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뉴스 날씨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그루터기 나무 2006. 7. 11. 12:27

요즘 날씨에 관심 많으시죠? 그러다보니 기상캐스터들한테도 관심이 많이가지요..

보통 9시 뉴스 같은 경우 1분 30초 정도 날씨정보를 전하는데, 거의 하루종일 준비를 한답니다.

마침 작년 이맘때 MBC 뉴스데스크에서 날씨를 전했던 최현정 기상캐스터(지금은 MBC 아나운서)를 따라다니며 인터뷰한적이 있었습니다. 날씨에 대해 궁금해 하셨던 분들, 이제 궁금증이 풀리셨나요?

<새롬이 아빠 주>

 

 

날씨도 뉴스지만 일반 뉴스와는 다르다. 일반 뉴스가 심각하고 딱딱하며 얼굴을 찌푸리면서 봐야 하는 과거의 일이라면, 기상 뉴스는 즐겁고 부드러우며 웃으면서 재밌게 볼 수 있는 미래의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날씨 뉴스는 음식에 비유하자면 풍부한 요리 끝에 나오는 한 조각, 디저트와 같다.


 

2일 오후, MBC 5시 뉴스와 9시 뉴스데크스에서 날씨를 전하는 기상캐스터 최현정씨를 문화방송 기상센터에서 만났다. 로비에서 기다리던 최씨는 기상청에서 보내온 자료를 계속 들여다보며 뭔가를 중얼중얼 외우고 있었다. 아는 척 하기가 무안할 정도로 그녀는 원고에 심취해 있었다. 이날 최씨와의 만남은 인터뷰 후 날씨 뉴스가 녹화, 제작되는 과정을 카메라에 담는 데까지 이어졌다.

7시 30분부터 제작에 들어간다는 말을 듣고 시간에 맞춰 기상센터로 올라갔지만 제작 시간이 지연되고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서울 경기 지방에 9시를 기해 호우주의보가 내려질 거라는 기상청 예보 때문에 최 캐스터를 비롯한 직원들은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었다.

불나게 울리는 전화, 끊고 바로 거는 전화, 들어오는 팩스, '수명이 다할 때까지 끄지 말라'는 경고가 붙은 TV 모니터, 기상도를 컴퓨터로 정신없이 그래픽 하느라 진땀을 빼는 디자이너.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동안 한가하게 앉아 있어야만 했던 나는 괜스레 미안해졌다. 한편으로는 1분 30초 방영되는 날씨 뉴스 하나 만드는데 왜 이렇게 절차가 복잡한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본격적인 녹화가 시작됐다. 녹음실로 내려가는 동안 복도에서 최 캐스터는 계속 멘트를 외웠다. 간혹 그 자리에 서서 손동작을 취하며 돌아서서 "내일의 지역별 날씨입니다"를 말하기도 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언제 어디서나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드디어 녹화장. 새파란 배경 앞에 최 캐스터가 섰다. 마이크를 착용하고 최종 리허설을 시작했다. 그녀는 파란 허공에 대고 지역을 가리키며 날씨 브리핑을 했다. 나머지는 컴퓨터 그래픽을 담당하는 디자이너 선배의 몫이었다. 물론 합성 그래픽에 대한 모양이나 색상 등 모든 것은 최 캐스터가 직접 구상해 선배에게 "이렇게 해주십쇼"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잠시 후 "자, 녹화 들어갑니다. 이젠 카메라 플래시 터트리면 안돼요." 멀리서 카메라 에이디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쪽 벽에 멘트가 적힌 A4 용지를 붙여놓고 열심히 커닝(?) 하며 브리핑을 잘 하던 기상캐스터가 갑자기 "선배님, 조명 한 개가 조금 깜빡이는 거 같아요"라고 말하자, "혹시 카메라 플래시 터진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절대 그럴 리 없었다.


 

벌써 두 번이나 NG가 났다. 최 캐스터는 목이 컬컬하다며 물을 찾았지만 물은 어디에도 없었다. 결국 세 차례의 NG 끝에 저녁 아홉시가 돼서야 녹화가 끝났다. 녹화가 끝났다고 일이 다 끝난 건 아니다. 두 차례에 걸쳐 녹화한 모습을 모니터 한 후에 기상센터로 내려올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기상특보가 내려진 상황에서는 9시 뉴스데스크가 끝날 때까지 기상센터를 뜨지 못한다. 앞으로 1시간 이내 기상 특보가 변경될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최 캐스터는 오전 10시 30분부터 밤 9시까지 하루를 종합해 1분 30초짜리 날씨 뉴스를 혼자서 만든다. 날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의상, 화장, 얼굴 표정, 손동작, 멘트, 억양, 그래픽, 분위기 등등 1분 30초 안에 최 캐스터의 모든 삶이 들어 있다. 그녀는 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그녀와 동행하며 날씨 제작 전반에 관한 사항을 견학한 4시간. 앞으로 날씨 뉴스가 나올 때 아무렇게나 누워서 아무 생각 없이 TV를 시청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상캐스터들의 수고와 노력을 생각하며 1분 30초를 값지고 의미 있게 봐야 한다는 생각이다. 다음은 최씨와의 일문일답.

 

- 처음에 원주 MBC에서 활동했는데 어떤 프로그램 맡았나
"원주 MBC 9시 뉴스 앵커와 가요앨범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맡았었다. 1년 8개월 동안 진행했는데 방송 일을 하면 할수록 재밌고 흥미가 느껴졌다. 원래는 그렇게 오랫동안 원주 MBC에 있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방송 일에 심취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 아나운서에서 기상캐스터로 전환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사실 아나운서가 낫지 않은가
"원주 MBC를 그만두고 나서 정확히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MBC에서 기상캐스터를 공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지원해 입사하게 됐다. 아나운서와 기상캐스터 모두 나름대로 장단점이 있어 어느 쪽이 낫다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아나운서가 폭 넓은 영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기상캐스터는 기상이라는 연못에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 좋다. 한 마디로 기상 캐스터는 전문성에 있어 그 깊이가 무한대라고 생각한다."

MBC 기상캐스터 입사 당시 경쟁률이 200:1이라고 들었는데, 자신 있었나?
"이백대 일이라는 수치는 정확히 모르겠다. MBC 공채였던 만큼 기상캐스터 지망생들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최종 합격 소식을 들었을 땐 입안이 얼얼할 정도였다. 운명이라고 하면 너무 거창하지만 그때 합격 소식이 마치 운명처럼 들려왔다. 그만큼 기뻤다는 얘기다."

- 개인적으로 날씨를 묻는 사람이 많은가. 날씨 물어보려고 다가오는 행인들도 있나
"아직까지 밖에서 나를 알아보는 분은 못 봤다. 날씨를 한 지 1년밖에 안 된 신참이고 또 날씨를 볼 때 내 얼굴은 안 보고 오로지 날씨 정보만 보기 때문인 것 같다. 대신 지인들은 만나지 않더라도 휴대전화를 통해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문화방송 정문에서 청소하시는 분이 종종 날씨를 묻곤 한다. 그리고 타 라디오 디제이들이 오프닝 멘트에 날씨 이야기를 넣기 위해 종종 문의하곤 한다. 특히 녹화 들어가려고 바쁜 시점인데 시청자들이 어떻게 알고 기상센터로 전화를 걸어와 날씨 정보를 일일이 설명해줘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경우가 가장 힘들다. 하지만 양질의 날씨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기상캐스터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 기상캐스터의 매력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참 어려운 질문이다. 예보가 나오긴 하지만 자연과학은 정확히 예측하기 힘들다. 날씨가 매일 같아 보이지만 사람의 감정이 오늘과 내일이 다르듯이 날씨도 늘 변한다. 즉 변화무쌍하다는 것이다. 실연했을 때 햇살이 우울해 보이고 사랑하는 이를 만날 때 햇살이 밝아 보이듯이 같은 햇살이라도 느낌에 따라 달라지는 것처럼 매일매일의 날씨도 마찬가지다. 한 마디로 이러한 날씨와 함께 호흡한다는 사실 그 자체가 매력인 것 같다."

- 다른 기상캐스터들은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등에 출연하는데 계획 없나
"지금 교육방송에서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하는 한국어 프로그램인 'HELLO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데 8월이면 끝난다. 다른 프로그램에서 제의가 들어오면 출연을 거부할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다만 날씨에 대한 '내공'을 더 많이, 보다 확실하게 쌓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중이다. 우선 순위를 두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일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 정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

- 날씨 브리핑 중에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타 방송 기상캐스터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손으로 지명을 가리키는 일이다. TV화면으로 보면 지도를 가리키고 있지만 실은 허공에 손짓을 하는 것이다. 지도는 합성화면인데 처음에 익숙하지 않아 말로는 부산이라고 하는데 손은 광주를 가리키는 경우도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서면 긴장 때문에 손이 얼어붙어 실수를 하게 된다. 지금은 많이 익숙해져서 잘 틀리지 않는다."

- 기상캐스터를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본업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9시 뉴스데스크의 경우 1분 30초 날씨를 진행하고 들어가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비록 1분 30초 방송이지만 이를 위해 10시간 넘게 준비한다. 하루 종일 회사 기상센터에서 살고 있다. 날씨는 잠시도 쉬지 않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확인해야 한다. 하루 동안의 날씨 변화를 정확히 체크해 1분 30초 동안 진행할 멘트를 짜는 일이 힘이 많이 든다. 어떤 소재, 주제로 첫 멘트를 열어가야 할지 매일 매일 그것이 고민이다."

- 봄 가을, 날씨에 큰 변화가 없을 땐 준비하는데 그래도 좀 수월하지 않나
"아닌 말로 머리를 쥐어뜯는 심정이다. 날씨가 변화무쌍하다고 위에서 언급하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면 봄, 가을날 매일매일 똑같은 날들이 많다. 기온이 상당폭 오르내리거나 오늘처럼 비나 눈이 많이 오면 쓸만한 멘트가 아주 많은데 매번 비슷한 상황의 날이 반복되면 힘이 빠진다. 달리 방법이 없다. 책도 읽고 이곳저곳에 전화로 취재도 해서 멘트를 얻는다.

또 냉면가게나 편의점 업계에 전화해서 매출 증가를 알아내 첫 멘트로 활용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냉면이나 아이스크림은 온도 변화에 비교적 민감하기 때문이다. 대신 매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수치는 정확해야 한다. 이러한 작업은 어렵지만 한편으론 재미와 보람도 많다. 한 마디로 '즐거운 노력'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 방송사가 기상캐스터의 외모를 내세워 경쟁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기상에 대한 전문성보다는 외모 위주로 기상캐스터들을 채용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상 관련 학과를 나오지 않은 사람이 기상캐스터를 하는 경우가 있는 탓에 그런 의견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러나 전문성이 결코 뒤떨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재미없고 딱딱한 기상 어휘를 재미있고 부드럽게 또 쉽고 아름답게 바꿔 날씨 이야기로 전해주려는 기상캐스터들의 각고의 노력과 피나는 노력을 본다면 단순히 외모만 가지고 기상캐스터를 평가할 수 없으리라고 본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 보고 쉽게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상캐스터 직업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분들께 날씨 제작 과정을 보여주고 싶다."

- 날씨에 대한 노하우는? 구름 모양이나 바람 방향을 보면 그날 날씨가 어떤지 알 수 있나
"정확하진 않지만 느낌은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예지하는 일상의 날씨와 별반 차이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반인과 다른 게 있다면 나는 현재의 날씨를 분석적인 시각으로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도 없는데 기온이 높다면 이는 습도가 높아져 더 더운 요인이 발생했다고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지 특별한 건 없다."

- 날씨 뉴스 끝에 '날씨였습니다'라는 멘트에서 -다-를 높이는 특이한 억양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는데 의도적인 건가. 다른 기상캐스터나 타 방송사와는 억양이 확연히 다른데.
"마지막 이 멘트에도 사연이 있다. 먼저 '날씨였습니다'라는 이 멘트는 선배인 김혜은 기상캐스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기상캐스터 직에 지원하게 된 동기도 그 분을 너무 존경했고 그 선배처럼 되고 싶기 때문이었다. 한편 '날씨였습니다'라는 멘트가 어법에 맞지 않는다고 해서 시청자 위원회, 옴부즈맨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예를 들어 '날씨를 전해드렸습니다'처럼 정확한 표현을 써야지 왜 어법에는 없는 말을 썼냐 하는 것이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이 멘트를 고집하고 있다. 방송에서 사용하는 말과 글은 반드시 사전에 등재돼 있는 것만을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특히 날씨 뉴스 영역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언어의 역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상황에 맞게, 편리하게, 그리고 쉽고 보편적으로 쓰는 말이나 글이 알맞게 다듬어져 사전에 등재되는 경우처럼 말이다. 내용이 좀 복잡해지는 것 같은데 이 문제는 '닭이 문제냐, 계란이 먼저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 자신의 미니홈피(www.cyworld.com/gracechoi68)에 답글을 직접 달고 있던데,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인기관리를 하거나 의무감에서 답글을 다는 건 아니다. 사실 처음에는 시청자들이 내가 기상 예보하는 모습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무척 궁금했다. 그런데 일부 시청자들이 날씨에 대해 미니홈피를 통해 피드백을 해주는 게 아닌가. 시청자들의 댓글을 보면서 감격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시청자들을 전혀 모르는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작은 부분들을 그냥 스쳐갈 수 있는데도 꼼꼼히 봐주고 이를 지적해주거나 칭찬해주는 분들이 많으니…. 모두 소중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 미니홈피 게시판에 열혈 팬이 한 명 있는 것 같은데. 혹시 MBC 기상센터 직원인가
"아니다. 어느 날부턴가 그 분이 그날그날의 멘트를 한자도 빠뜨리지 않고 캡처 화면과 함께 내 미니홈피 게시판에 올려주고 있다. 이 피드백을 통해 날씨 뉴스를 진행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후일담을 들어보니 그 분이 싸이월드 홈페이지 사람 찾기에 '최현정' 이름을 검색했더니 270여명이 나왔는데 일일이 들어가 확인하고 내 미니홈피를 찾아 오셨다고 한다. 뭐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 앞으로 꿈이나 계획이 있다면
"거창하게 말씀드릴 내용은 없다. 앞으로 열심히 더 고민하고 끊임없이 공부한다는 자세로 기상캐스터 일을 하고 싶다. 간단한 것처럼 보이는 날씨가 마치 광활한 우주처럼 미래에 대한 무궁무진한 내용을 담고 있고 '내 우주'를 조금씩 넓혀 간다는 진취적인 생각으로 일을 해나갈 것이다. 다만 가장 두려운 것이 있다면 매너리즘에 빠지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날마다 새로운 생각으로 내 자신을 무장할 각오가 돼 있다."

 


 

 

 

이 기사는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