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내시경,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갖고 있나요?
내시경 실 ⓒ 윤태
지난해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식사와 상관없이 늘 더부룩하고 포만감에 명치부근이 늘 답답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밥맛도 없고 식사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시장기를 느끼면서도 더부룩하고 기분 나쁘게 배가 부른 느낌. 그래서 일상생활에 기력이 없었다.
동네 병원, 종합병원, 대학병원, 한방병원 등등 전전긍긍하다 지난해에 서울과 성남에 있는 내과에서 두 번이나 위 내시경을 받았다. 결과는 누구나 흔하게 있는 위염이라고 했다. 내시경 사진 출력해 두어 장 보여주면서 위염 이외는 특별한 이상이 없다고 의사는 말했다.
나는 병원 가기가 두려웠다. 열심히 증상 말하면 내시경 받고 이에 맞는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했지만 증세는 호전되지 않았다. 스트레스성 때문에 그런가 싶어 미치도록 운동도 해보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아니, 불편한 속 때문에 운동하는 자체가 힘들었다. 속에 크게 문제가 없다는데 계속 불편하니 혹이 암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안산에 사는 작은 누나가 나섰다. 7년째 다니고 있는 내과가 있는데 의사가 그렇게 잘 본다는 것이다. 누나는 물론, 막내 동생, 누나 시어머니도 그 병원에 다니면서 속이 많이 좋아졌다며 한번 안산에 오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하며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러나 누나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난 주 안산 모 내과를 찾게 됐다.
의사와의 면담이 시작됐다. 의사는 우리 가족의 신상을 꿰뚫어보고 있었다. 하기야, 7년을 한 의사한테 진료를 받았으니 그럴만도 했다. 게다가 시어머니, 남편, 조카, 내 동생 등 식구들이 뻔질나게 드나들었으니 신상을 모를 리가 없었다.
“윤태님이 6남매 중에 키가 가장 크시네요. 어려서 동생, 형 거 다 빼앗아 먹었나봐요?”
의사와의 첫 면담은 이렇게 시작됐다. 여느 의사 같으면 서둘러 증상 물어보고 알 수 없는 의학용어를 적고, 그 다음 환자를 받기 위해 서둘러 면담이 진행되지만 내가 찾은 안산 그 내과는 달랐다. 누나의 말에 따르면 10분, 20분 시간에 관계없이 환자가 증상에 대해 의문나는 점을 모두 말하고 의사는 끊임없이 대답을 해준다는 것이다.
사실이었다. 사실 종합병원 같은데 가면 의사와의 면담이 2~3분, 길어야 5분을 넘지 않지만 그곳은 달랐다. 인상 좋은 의사, 농담까지 던지면서 환자의 마음을 푸근하게 풀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증상에 대해 더 이상 할말이 없는데도 누나는 과거에 내가 아팠던 병력에 대해 세세하게 말해줬다. 누나는 내과와는 관계없는 병력까지 모두 말했다. 의사는 빠짐없이 기록했다. 잠을 잘 못 자느니, 뒷머리가 땡기느니 하는 것들인데, 이는 나중에 약 처방할 때 이를 완화시킬수 있는 약까지 포함해 처방을 내리기 위함이란다.
내시경이 시작됐다. 마취제가 투여되기 직전 내시경 실을 둘러봤다. 적외선 살균기 같은 소독기구가 내시경 검사기구를 소독하고 있었다. 일전에 MBC PD수첩에서 내시경 검사기구를 대충 닦아내고 다음 사람에게 사용하는 끔찍한 장면이 계속 떠올랐는데, 그곳에서는 그런 허술한 관리는 찾아볼 수 없었다. 누나 말에 따르면 간호사들이 위생에 있어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의사에게 무척 혼이 난다고 한다.
내시경이 끝나고 결과가 나왔다. 미란성위염, 십이지장염, 위산과다, 역류성 식도염, 기능성 장이상 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해 두 번 받았던 내시경에서 ‘누구나 흔히 있는 위염’이라는 간단한 결과와는 다른 것이었다. 좀더 정확한 병명이 나온 것이다.
그날 20여 장의 내시경 사진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오랫동안 이 병원을 다닌 누나를 봐서 그런 탓인지 더더욱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위장 구석구석을 아주 자세하게 관찰한 것이다.
의사는 나온 결과를 두고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모두 낫게 해준다고 약속했다. 결과를 이야기는 하는 과정에서도 의사는 웃음과 농담과 친절을 베풀었다. 다음 환자 받기 위해 서둘러 환자들을 ‘돌리는’ 종합병원, 대학병원 등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서비스였다.
약 처방이 내려졌고 그날 저녁부터 약을 복용했다. 지금 일주일째 약을 복용하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약을 복용한 첫날부터 뱃속의 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더부룩하고 헛배부르며 명치가 답답했던 증상, 게다가 식사 후에는 배꼽 윗 부분에 뭔가 딱딱하게 만져지고 없어졌다 생겼다 하는 증상까지 모두 없어졌다.
증상의 호전도를 굳이 수치로 따져 표현한다면, 안좋을때의 컨디션이 100점 만점에 3점 이었다면 약 복용후 컨디션은 200점이라고 할까. 그만큼 내 뱃속은 완전히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
그런데 왜 전에 의사들은 내 뱃속을 편안하게 해주지 못했을까. 실력 탓일까? 아니면 내가 그 의사들을 믿지 못한 탓일까? 병을 고치려면 환자와 의사 사이의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사실 그동안 그렇게 많은 병원을 찾아다니며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번 안산의 모 내과는 믿음이 간다. 왜 그런 것일까? 단지 의사의 경력, 실력 때문일까? 단지 그것만은 아닐 것이다. 환자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마음 편하게 면담하면서 간호사를 비롯한 의사들의 의료 서비스가 최상이기 때문일 것이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병원 로비에는 발 디딜 틈 없이 환자들이 북적였다. 누나 말에 의하면 소문에 소문을 듣고 찾아온 환자란다. 그만큼 실력과 의료 서비스를 갖추고 환자들을 대하기 때문에 그 병원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MBC PD 수첩에서 방영했던 것처럼 내시경 검사기에 대한 위생 문제는 전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