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대방역 '다람쥐 택시' 너무 빨라 위험해요

그루터기 나무 2006. 8. 10. 17:56
 

 

출근 길 택시와 승용차로 미어지는 대방역, 여의도로 들어가는 버스는 두대 뿐 ⓒ 윤태

 

출근시간대 영등포구 대방역은 버스와 택시, 승용차들로 미어터진다. 수원, 인천 등지에서 국철을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 여의도로 출근하기 위해 한바탕 전쟁을 치르는 곳이다. 방송사 뉴스시간에도 이곳 대방역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사람들의 표정을 종종 담는다. 나도 종종 출퇴근 시간때 대방역 통해 여의도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그 시간대 대방역 상황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사정을 잘 알지 못한다.


그런데 대방역에서 여의도로 들어가는 버스는 61, 62번 두 대 뿐이다. 회사원 A씨(34)는 국회의사당 옆 국민은행 건물쪽이 직장인데 아침마다 전쟁을 치른다. 61번 버스는 MBC, 여의나루역, 순복음교회 등을 돌아가기 때문에 국회 앞까지 가자면 적어도 20-30분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것도 한번에 버스를 타면 좋겠지만, 줄줄이 늘어선 사람들, 두 대, 석대를 보내고도 줄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 매일같이 반복된다고 A씨는 설명한다. 어떤때는 100미터 정도 줄을 선다고...


그래서 A씨는 종종 택시를 탄다. A씨에 따르면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가 따로 행선지를 묻지 않는다. 택시안에 있는 사람은 A씨 뿐 아니라 세 명이 더 있다. 합승이다. 이들의 행선지는 모두 국회 앞 국민은행이다. 요금은 1500원이다.


대방역에서 국회 앞 까지 걸리는 시간은 빠르면 3분, 늦어도 5분이면 간다고한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이에 기자는 10일 여의도 대방역에서 국회 앞 국민은행까지 직접 승용차로 운행해봤다. 차가 거의 막히지 않고 신호 두 번 정도 받았는데 약 5분 정도가 걸렸다.


A씨에 따르면 그 택시를 타면 가슴이 벌렁벌렁 한단다. 신호무시는 기본이요, 사거리에서 차가 지나가도 손으로 미안함을 표시하며 쏜살같이 먼저 달려간단다.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앞에 차가 오지 않을 땐 중앙선 침범, 다시말해 역주행도 서슴치 않는다고 A 씨는 택시를 타면서 겪은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택시기사들, 왜 이렇게 달리는 것일까? 특히 아침 출근 시간대에만 나타났다 사라지는 총알택시 혹은 그 짧은 지역만 도는 ‘다람쥐 택시’라고 불리는 이들,


계산해보면 답이 간단하게 나온다. 1500원씩 내고 네 명이 타면 6000원이다. 빠르면 3분, 늦어도 5분 만에 6000원을 번다. 아침 출퇴근 시간 8시부터 9시까지 이들 다람쥐 택시는 몇 번을 왕복할 수 있을까? 아마 많은 횟수를 돌 것으로 예상된다.


요즘 택시 기사들도 먹고 살기 힘들고 하니 합승도 하고 그렇겠지만, 문제는 신호를 무시하고 너무 빨리, 무지하게 달린다는데 사고위험이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아찔하다. 차가 많은 출근 시간대, 대방역에서 국회까지 3분, 길어도 5분 걸릴 정도면 얼마나 무리하게 운행을 하는지 말이다.


한편 택시 불법 합승에 대해 해당 구청 관계자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2년째 그곳에서 불법 합승 단속을 하고 있다는 구청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원리 원칙대로 단속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불법인지 합법인지를 물어보면 “같은 회사 동료”라고 말할 때는 불법, 합법 여부를 따질 수 없다는 게 그의 설명. 그렇다고 단속원이 그들에게 회사 사원증 같은 것을 제시하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면 그 출근 시간대 행선지도 안묻고, 콩닥콩닥 뛰는 가슴으로 국회까지 오는 A 씨를 비롯한 세명의 사람들, 그리고 그 시간대 A 씨의 앞 뒤에서 벌어지고 있는 합승의 풍경들.. 원리원칙대로 단속을 한다는 그 원리원칙은 과연 무엇일까?


사실 이 다람쥐 택시는 비단 대방역 뿐 아니라 강남 등지 등 여러곳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문제는 그 불법, 합법적인 합승 여부를 떠나 한바퀴라도 더 돌기 위해 총알처럼 달려 사고의 위험성이 높다는데 있다.


자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촐근 시간대 이 길은 버스를 타려는 사람들의 긴 행렬이 있는 곳이다 ⓒ 윤태

 

 

사람들의 공통된 목적지는 주로 국회 옆 국민은행 ⓒ 윤태

 

 

 

대방역 출발 62번 버스, 이 버스는 여의도로 들어가지만 국회까지는 가지 않는다 ⓒ 윤태

 

 

 

출근 시간대 붐비는 대방역 버스 및 택시 정류장 풍경 ⓒ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