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목에 걸린 멸치꼬리, 어떻게 해?

그루터기 나무 2007. 7. 2. 22:00

 

 

 

23개월 된 우리 아기 새롬이, 녀석은 멸치를 좋아합니다. 멸치볶음이면 밥 한 그릇 뚝딱 해치웁니다. 밥을 먹고 나서도, 먹기 전에도 녀석은 수시로 볶음 멸치를 집어먹습니다. 그런데 오늘 그 멸치 때문에 문제가 생겼다. 간담을 서늘케 하는 그런 문제입니다.


녀석이 먹던 멸치 꼬리 쪽이 목구멍에 걸린 것입니다. 어설프게 말 배우는 23개월된 새롬이는 울고 불며 ‘목아파’를 외쳤습니다. 우는 아기 억지로 입 벌려 살펴봐도 걸린 멸치는 보이지 않습니다. 어두워서 안보이고 입을 제대로 안 벌려 안보이고, 아기는 목아프다고 어설프게 말하며 울부짖는데...


저는 병원에 가야하는거 아니냐며 보채고 있지만 아내는 침착합니다. 다시 한번 입을 벌리고 손전등을 이용해 어느 위치에 멸치가 걸렸는지 확인합니다. 확인결과 목젖 훨씬 아래쪽에 멸치꼬리부분이 박혀 있습니다. 아내는 손으로 집어넣어보고 하지만 빼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빼려고 할수록 아이는 더 울부짖고 소리 지르며 ‘목아파’를 연신 외쳐댑니다. 제가 볼때 급히 응급실이라도 가서 멸치를 빼내야 할 것 같습니다.


‘목에 걸린 멸치 꼬리 빼내기 대작전’ 30분이 지나도 성과는 보이지 않고 저는 애만 탑니다. 도저히 안 되겠는지 아내는 위층으로 올라가 핀셋을 빌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앙앙 우는 아기의 목에 집어넣고 멸치 빼내기를 시도합니다. 저는 불안불안 합니다. 저러다가 혹여 아기가 움직이거나 해서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눈뜨고는 못 보겠고, 귀로는 못 들을 정도로 안타까운 상황에서는 아내의 멸치 빼내기 작업은 계속됩니다. 핀셋으로 약 5분을 아기와 실랑이를 한 결과 드디어 아내는 그 깊숙이 박혀 있던 멸치꼬리를 빼냅니다. 그 작업이 계속되는 동안 저는 가슴이 얼마나 조마조마 했는지 모릅니다. 대충 보이는 곳에 박혀 있는 것도 아닌, 무척 깊숙이 박힌 멸치꼬리를 기어이 집에서 빼내다니....


참으로 대단한 아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느 엄마들 같으면 불안한 마음과 안타까운 마음을 앞세워 벌써 응급실로 달려갈 텐데 아내는 당황한 기색 없이 그 힘든 일을 기어이 해냅니다. 잘한 짓인지, 바보 같은 짓인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내는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항상 침착하고 차분한 행동으로 무엇인가를 잘 대처해 나간다는 것입니다.


아기 목에 걸린 멸치 꼬리 사건을 보면서 이럴때 서둘러 병원에서 조치를 취해야하는지, 차분하게 집에서 해결해야하는지 판단이 잘 서질 않지만, 아내의 행동은 대체적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