 학원의 강사가 되든 뭘 하든지 간에 열심히 하련다.
지금 이 순간 나는 교사용 수업 교재를 잃고 아이들에게 학습할 질문을 만드는 등 내일의 과제를 해야 한다. 잠시 시간 내어 나의 각오를 다짐한다. 무조건 열심히 하는 것이다. 발판을 마련하고 더 높이뛰기 위해서다. 물론 교육을 마치고 지점으로 가 일을 하게 되면 몇 개월이 될지 모르지만 한달에 100만원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경험을 쌓고 노하우가 생기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교육을 하다보면 그만큼 돈도 더 붙을 것이고, 이에 따라 돈이든, 일이든 흥미와 재미가 붙어 더욱 더 열심히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다짐을 하기로 했다.
“뭔가 하지 않으면 실패는 없다. 하지만 성공도 없다.”
그래서 요즘 연수 중간중간에 읽고 있는 책이 있다.
<총각네 야채가게>
<민들레 영토 희망스토리>
<빵 굽는 CEO>
내가 왜 이 세권의 책 이름을 올려 놓았는지 많은 독자분들이 이해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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