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건설현장의 열기를 담은 글

그루터기 나무 2006. 8. 10. 09:48

 

우측 미디어 다음 기사를 보니, 폭염 속 건설 현장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은 기사가 보이네요. 제가 학생시절,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6년전 한여름 건설현장 등에서 막일을 하며 체험한 것을 바탕으로 시를 지은 적이 있습니다. 그당시 제가 일했던 현장이 대전 가수원동 '구봉마을 아파트'인데요, 그 뜨거운 열기를 자작시와 함께 느껴보세요..

 

 

 

 

건설현장 ⓒ 윤태

 

 

 

구봉마을 현장은 체험하지 않는다

 

                                                    윤태



섭씨 35도 구봉마을 아파트 신축 현장
열사병은 이미 얼어죽었다
지독한 자외선도 불거진 팔뚝에 튕겨 아스러지고
울근불근 솟은 철근이 팽팽한 여름을 찌른다
달구어진 황토를 잘게 무느고 있는 여름 아래
몸 하나로 몸을



사내들이 검붉게 잘 익어 있다
여름의 강도를 함바집의 짜디짠 왕소금보다
더 진한 소금기로 우려내는 곳

그러그러한 사연들을 뭉쳐와
한통속이 되어 풀어놓는 곳이다
딸라일꾼 김씨
찌그렁이 같은 삶을 토한다
마누라는 춤바람 불어 훨훨 날아갔고
아들놈은 강물에 줄줄 뿌려 버리고
어린 딸년은 졸래졸래
미아리 고개를 넘어갔다고 한다
빈탕이 되어 버린 삶속에는 슬픔만 찰랑거리고
소주로 삶을 메우고 슬픔을 우벼 내어도
줄어들거나 채워지는 것은 없다
구멍난 위장으로 쓰라린 슬픔만이 드나들 뿐

지친 술등이 휘청거리는 선술집
검게 그을린 하루를 한입에 털털 털어 넣는다
낮동안의 푸른 상처와 아린 마음을
빈 소주병 속에 고스란히 남겨 놓고는
침묵이 낮게 깔린 폐가로 들어온다

'딱'


순간 폐가는 실낱같은 빛에 들썩이고
낮게 깔린 침묵은 공중으로 떠오른다
"대한민국 서울 특별시 KBS 체험 삶의 현장"
에서는 거친 하루를 매끄러운 필름에 압축시켜
60분 동안 술술 풀어놓지만
구봉마을 현장은 필름에 담을 수가 없다
거친 나날들이 매끄러운 필름 밖으로
자꾸만 삐져 나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