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접대부 앞에서 아내에게 노래 강요하는 남편....누구의 잘못인가?

그루터기 나무 2006. 7. 6. 17:16

 

▲ 주인공 이름부터 코믹한 KBS 주말드라마 <소문난 칠공주>. 이 코믹속에도 현실의 비애는 있습니다.
ⓒ kbs

 

요즘 KBS 2TV <소문난 칠공주>라는 주말드라마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시청률 조사 전문회사인 TNS미디어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 주에도 30%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군인출신 가장인 나양팔(박인환분)과 4명의 딸 덕칠(김혜선 분), 설칠(이태란 분), 미칠(최정원 분), 종칠(신지수 분) 그리고 아내와 장모님 등 가족 사이에서 벌어지는 독특한 일상사를 그려가고 있습니다.


온 식구들을 마당에 세워놓고 번호 "하나, 둘, 셋" 점호를 취하며 하루 일과를 점검하는 군인 출신 나양팔. 사정이 이렇다보니 시집 가 자녀가 둘이나 되는 첫째 딸 덕칠도 아직까지 아버지의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합니다.


얼마전 이 드라마에서 논란이 됐던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그날 방영분에서는 큰 딸 덕칠의 이야기가 논란이 되면서 시청자 게시판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남편 구수한(이대연 분)이 바람을 피우다 들킨 아내 덕칠을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으로 불러 아내가 보는 앞에서 그들과 진하게 스킨십을 하면서 노래까지 부르라고 한 장면이었는데요, 시청자 중에는 좀 심하다고 느낀 분들이 대부분 이었을 듯합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봤더니 역시 이 장면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제작진을 질타하는 내용까지 많이 올라와 있었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심한 장면이었지만 저는 이번 논란과는 별개로 다른 부분을 좀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 사건이 있기까지 그 과정을 잠시 살펴보고 다음 이야기를 풀어가야겠습니다.


무뚝뚝하고 보수적인,  재미없는 남편... 외로움 달랠 길 없는 아내


아내 덕칠은 군인과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강요가 너무 싫어 대학 졸업과 동시에 엄마가 떠미는 대로 지금의 남편과 별다른 애정 없이 딱 세 번 만나고 결혼했습니다. 성심이 착하고 사려 깊지만 우유부단하면서 순진함이 있는 12년차 가정주부 덕칠.


남편 구수한은 매우 보수적이고 무뚝뚝합니다. 당연히 유머도 재미도 없는 그저 일 이야기나 하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입니다. 이 정도면 대략 어느 정도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짐작이 됩니다. 대신 돈은 잘 벌어다줘 꽤 넉넉한 생활을 하고 가장으로써 책임을 다한다고 느끼는 남편입니다.


그러나 아내는 그게 전부가 아닙니다. 겉으로는 풍요롭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고 외롭기만 합니다. 아예 포기했기 때문에 남편에게 장미꽃 한 송이의 로맨스도 바라지 않습니다. 남편과 아내, 서로 그러려니 하고 살아가던 어느 날. 덕칠은 남편 친구 송국과 우연찮게 부적절한 관계가 됩니다. 남편한테는 느끼지 못했던 다정함의 매력에 눈을 팔게 된 것. 마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의 소재를 보는 듯합니다.

 

아내, 남편 친구와의 부적절한 관계 ...알고도 눈감아 주지만 유혹은 계속되고..


여하튼 이 사실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를 다시 만나지 않겠다는 친구의 다짐을 받고 아내에게는 비밀로 하라고 합니다. 한편 속으론 죽이고 싶을 정도로 증오심이 있지만 자신이 너무 무신경해 아내가 한눈팔았다며 좋게 생각하고 아내와 가족들에게 다정다감하게 대해주는 남편 구수한. 심지어 외식할 때 음식을 입에 넣어주기까지 하는 완전히 변해버린 남편. 갑자기 변해버린 남편의 태도에 당황스럽고 의아하기만 한 아내 덕칠.


그러나 친구 송국이 덕칠을 모텔로 데려가 이별 선언을 하고 속사정을 아무것도 모르고 슬픔에 잠겨 울며 뛰쳐나오던 덕칠과 그 뒤를 따르던 친구 송국이 미행한 남편에게 목격됩니다. 배신과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그러면 안 되지. 인간도 아니라며 아내 덕칠을 내팽개치는 남편. 한번만 용서해 달라며 울고불고 바짓가랑이에 매달리며 이혼만은 절대 안 된다고 통곡하는 아내 덕칠. 남편은 분노를 넘어 얼음장 같은 증오로 대하자 덕칠은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한다며 다시 바짓가랑이를 잡습니다. 심지어 덕칠이 자신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자학하는 장면에서 시청자들이 뭉클해졌음은 물론 드라마속의 남편도 ‘꿈쩍’하는 모습이 클로즈업 됐습니다.


남편이 시키는 모든 것은 다 하겠다고 다짐한 아내 덕칠은 이혼은 면했지만 분노로 가득 찬 남편의 행동을 다 받아줘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 첫 번째 분노의 표출이 바로 위에 언급된 내용입니다. 아내 덕칠이 보는 앞에서 술집 접대부를 끌어안고 노래까지 부르라고 강요하는 남편. 시키는 것은 다 하겠다고 목숨을 걸고 다짐했으니 비참함의 눈물을 흘리며 노래를 부른 장면이 27일에 방영됐습니다.


접대부 앞에서 아내에게 노래 강요하는 남편...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장면이 나오기까지 사연이 조금 길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지 않은 분들을 위해 상황을 좀 자세히 설명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럼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어떻게 봤을까요?


한 시청자는 드라마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 "요즘 세상에 이런 드라마가 나오다니... 아직도 이런 권위적인 집이 있나. 드라마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다. 그리고 남편이 먼저 잘못한거 같은데 아내 덕칠이만 잘못한 것처럼 나온다. 아내 앞에서 남편이 다른 여자 끼고 놀고, 여자로써 진짜 보기 짜증난다"며 여자로써 불편한 감정을 밝혔습니다.


또 다른 시청자는 "나도 남자지만 술집 장면은 너무 심하다.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세상에 저런 남자가 어디 있나. 아내가 무슨 짐승도 아니고 차라리 술집에서 ‘그런 장면’보다는 폭력을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많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두둔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 시청자는 "남편이 처음에 알고도 거기서 끝내달라며 친구 송국에게 사정하고 아내에겐 표내지 않고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배려가 참 좋았다. 그러나 이런 남편의 의중도 모르고 그 남자 만나러 모텔까지 따라갔다는 건 이해도 안 되고 이혼당해도 마땅하다"며 아내의 잘못이 더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이 상황, 이 장면을 어떻게 보셨는지요? 게시판에 올라온 시청자들 의견 대부분이 남편 구수한이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의견을 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기까지 최초 원인을 제공한 남편의 잘못이 있었고 외도한 아내를 눈감아 주고 가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배려도 있었습니다.


돈 잘 벌어다 준다고 최고의 남편은 아닌 듯


별다른 애정표현 없이 가정에 충실한 게 뭐 큰 잘못이 있겠냐마는 장기간 부부관계를 거부하면 이혼 사유가 된다는 법원 판결도 나온 만큼 이 부분에 대해 남편도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부부관계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그동안의 정황상 아내가 이혼 소송을 제기해도 합당할 수준은 되는 듯합니다.


여하튼 이 드라마는 외도 상대를 남편의 친구로 설정하고 이별 선언 장소를 모텔로 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지고 자극적인 소재와 장면으로 비판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특히 온 가족들이 모여 앉아 보는 시간대에 불륜 장면,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주말드라마로써 부적절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기종영을 요구하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잇따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 가지 생각해봐야 할 게 있는 듯합니다. 드라마에서는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심한 과장과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극도의 장면을 보여줬습니다.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시대를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 부부 사이에서 겪을 수 있는 권태감을 그렸고 이에 대한 탈출로 외도를 꿈꾸는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비록 아내가 적극적으로 외도를 시도한 건 아니지만 결국은 가정파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고 뉴스보도를 통해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을 뿐 남편 혹은 아내의 외도로 인한 가정 파탄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한 마디로 드라마 속에서만 일어나는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지요.금전 등 특정한 이유가 아닌 회사 생활에 충실했다는 이유로, 권태기가 찾아왔다는 이유로, 다시 말해 배우자가 싫어서가 아니라 각자의 무관심에 대한 탈출구로 아내 혹은 남편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을지도 모르지요. 혹시 독자분들 중에도 돈 잘 벌어다준다고 만족하는 남편이 있다면 다시 한번 가족을 돌아보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대부분 돈 많이 벌어다주면 좋아하지만 돈보다는 따뜻한 대화, 사랑 표현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내도 많으니까요.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불륜 현장을 들킨 후 남편에게 무릎끓고 용서를 비는 아내 덕칠. 그러나 남편은 얼음장처럼 차갑기만 하다.

ⓒ KBS 방영중 사진촬영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