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르포>고시텔 화재 참사 현장을 다녀와서

그루터기 나무 2006. 7. 23. 11:52

 

서울 잠실동 N고시텔 화재 원인이 지난 22일 밝혀졌습니다. 지하 노래방 주인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 그 많은 사상자를 냈습니다. 경찰발표와 주요 언론에 따르면 지하 노래방 주인과 내연관계에 있는 여자(해당 고시텔 거주)가 만나주지 않고 장사도 안돼 홧김에 술 마시고 불을 질렀다니...

 

지난 22일(어제) 경찰의 발표가 있고 난 후 서울 강남에 일을 보고 다녀오다 화재가 난 고시텔을 찾았습니다. 현재 그곳 분위기를 좀 살필까 해서였습니다. 여전히 경찰 통제선이 처졌고 경찰과 형사 등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마련을 하는 등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비록 현장 안까지는 들어갈 수 없었지만 주변 상황으로만 봐도 그날의 참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N 고시텔 전경. 지난 19일, 참사를 모두 잊은 듯 맑디맑은 하늘이 드러나 있습니다. 이 풍경을 보면 유가족들의 아픔을 더 진할 듯 합니다. ⓒ 윤태

 

 

 

 

 

  화재가 시작된 지하 노래방 입구. 불에 탄 냄새는 아직도 진동합니다. ⓒ 윤태

 

 

 

 

 

저 창으로 심한 유독가스가 뿜어져나왔겠지요. 결국 그 유독가스는 죽음으로 몰아가고....ⓒ 윤태

 

 

 

 

저 작은 창으로 유독가스와 화기가 뿜어져나오는 가운데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숨져간 사람들도 있겠지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윤태

 

 

 

 

 

경찰 통제선이 처진 가운데 한 경찰이 건물 입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며칠째 이 현장을 지키느라 경찰의 얼굴에 피곤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 윤태

 

 

 

 

과학수사 덕에 방화범을 비교적 바른 시간내 잡았습니다. 수고하는 일선의 경찰 관계자들 ⓒ 윤태

 

 

 

 

화재 건물 내부에서 이야기 중인 경찰들 ⓒ 윤태

 

 

 

 

현장에 나가 있는 수사 당국 관계자들. 한 관계자가 서류 뭉치를 간추리고 있습니다 ⓒ 윤태

 

 

 

화재 고시텔로 들어가는 골목. 무척 좁아 당시 소방차가 들어가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 ⓒ 윤태

 

 

 

서울 잠실동 N 고시텔 참사. 방화범도 잡히고 화재가 난 지 닷새가 지났지만 아직 악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제(22일) 오후 현장에서 보니 주변 상가 상인들이 모여 그날의 화재에 대해(주로 목격담) 이야기하고 있었고 화재 때문에 장사도 잘 안된다는 애로사항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경찰이 상주하며 조사를 하고 있으니 상인들도, 손님들도 어수선할수 밖에요.

 

여하튼 이번 화재는 참 어처구니 없다는 말 밖에 표현할수가 없네요. 고시텔 건물의 소방시스템이 잘 됐고 잘 안됐고, 소방 관련법규를 지켰고 안지켰고 그 문제를 따지기 전에 개인의 문제가 결국 많은 희생자를 낸 참사로 이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프네요.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도 그랬고, 2005년 서울지하철 7호선 철산역에서 자칫 대형 화재로 이어질 뻔 했던 화재사건도 개인이 불을 낸 것이었지요. 그런가하면 지난 2003년 지하철 4호선 회현역에서는 한 승객이 다른 승객을 선로에 밀어넣어 사망케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요. 또 부부싸움 하다가 홧김에 집(빌라 혹은 아파트)에 석유 뿌리고 불 지르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사건은 많이 있었습니다.

 

홧김 혹은 술김에, (고속)도로 역주행하고, 이유없이 찌르고 달아나고, 불지르고(연쇄방화), 버스운전기사, 택시운전기사 폭행하고... 심리학자 혹은 정신과 의사들은 이들의 행동을 병리학적 혹은 심리학적으로 분석해 내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방지해야 하나, 참 막연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설마 설마 하는 일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으니...이런 일이 방지해야 하는 일인지, 개인의 도덕적인 양심에 맡겨 그 가치판단을 스스로해서 자기통제를 해야하는 것인지..구분이 안됩니다. 과거 '국민학교' 도덕 교과서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에는 그 상식적인 가치를 확 뒤집어 버리는 사람들(지하 노래방 방화범 같은)이 종종 나타나니 참 슬픈 현실입니다.

 

방화를 저지른 노래방 주인을 탓해야 하나요? 늘 지적돼듯 닭장 같은 건물구조의 고시원을 탓해야 하나요? 아니면, 한 개인의 도덕성을 문제 삼아야 할까요? 참으로 난감합니다.

 

비단 고시텔이 아니더라도, 대형화재의 위험성이 있는 건물은 수두룩하고 화재가 났다하면 참사로 이어질 건물 또한 상당히 많습니다. 상가 건물에 사는 사람 혹은 그 주변 사람, 혹은 주변에서 노숙하는 사람 등에게 "장난으로라도 불내면 안된다"라는 가치판단의 도덕관념을 심어줘야 하는 건가요? 아님, 비상구 등 소방방지시스템 확보가 가장 우선해야 하는 일인가요? 참으로 혼란스럽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끝으로 다시한번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서울에 와서 돈 벌려고 어렵게 생활하는 분들이 대다수였다는데.. 맨 마지막 사진 골목길 앞으로 보이는 건설 현장..그런 곳에서 험한 일 하시던 분들도 많았다고 하던데...안타까움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2006년 7월 23일 미디어다음 송고 (o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