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말못할 치질로 고민하는 분들께

그루터기 나무 2006. 11. 26. 23:50

 

 

 

치질 수술을 위해 입원한 나, 입원일기 초안을 쓰고 있다.  

 

 

겨울이 되었습니다. 겨울이 되면 괴로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떤 특정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인데요, 바로 치질환자 입니다. 차디찬 시멘트 바닥에 앉거나 술을 마시거나 혹은 육체적으로 피로하면 이루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는 말 못 할 고민 치질, 겨울철이면 더욱 극성을 부리는 것이 바로 이 치질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치질 환자가 얼마나 될까요? 매일같이 앉아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지요. 그런 사람들에게 치질은 더 잘 발생하구요. 글쎄요, 제 주변을 돌아보면 치질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더군요. 그리고 치질 수술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을 때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치질수술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누구한테 말 못할 고민의 질환이 바로 치질입니다. 심한 사람은 속옷이 시뻘겋게 물들 정도로 심하지만 쉽게 ‘어디 아프다’고 하소연 하기도 좀 그렇습니다. 속 시원히 수술 통해 치질을 없애려고 생각해보지만 선뜻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하고....


그래서 오늘은 저의 치질 수술 경험담을 풀어놓을까 합니다. 제가 어느 정도 심했냐하면 매일 속옷이 시뻘겋게 물들 정도였으니까요. 수술 이후 통증이니 출혈이니 전혀 없는 완벽한 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오늘 글은 치질 수술에 대한 제 경험담을 통해 치질로 근심걱정초초 불안해 하시는 이 시대 많은 치질 환자분들에게 희망과 용기, 나아가 간단한 수술로 그 불편한 생활을 마감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아래 정보를 통해 희망과 용기를 갖고 수술을 통해 건강한 생활을 되찾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더불어 아래 글은 전에 인터넷 <오마이뉴스>에도 올렸음을 밝혀 드립니다. 다만 오마이뉴스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새롬이 아빠 주>


 

치질 수술을 하려면 관장약을 먹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건강은 어떻습니까? 치명적인 중병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두 군데 '아픔'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편 살펴볼까요?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크거나 작은 질병들 말이지요.


우선 만성두통과 편두통, 축농증으로 고생하는 분, 이가 고장 나서 식사 때마다 즐겁지 않은 분, 목 밑으로 내려와서 소화불량, 과음으로 인한 간 이상, 요통, 변비, 신경통, 무좀, 티눈에 이르기까지 질병의 종류는 대단히 많습니다.


오늘은 치질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한 치질전문외과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성인인구 중 약 절반 이상이 항문 질환을 갖고 있으며 이중 약 30∼40%는 수술적 치료시기를 놓쳐 약물 치료로도 가능한 상태를 수술로도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흔히 치질이라 함은 항문에 생기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치핵'을 말하는 것이며 이 밖에 증상에 따라 치루, 치열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통상 치질의 한 종류로 보면 됩니다. 치질의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소, 변비나 설사 등 나쁜 배변습관, 과로 및 스트레스, 과음,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 임신 등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위 통계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분들이 치질을 앓고 있지만 질병의 특성상 이를 치료하는 데는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입니다. 누구한테 쉽게 말할 수 있는 성격도 아니고 "이러다 말겠지?"생각하며 방치하는 동안 병을 키우게 됩니다. 특히 치질은 연령층에 관계없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활발한 활동을 해야 할 20∼40대 젊은이들이 이 질병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을 받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 질병은 창피한 것도, 숨길 일도 아닙니다.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치료로 병의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상태가 심해지면 간단한 수술로 완치될 수 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거나 드러내기 부끄러워 혼자 끙끙 앓다가 상태가 심해져서야 병원을 찾는 이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아내가 끓여온 누룽지를 먹고 있습니다.


사실 며칠 전 저는 치질수술(치핵근본수술)을 받았습니다. 지난 1년동안 이틀에 한번 꼴로 저를 괴롭혀왔던 것을 이제서야 떨쳐버리게 되었습니다. 병원에 있었던 2박 3일 동안의 '입원일기'를 시간순서대로 기술할까 합니다. 치질 때문에 끙끙 앓는 독자여러분들이 용기를 내 과감히 병원을 찾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후 4시, 치질 전문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원무과를 찾았다. 이미 3명의 환자가 입원수속을 밟고 있다. 닷새동안 맞고 있어야 할 무통 주사값은 선불이란다. 10만원이다.


다음은 입원실 배정문제다. 특실, 2인실, 5인실, 7인실(다인실)이 있는데 희망병실을 신청서에 적는다. 물론 본인이 희망한다고 해서 원하는 방으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병실이 비워지는 대로 들어간다. 며칠 전부터 짠순이 아내가 누차 강조했던 말 "무조건 7인실로 해"귀에 딱지 앉을 정도였다. 몇인실을 쓰느냐에 따라 병원비가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내의 '소원'대로 7인실로 배정 받은 후 간호사실에 가서 다음 과정의 설명을 들으란다.


5 시 30분에 저녁을 먹고 별도의 안내가 없어도 7시에는 관장약을 먹으란다. 내일 오전 수술을 위해 장을 깨끗이 비워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복을 받아들고 605호 병실에 들어섰다. 나를 포함해 모두 7명의 환자가 있다. 병실 입구에 적힌 명단을 보니 20대 후반 2명, 30대 초반 3명, 40대 1명, 60대 1명이다. 이중 5명은 어제 입원해 오늘 오전 수술을 받고 내일 오전에 퇴원할 환자들이다.


옆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아저씨가 휴대폰 통화를 하고 있다. 도둑놈, 검찰 등등 얘기하는 걸 보니 형사 같다. 물어보니 형사가 맞다고 한다. 7년 동안 치질을 앓아왔다고 한다. 직업이 형사인데 치질 때문에 업무에 지장이 없냐고 물었더니 말도 못하게 고생했다고 한다.


식사 후 약 한 시간 후에 관장약을 먹는다. 그 약을 물과 섞어 먹으면 약 3∼4시간 후에 장이 깨끗해진단다. 약 복용 직후 많은 물을 마셔야한다. 적어도 1.5리터 정도. 물에 섞어 약을 목으로 넘겼다. 그런데 이게 무슨 맛인가?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구역질나고 거북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참았다. 치질을 없앨 수만 있다면야 그 어떤 고통도 참으리라.


관장약을 먹은 후 4시간이 경과했다. 밤 11시다. 같은 시간에 약을 먹은 맞은 편 40대 아저씨는 벌서 세번이나 화장실을 다녀왔다. 12시가 넘어도 내 뱃속엔 아무런 변화가 없다. 병실 모든 환자들에게 물어봐도 약 먹은 후 늦어도 3시간 안엔 모두 반응이 왔다고 한다. 그런데 나만 왜 그럴까? 간호사에게 물어보니 위장이 튼튼해서 그렇단다. 특이 장이 안 좋은 사람은 관장약 복용 후 1시간도 안돼 '죽죽'쏟아낸다고 한다. 나는 간호사 말에 위안을 삼으며 새벽 1시경 반쯤 남은 관장약을 눈물을 머금고 복용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번 해보는 거다.


새벽 5시 아랫배에서 난리가 났다. '봇물'이 따로 없다. 덕분에 속에 들어가 있던 치질덩어리가 밖으로 불거져 나왔다. 차라리 잘됐다 생각했다. 잘라내기 더 쉬울 테니까 말이다.

 

 


수술 당일 - 처음으로 몸에 칼 대다


오전 8시가 되자 간호사가 무통주사를 꽂았다. 앞으로 닷새동안 달고 다녀야 할 '혹'이다. 9시가 되자 간호사 지시대로 소변을 본 후 내복약을 복용하고 간호사를 따라 수술실로 걸어 내려갔다.


의사 선생님께서 가슴을 바닥에 대고 편하게 엎드리란다. 그리고는 미골(척추 맨 아랫부분의 뼈-꼬리뼈)에 주사를 한 대 놓으신다. 하반신 마취다. "조금 불편할 수 있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주사약이 들어가자 하체가 뻐근해지며 꽤 강한 고통이 느껴졌다. 밝고 명랑한(?)한 생활을 위해 이 정도는 참아야지.


30 분쯤 지나자 아랫도리가 뻣뻣함을 느낄 수 있었다. 간호사가 와서 엉덩이를 바늘로 꾹 찌르더니 아프냐고 묻는다. 이미 내 살이 아닌데 아플 리가 없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수술 시작이다. 고통도 없이 20분이면 끝난단다.


수술이 진행되는 동안 귀에 익숙한 팝송이 연주곡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벌려진 내 엉덩이는 고무줄로 고정됐고 칼과 메스 등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그라인더처럼 '윙'하는 소리도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창문에 비친 수술 장면을 얼핏 볼 수 있었다. 선혈도 보이고 가위도 보였다. 그러나 고통은 전혀 없었다.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 의사 선생님이 플라스틱 통에 담겨진 무엇인가를 내 앞에 내밀며 "이게 치질 덩어리입니다"라고 말씀하신다. 양이 꽤 많았다. 여하튼 다 떼어내니 속이 다 후련하다.


오전 10시 병실에 실려 왔을 때 한 시간 전에도 같이 있었던 다섯 명의 환자들은 모두 퇴원했고, 새로 두 명의 환자가 입원해있었다. 실려 오는 나를 보며 환자와 보호자들은 자기들끼리 웅성거린다. "수술 받았나봐?" 순간 그들의 얼굴은 공포감에 휩싸였다. 많이 아프냐고 묻기에 마취할 때만 조금 아프고 수술할 땐 아무렇지도 않다고 그들에게 설명해줬다. 잠시 후에 세 명의 환자가 새로 들어왔다. 오후에 수술할 환자들이다.


앞으로 두세 시간 후면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온다. 물론 무통주사를 맞고 있지만 그것으로 모든 고통을 없앨 순 없다. 통증이 올 때마다 진통제를 맞아야 한다. 치질 수술 후의 통증은 소변이 마려운데 소변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적어도 수술 후 12시간은 지나야 자연스럽게 소변을 볼 수 있다고 간호사가 설명한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발짝도 못 움직이고 누워 있었다. 수분이 다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입술은 하얗고 거칠하게 말라있다. 입맛도 통 없어 그 비싼 병원 밥도 반납했다. 그 전에 누룽지밥 한 그릇 먹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아내에게 보냈었다.


저녁 7시가 되자 아내가 정말 누룽지 밥을 끓여왔다. 식당 아주머니께 특별히 부탁했다고 한다. 누룽지밥이 불을까봐 서둘러 왔다는 아내는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 눈물나게 고마웠다. 허겁지겁 두 그릇이나 퍼먹었다. 기운이 났다. 통증도 많이 누그러졌다. 우리 부부는 그날 좁은 병실 침대에서 같이 잤다. 사실 아내가 바닥으로 떨어질까 봐 밤새 잠을 설쳐야만 했다.


퇴원하는 날-마음은 가볍게


새벽녘 화장실을 다녀오다 옆 병실을 살짝 봤다. 치질환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맞은편 병실도 7인실인데 모두 여자 환자이다. 입구에 붙은 명단을 보니 20대, 30대, 40대 골고루 있다.


치질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이틀동안 기저귀를 차야 한다. 어느 누구도 예외가 없다. 피와 진물이 나기 때문이다. 또한 저마다 얼룩져 있는 이들 환자들의 엉덩이를 보면 웃음도 난다. 마치 어린아이 '응아'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아침 식사를 하는데 60대 환자가 농담을 던진다. "아이구, 밑에는 꽉 막혀 있는데 위에서는 자꾸 들어가니 걱정이네 허허!" 그렇다. 수술 후 지혈을 위해 그 속(?)을 거즈(의료용으로 사용하는 소독된 베)로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오전 10시가 되자 수술을 하셨던 의사선생님께서 오셔서 거즈를 빼내셨다. 그 짧은 0.3초간 눈물이 찔끔 났다. 아내가 서둘러 퇴원 수속을 밟았다. 의료보험을 적용해 진료비, 무통주사비, 수술비, 식대 등 모두 합쳐 57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다만 나는 경험 많은 원장님으로부터 수술(특진)을 받았기 때문에 20만원이 추가된 금액이다. 그러니까 과장급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일반 수술을 받으면 20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특진과 일반 수술은 별반 차이가 없다. 수술 경험이 상대적으로 많은 의사선생님으로부터 수술을 받음으로써 마음의 안정을 얻는 정도이다)


일반적으로 37만원이면 되는데 여기에 무통주사를 신청하지 않으면 10만원을 더 절약할 수 있어 27만원에도 수술이 가능하다. 이 밖에 치질(치액근본수술)은 일반 종신보험에서 어느 정도의 보험금을 지급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드디어 퇴원하는 날입니다.

 


입원 일기를 마치며…


치질에 앓고 있으면서도 수술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으로, 수치심으로 그냥 참고 계시지는 않습니까? 그렇다면 용기를 내십시오. 치료나 수술적기를 놓치면 비용이 늘어남은 물론 환자 자신도 큰 고생을 한다고 합니다. 위에 기술한 것처럼 이 수술은 그리 복잡하거나 시간 또는 비용이 많이 들지 않기 때문에 닷새정도의 병가를 신청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치질은 누구에게나 내재된 또는 잠재된 질병이라고 합니다. 숨어 있다가 조건이 맞으면 언제든지 튀어나올 수 있는 병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생활습관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앓고 있는 분이나 치료중인 분뿐만 아니라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미래의 환자'들도 올바른 생활 습관으로 이 질병을 멀리해야겠습니다. 겉으론 웃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즐기지만 속으론 쓰라린 고통을 감내하는 치질 환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고 계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수술 후 통증때문에 무통 주사를 맞으며 누워서 글을 쓰는 내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