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염소 먹이 먹으려고 달려들면 아이들 위험할 수 있어요

그루터기 나무 2006. 7. 23. 16:53

 

 

풀어놓은 염소들이 몰려와 먹이를 먹고 있습니다. 이 염소들은 과자, 과일 등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먹잇감을 보면 달려들어 뿔싸움도 합니다. 이땐 위험천만합니다. 현재 사진으로 보이는 곳은 호랑이, 코끼리, 사자 등 우리 앞인데 걸음마를 시작하는 영아들을 세워 놓으면 중심을 잘 못 잡습니다. 약간의 비탈이기 때문이지요. 이때 염소들이 먹이를 차지하려고 달려들다가 아이들을 잘못 건드리면 안전사고가 날 수 있습니다. ⓒ 윤태

 

 

지난 금요일(21일) 12개월 된 아들 새롬이를 데리고 서울의 모처에 있는 대공원에 갔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에게 동물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동물원부터 찾았습니다. 평일인데도 적잖은 엄마와 유아들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안보이던 풍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염소 예닐곱 마리가 자유롭게 공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으며 염소는 관람객들과 함께 어울리고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공원측에 문의해보니 일부러 염소들을 풀어놨다고 하더군요. 아이들이 동물을 직접 만져보는 등 체험하게 한다고 말이지요. 우리 안에 갇혀있는 것보다 만지면서 직접 느껴보는 산교육, 그것보다 더 좋은 교육효과는 없겠지요.


그런데 풀어놓은 이 염소들이 자칫 사고의 위험이 있음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염소가 사람을 들이받거나 돌진하는 등 포악한 동물은 아니지만 다른 외부 환경이 어린이, 유아 사고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우선 염소들이 많이 다니는 장소(코끼리, 사자, 호랑이 우리 앞쪽)가 약간의 경사가 졌다는 사실입니다. 코끼리, 사자, 호랑이 등 동물들을 구경하려고 많은 유아, 어린이가 그 앞에 있는데 자칫 뿔 달린 염소가 아이들을 받치기라도 한다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세 미만 어린이 특히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유아들은 혼자 세워 놓으면 중심을 잘 못 잡을 정도로 비탈 진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작정하고 달려들어 받치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연찮게라도 부딪히면 다칠 수 있다는 얘기지요.


주말엔 관람객이 훨씬 많은 만큼 사고 위험도 더 높아지겠지요. 특히 염소들은 먹을 것을 들고 있는 어른이나 아이들을 보면 한꺼번에 몰려들기 뿔싸움하며 먹이를 독차지하려고 하기 일쑤입니다. 동물원을 찾은 이날도 뿔 있는 염소 여러 마리가 한꺼번에 달려들어 유아들이 울어대고 사진 찍던 엄마들이 놀라 달려와 아이들을 감싸 안는 아찔한 모습을 두 번이나 목격했습니다. 특히 그날은 아들 새롬이처럼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유아들이 많아 그 위험성을 더했습니다.


안전사고는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 아무도 모릅니다. ‘설마’ 하는 안이한 안전의식이 사고를 부를 수 있습니다. 과거 롯데월드 안전사고를 비롯해 ‘설마’ 하는 안이한 생각이 사고를 부른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 비춰볼 때 제가 다녀온 모 대공원의 풀어놓은 염소는 여러 정황상 사고의 위험이 있어 보입니다. 굳이 ‘동물체험’, ‘산교육’의 장점을 살리고자 한다면 뿔이 없는 새끼염소들을 평지에 풀어놓는 등 제한적인 방법과 조치가 따라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고가 발생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말이지요.

 

 

 

우리의 다정한 친구 염소들, 그러나 먹이 앞에선 무서운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주말 관람객이 많이 모이면 사고 위험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 윤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