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얼까요?

그루터기 나무 2006. 7. 26. 17:17

 

    내가 다니고 있는 학원

 

 

2008학년도 입시부터 수능은 등급별로 바뀌고 대학별 고사가 강화되면서 논술은 지금보다 더욱더 중요해집니다. 그러나 논술은 학과목이 아니고 일정한 형식도 과정도 없기에 학교 선생님은 물론 학부모, 학생들도 논술 앞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릅니다.

당장 2008년에 고등학교 2학년이 될 학생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고 논술이 단시간에 될 공부가 아니라는 점에서 요즘엔 초등학생, 심지어 H 기업의 경우 미취학 아동인 7세 아이들에게도 독서논술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등 어려서부터 논술교육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저도 요즘 논술학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중학교 1학년 논술지도를 위한 기초 과정입니다. 수강생들은 주로 중학교 국어, 역사, 사회, 도덕 선생님과 방문 논술지도 하는 분, 대기업에서 초등학생 논술지도 하는 분 등 모두 논술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분들이었습니다. 그중 저는 논술지도를 직업으로 가지려고 배우는 취업준비생입니다.

논술학원에서의 중학생 논술교육은 쓰기 일변도지만 제가 다니는 학원은 특이하게도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 사안을 수강생들에게 숙제로 내줍니다. 그러면 이에 대한 수업목표를 설정하고 문제제기를 한 후 쟁점토론을 통해 뭔가를 이끌어내는 방식의 수업안을 짜야합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한번도 학생들을 지도해보지 않아 수업안 짜는데 어려움이 많습니다.

이번 논술지도 강의를 듣고 숙제를 하면서 그동안 제가 얼마나 편협하고 단편적인 사고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논술을 지도하려면 저의 마인드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지난 주 강의에서 그것을 느꼈습니다.

지난주 강의내용은 ‘폭력’이었고 ‘맞을 짓은 있는가?’, ‘사랑의 매는 있는가?’ 라는 주제를 가지고 토론 수업을 했습니다. 수강생들은 그룹별로 나눠 열띤 토론을 벌였고 잠시 후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독자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교에서 사랑의 매가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맞을 짓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랑의 매가 있다면 어떤 경우고 맞을 짓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이렇게 물음은 있지만 정답은 없는 게 논술이며 어떤 논리를 끌어내기 위해 우리(수강생들)는 토론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 이 학원 중등논술 박승정 대표 강사가 이날 이야기 한 ‘사랑의 매 혹은 맞을 짓’에 대한 논리를 간단하게 설명해드리겠습니다.

박 강사가 실제로 중학교 1학년 학생을 상대로 이 주제를 놓고 토론 수업을 진행한 결과 학생들이 사랑의 매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교사와 ‘합의 될 때’ 라는 것입니다. 즉 숙제를 하기로 했는데 안했을 때, 조용히 하기로 했는데 떠들었을 때 등등.

그런데 그 ‘합의’라는 사실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게 박 강사의 논리입니다. 굳이 합의라고 표현한다면 교사의 일방적인 합의라는 것. 즉 "~하지 않으면 (사랑의) 매를 들겠다"는 교사의 조건이나 의견이 있을 뿐 학생의 의사는 전혀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반대로 학생이 교사에게 ”(숙제) 잘 하면 (상 혹은, 좋은 것) 해 주세요“라는 조건이나 의견 제시를 한다는 게 우리 교육현실에서는 맞지 않는다는 것.

‘맞을 짓’에 대해서도 학생들은 ‘남에게 피해를 줬을 때’가 이에 해당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그렇다면 부모가 자식에게 피해를 줬을 때 자식을 부모를 때릴 수 있는가? 교사가 큰 잘못(맞을 짓)을 했다고 학생을 교사를 때려야 하는가?

“선생님(아버지), 맞을 짓 하셨습니다. 종아리 이리 대십시오.”

이렇게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맞을 짓’에는 강자(교사, 부모)가 약자(학생, 자식)에게 휘두르는 것이라는 전제가 숨어 있다는 것. ‘맞을 짓은 있는가’라는 문제 제기 속에 이미 ‘폭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므로 토론 주제 선정에 있어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박 강사는 교육의 효율을 위한 사랑의 매(체벌) 필요성 주장에 대해 과거 기계화가 공장(회사측)의 효율은 극대화 했으나, 개성과 자율성을 잃고 획일화된 노동자들의 사례는 어떠했는가를 들며 과연 사랑의 매가 누구에게 효율적이며 그 효율의 목표가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독자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사랑의 매와 맞을 짓에 대해 여러분들이 생각한 것과 강사가 풀어낸 것에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저는 물론 그날 강의를 들은 수강생들은 이처럼 깊이 있게 분석하거나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주로 상식적인 차원에서 갑론을박 토론을 벌였지만 깊이 있는 논리를 끌어내지 못했습니다. 강사의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렇구나, 하나 배웠다’라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폭넓게 사고하는 방법, 저는 학원에서 그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단순한 논술지도 목적 이외에 세상을 살아가는 또 다른 길을 걸어가고 있다고 할까요?



이 사진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무엇일까요?
창의력과 사고력 기르는 논술, 다 같이 추론해보아요

▲ 사진속의 주인공은 무얼하고 있을까요?
ⓒ이인배

얼마 전 오마이뉴스 한 시민기자께서 수해중 물이 불어난 하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의 모습을 촬영해 기사를 올린 바 있습니다. 당시 기사는 수해 중 낚시 행태를 비난하는 요지였는데, 사진을 들여다보니 뭔가를 추론하기에 적합한 소재였습니다.

제가 배우는 중학교 1학년 논술 지도과정은 어떤 현상을 사진이나 그림을 통해 본 후 몇 가지 사실을 추론해 논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도 포함됩니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다'라고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창의력과 사고력, 분석력 등을 기르는 훈련이지요. 독자 여러분들도 사진을 같이 보면서 각각 추론한 결과를 적어보세요. 아마 다양한 의견이 나오리라 생각됩니다. 다만, 오늘 이 사진을 처음 본다고 가정하고 이 속에서 끌어낼 수 있는 사실들을 추론해야 합니다.

위 사진은 어떠한 상황일까요?


추론 1 : 낚싯대가 단촐한 것으로 보아 전문 낚시꾼이나 낚시를 즐기는 사람 같지 않다
추론 1-1 : 급해서 제대로 된 낚싯대를 챙겨 나오지 못했다
추론 2 : 낚싯대 지지대나 간이 의자가 없는 걸로 보아 전문 낚시꾼은 아니다.
추론 2 : 주변 풀들이 깔린 것으로 보아 큰물이 지나간 후다.
추론 3 : 계절적 배경은 장마철 혹은 태풍시기로 약 6-9월이다.
추론 4 : 잡은 고기를 담을 그물이나 그릇 등이 없는 것으로 보아 재미로 하는 것 같다.
추론 4 -1 : 강물이 오염돼 고기를 잡아도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놓아주는 것 같다.
추론 5 : 주변에 우거진 수풀과 나무가 없는 걸로 보아 도심에 있는 하천이나 강 같다.
추론 6 : 낮 시간인데 낚시를 하는 걸 보면 출퇴근하는 직장인은 아닌 것 같다.
추론 7 : 비 오는 날에는 일을 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사람 같다. (건설현장 등)


결론 1 : 사진 속 주인공은 건설현장 혹은 이에 준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 비가 오면 일을 못하는 상황이기에 장마철 휴식기에 집 근처 하천(강)에서 재미삼아 낚시를 하는 것 같다.

결론 2 : 사진 속 주인공은 낚시 마니아인데 장마철 물이 불은 하천에 고기가 많다는 사실을 알고 서둘러 나오는 바람에 제대로 된 낚싯대와 부대장비를 갖추지 못한 채 낚시를 하고 있다.

이밖에 더 많은 추론과 결론이 나올 수 있습니다. 추론 1-1, 4-1, 6, 7번은 사진만으로는 추론하기 어려운 사실로 고차원적인 사고가 필요한 경우입니다. 여기서 더 고차원적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즉 비가 많이 와 수해지역이 있는 상황인데 불어난 도심 하천에서 낚시를 했다면 비난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당시 시민기자께서 지적했던 내용을 이끌어 낼 수도 있습니다.

논술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는 일상에서 보는 이런 현상에 대해 "왜 그럴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그렇다면 그렇게 생각한 근거는 무엇인가? 라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논술은 과거처럼 책 많이 읽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예증과 논거를 들어 딱딱한 주제의 글을 작성하는 것보다는 주어진 문제를 자신만의 생각, 즉 창의력을 발휘하여 해결해나가는 걸 중요하게 여깁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초중학교 논술 교육 어떻게 시작하고 계신가요?

논술고사, 시험 등 목적을 위한 것도 좋지만, 일상의 고찰을 통해 폭넓게 사고하는 습관을 길러주면 학교생활, 나아가 사회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 윤태

 

 

 

 

 

 

 

 

 

 

 

 

 

 

 

 

 

 

 

 

 

 

 

 

 

박승정 강사가 대구에서 중학생 논술강의를 하고 있는데, 한 남학생이 박 강사의 겨드랑이 사이에 나온 털을 보며 키득거렸다고 합니다. 대체로 이럴 땐 창피하거나 무안해 조용히 조치를 취하기 마련인데, 박 강사의 경우, 그 학생을 보며

"너 왜 웃어? 뭐, 털?"
(농담으로 씩 웃으며) "죽어"
"너, 만약에 내가 남자 선생님이었어도 그렇게 웃을 거니?"

결국 그 '털 사건'은 성차별, 양성평등 등 인권을 주제로 한 논술수업이 됐다고 합니다.

 

 

 

 

2006년 7월 26일 오마이뉴스(사는이야기)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