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찾은 응급실...여러분은 어떤 기억이 있나요?
어지간하면 응급실은 찾지 않는게 좋다고 생각했다.(사진은 자료사진) ⓒ 윤태
추석 다음 날인 7일(토요일), 왼쪽 옆구리가 심하게 아파왔다. 며칠전부터 약간의 통증이 있었는데, 논에서 일을하느라 좀 무리를 했더니, 통증이 더 심해진 것이다. 찌릿찌릿하고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오면서 숨통도 꽉 막히고... 급기야 최고조에 달았다.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통증. 명절이라 모처럼만에 모인 가족들은 걱정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옆구리가 이토록 아픈 걸까? 가족들의 부축을 받으며 시내 모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태어나서 응급실은 처음이었다.
추석 연휴 응급실은 만원이었다. 주로 외상 환자들이 많았다. 열흘째 변을 보지 못해 관장을 하는 환자도 여럿 있었다. 응급실은 주로 외과 위주 치료로 운영되고 있었다.
내 증상은 들은 젊은 인턴은 요로결석 같다고 했다. 소변이 자주 마렵지 않느냐고 물어봐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한 간호사는 맥주를 많이 마시면 요로결석이 자연스레 빠져나갈수도 있다고 했다. 요로결석이라 하면 비교적 간단하게 약물 혹은 레이저 수술로 치료할 수 있는 질환으로 알고 있다. 같이 온 식구들은 집에 전화를 해 요로결석 같다고 전했다. 곧바로 소변을 받았다.
응급실에 들어간지 10분 만에 링거를 맞았다. 포도당과 수액이란다. 가만 보니 어떤 증상이던 간에 응급실에 온 환자들은 ‘기본적으로’ 링거주사를 맞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포도당, 수액 등 링거주사와는 전혀 상관 없는거 같은데, 의사가 그렇게 처방을 내리니 굳이 따질 필요도 없었다.
링거주사를 꽂음과 동시에 피를 뽑았다. 현재 상태에서 혈액과 소변검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링거주사를 맞는 동안 방사선 촬영을 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는 동안 옆구리의 통증은 말할 수 없이 커져갔다.
엉덩이에 진통제 한대를 맞았다. 10분 후 인턴 의사가 와서 통증이 좀 가라앉았냐고 물었다. 나는 전혀 변함없다고 했다. 잠시 후 링거주사를 통해 두 번째 진통제가 투여됐다. 이러는 가운데 소변, 혈액, 방사선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턴 의사가 매우 확신하며 자신있게 말하던 요로결석은 아니었다. 우선 증상이 요로결석과 같았으니 의사도 그렇게 판단을 했을지 모른다. 통증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사가 또 왔다. 통증이 가라앉았느냐는 것이다. 나는 역시 변함 없다고 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더 센 진통제를 투여해야 할 것이라는 의사의 처방이 나왔다. 그리고 ‘단순 근육통’에 무게를 두고 병원이 정상 운영하는 월요일에 정형외과 진찰을 받으라고 의사가 말해줬다.
세 번째 진통제를 맞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했다. 연이어 투여한 진통제, 그 중 엉덩이에 넣은 진통제는 뻐근했고 효과도 없어 보였다. 두 번이나 실패했는데, 세 번째에는 성공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나는 단순 근육통이라면 굳이 진통제 맞지 않고 집에 가서 조용히 기다려보는 것도 좋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동행한 가족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펼쳤다.
그래서 좀 강하다는 세 번째 진통제가 엉덩이에 투여됐다. 투여 10분 후 속이 미식거리며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졸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빙빙 돌았다. 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서둘러 간호사에게 이 증상을 물어보니, 진통제에 민감한 사람은 그렇게 반응(부작용)이 날수도 있다고 했다. 무척 센 진통제기 때문이란다.
어지럽고 미식거리고 몽롱한 상태에서 나는 형과 함께 화장실을 찾아다녔다. 남자 화장실은 관장 후 변을 보는 사람이 차지하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봤지만 역시 관장 환자가 있었다.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건물 안쪽에 있는 화장실을 찾아 뛰었다. 옆구리가 아픈건지 안아픈건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거의 슬라이딩 하는 수준으로 화장실 변기에 대고 확인했다.
아, 이게 어찌된 일인가? 급체란 말인가, 강력 진통제에 대한 부작용인가. 진통제를 맞고 나서 갑작스레 찾아온 증상이니 급체는 아닌 것 같았다. 느낌이 그랬다.
정말 죽을 맛이었다. 들어올 땐 비교적 멀쩡하게 들어왔는데, 나갈때는 거의 초주검 상태였다. 화장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란, 완전 거지꼴이었다. 논에서 일하다 온 차림 그대로....
결국 병명이나 그 어떤 결과도 알아내지 못하고 진통제만 세 차례 맞고 이틀치 먹는 진통제만 처방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총 비용은 4만원. 그런데 그 강력한 진통제가 효과를 나타내는 듯 했다. 통증이 완화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약간 뿐이었다.
명절 연휴에 찾은 응급실, 참으로 끔찍했다. 그리고 다시한번 응급실에 대해 생각해봤다. 어지간해서는 응급실에 가지 말라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내가 직접 경험해보니 역시 그 말이 맞았다. 당장 숨이 헐떡헐떡 넘어가는 정도의 극한 상황이 아니라면 어지간해선 응급실을 찾지 않는게 좋은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응급실을 찾았던 적이 있었나요? 그렇다면 응급실에 대한 어떤 기억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