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랙백>만우절날 돌아가신 친구 아버지. 여러분은 어떤 기억 있으세요?
2001년 4월 1일 만우절 날의 메모 일기. 그 일만 생각하면 친구에게 미안해진다.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가벼운 장난이나 그럴듯한 거짓말로 남을 속이기도 하고 헛걸음을 시키기도 하는 서양의 풍습’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습니다.
이번 만우절은 일요일이라 이를 아쉬워하는 학생들도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반을 바꾸어 선생님을 놀래키는 아주 흔하지만 재밌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번 만우절에는 학교에서 그런 장난을 칠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런데 만우절만 되면 곤혹을 치르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119 상황실인데요, 화재나 긴급 구조 등을 위해 항시 출동대기중인 119 대원들을 골탕 먹이는 경우가 많았지요. 요즘에는 발신자 번호가 찍혀 쉽게 장난을 못한다고는 합니다만, 그래도 만우절을 이용해 장난 전화하는 사람은 분명 생기겠지요. 삼가야 할 일인 듯 합니다.
만우절 하면 제게는 아픈 기억이 하나 있습니다.
때는 2001년 4월 1일 아침, 그날도 마침 일요일이었지요. 청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취직해 넉달 째 되던 만우절 아침, 대학시절 청주에서 살고 있는 친한 친구에게서 문자 메시지가 왔습니다.
“인간아, 우리 아버님 돌아가셨다”
당시 그 친구와 저는 이름을 부르기 보다는 “야 인간아” 이것이 바로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었습니다. 그렇게 허물없이 지내는 친구였지요. 그런데 만우절 아침 일찍 날아온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그 친구의 메시지.
처음에는 녀석이 심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친하고 만우절이라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거짓말을 할 수 있을까? 저는 곧바로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 거짓말을 확 뒤집을 수 있는(?) 그런 문자메시지지요.
“아이구, 얼른 돌아오셔야 할텐데...”
이렇게 문자를 보내고 나서 곰곰 생각해보았습니다. 녀석과 친하긴 하지만 그 정도의 장난을 칠 가벼운 녀석은 아닌데, 왜 그런 문자 메시지를 보냈을까? 혹시나 하여 서울에 있는 다른 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역시 같은 문자 메시지가 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이번에는 청주 그 친구에게 직접 전화를 하니, 이곳저곳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그 친구의 문자메시지는 만우절용 거짓말이 아닌 사실이었습니다.
그날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서둘러 서울 친구와 함께 청주 그 친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만우절이라 제가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그 친구에게 무척 미안했습니다. 사실이 그런지도 모르고 “얼른 돌아오셔야 할텐데” 라는 답문자를 보내버렸으니...
그 후 만우절만 되면 항상 그 친구와 아버님 생각이 납니다. 만우절이 아버님 기일이 돼 버린 그 친구. 그래서 매년 4월 1일만 되면 그 친구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독자 여러분들은 만우절날 어떤 추억이 있나요? 만우절에 얽힌 추억거리를 같이 공유해보는 건 어떨까요?