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지요. 그리 많은 비가 내리진 않지만 장마다 보니 언제 어떻게 국지성 호우가 내릴지 모릅니다. 비가 오면 시골에 계신 아버지는 걱정이 앞선답니다. 논에 벼들이 물에 잠길까봐, 둑이 무너져 벼를 깔아뭉길까봐, 밭에 곡식이 떠내려가지 않을 까봐......
장마에 논 농사를 걱정하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며 시 한수 적었습니다.
----------------------------------------------------------------------
파란, 아버지 삽자루 끼고
윤 태
장마비 여드렛 날째
논에 누워 자야 마음이 편하지
까끌한 이불 속에서 중얼거리던 아버지
장마가 떠나자
아버지가 돌아왔다
요뙈기만한 뒷골 서 마지기로
무너져내린 논두렁의 풀 떨기가
벼를 깔고 우북하게 앉아 있었다
승승장구라도 한 것 마냥,
하지만
성근 아버지의 삽질에
그들은 진흙을 뒤집어쓰고 기가 죽었다
처억 처억
총총들이 늘어선 벼포기 사이로
파란, 아버지의 농민 모자가 출렁거렸다
파란, 벼포기들의 갈라진 몸이
엇슥엇슥 풀춤을 추었다
아,
청매빛 하늘에 대고
날나리라도 불어줄 걸 그랬다
'세상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람 태어나는 일이 이렇게 신비합니다 (0) | 2007.06.24 |
---|---|
'짝벌남' 이래서야 되겠습니까? (0) | 2007.06.24 |
정식 선생님은 아니지만 나의 직업은.... (0) | 2007.06.24 |
제 글을 신문에 연재한다고 합니다 (0) | 2007.06.23 |
파손된 차량, 변상해드리겠습니다. (0) | 2007.06.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